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가 지난 25일 정상회담을 갖고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아랍에미리트(UAE), 아르헨티나, 이집트, 에티오피아를 새 회원국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룰라 브라질 대통령은 연설에서 “우리는 이미 G7을 추월했으며 구매력 평가 기준으로 전 세계 GDP 의 32%를 담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새 합류국에게 축하인사를 하며 “브릭스의 영향력을 세계로 확대하자”고 화상으로 연설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서방의) 경제강요나 디커플링, 산업과 공급망을 파괴하는 행위에 반대해야 한다”며 “브릭스는 개발과 경제활성화에 동지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눈여겨 봐야 할 것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로 확대된 브릭스의 규모와 정치적 지위다. 가입이 승인된 6개국을 포함해 22개 나라가 어떤 방식으로든 브릭스에 가입하거나 가입의사를 밝혔다. 사우디아라비아 외에도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 13개국 중 7개국이 브릭스 가입을 신청했다고 한다. 세계의 균형축이 크게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유엔개발회의(UNCTAD)에 따르면 브릭스는 기존의 5개 회원국으로도 전 세계 인구의 42%, 영토의 26%, 국내총생산(GDP)의 23%, 교역량의 18%를 차지한다. 여기에 주요 산유국인 사우디와 이란, UAE에 남미의 아르헨티나까지 가세하면 브릭스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게 된다.
둘째, 당사자들은 의식적으로 부인하고 있지만 본질적으로 브릭스는 반(反)서방동맹 성격이 강하다. 브릭스의 기존 5개회원국은 G20 회원국이기도 하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이들은 위기를 수습하는 데 기여한 G20이 기존의 G7을 대체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여왔다. 하지만 금융위기가 해소되자 미국과 G7은 기존의 체제로 돌아갔다. 브릭스로서는 불만을 가질 만했다. 여기에 이번 브릭스 정상회담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처음 대면회담이자 미중 패권경쟁이 전면화된 상황에서 열렸다. 브릭스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유엔결의에 모두 기권표를 던진 바 있다.
셋째, 달러패권에 대한 도전이다. 브릭스의 직전 대면회의는 2019년 브라질 수도에서 열렸다. 이때 브릭스는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의 일방주의와 보호주의에 맞서 다자주의와 자유무역 확대에 한 목소리를 냈다. 이번에 열린 코로나19 이후 회담에서 룰라 브라질 대통령은 미국 달러 대신 공통결제수단을 주창했다. 브릭스는 회원국 간의 무역거래에 자국통화결제 비중을 키우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룰라의 동지이자 브라질의 전 대통령인 호세프는 브릭스의 신개발은행(NDB)이 회원국에게 IMF의 족쇄, 즉 부채상환을 압박하며 그 나라의 공공인프라를 붕괴시키는 경제주권 침탈에 빠지지 않도록 조건 없는 대출을 해주겠다고 공언했다.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서방국가들은 브릭스에 참여한 나라들이 민주주의가 불안정하고, ‘탄소중독 국가’라고 비난한다. 또 브릭스가 중국, 러시아, 인도, 브라질의 변형된 ‘대국주의’이고, 인도와 브라질이 안보리 상임이사국에 진출하기 위해 블록을 키우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극심한 부의 불평등과 대통령의 부패 의혹을 겪고 있다. 브릭스가 반서방일 수는 있어도 미래적 가치를 담고 있지는 않다는 회의적 시각도 팽배하다.
하지만 우리가 주목할 것은 변화 그 자체다. 국제질서는 크게 요동치고 있고, 세계는 더 이상 미국과 유럽연합, 일본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지 않다. 안토니오 구테헤스 유엔사무총장은 2021년 ‘평화를 위한 새로운 아젠다’라는 보고서를 통해 “1991년 만들어진 탈냉전세계는 끝났다"며 "우리는 다극화시대라는 새로운 시대에 있다”고 말했다. 우리 역시 대세로 굳혀져가는 다극화체제 속에서 균형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