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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두환식 ‘반공국시’에 집착하는 윤석열 정부

지난 26일 국방부는 "여러 논란이 있는 분을 육사에서, 특히 생도 교육의 상징적인 건물의 중앙현관에서 기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철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홍범도 장군이 1927년 소련공산당에 입당한 것을 문제삼은 것이다. 이에 대한 여론의 비판에도 정부는 물러설 분위기가 아니다. 국방부는 한 발 더 나아가 국방부 앞 홍 장군의 흉상도 옮기고, 박근혜 정부 시절 진수한 해군 잠수함 '홍범도함'의 명칭도 바꿀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다수의 보수언론이나 홍준표 대구시장,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등 보수 인사들도 개탄하고 있는 것처럼 이는 옹졸하고 못난 짓이다. 역사학계에서 충분히 밝혀진 것처럼 1945년 해방 이전까지 사회주의, 공산주의적 이념을 갖고 또 소련 등의 도움을 받아 독립운동을 한 세력은 적지 않았다. 이제와서 이들의 당시 사상을 문제삼아 배척한다는 건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이런 논리라면 일제 강점 초기에 일본의 편을 들어 식민통치를 묵인했던 미국과 영국의 존재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이 시기에 독립운동을 했던 투사들이 반미, 반영 운동을 했다고 매도할 셈인가.

분단과 전쟁을 겪은 우리 사회에서 역사 문제가 예민하게 받아들여지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1987년 민주화 이후 우리 사회는 분단 이전의 민족사 전체를 끌어 안으려고 노력해 왔다. 카자흐스탄에 잠들어 있던 홍 장군의 유해를 북한과의 외교전을 불사하면서까지 한국으로 봉환한 것이나 일제하 사회주의 독립운동가들을 복권시켜 유공을 기린 것도 그 일환이었다. 민주당 정부 뿐만 아니라 노태우, 김영삼, 이명박, 박근혜 정부도 '민족사적 정통성' 확보라는 목적 하에 방향을 같이 해왔다.

그러나 지금 정부는 민주화 시대를 거슬러 올라간 정부인양 어깃장을 놓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걸핏하면 '공산 전체주의'를 거론하는 것이나, 진보진영을 비판하는 것도 민주화 이전 독재정권의 행태와 글자그대로 똑같다. 1986년 전두환 정권은 "이 나라의 국시는 반공이 아니라 통일이어야 한다"는 발언을 문제삼아 야당 의원을 국가보안법으로 구속했다. 지금 윤석열 정부가 하는 일이 그 때와 무엇이 다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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