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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갑의 수요뮤직] 저기 보이는 다브다의 새 음반 ‘Yonder’

밴드 다브다의 새 음반 'Yonder' ⓒ일렉트릭 뮤즈

4인조 밴드 다브다의 음악에는 질박한 사운드나 끈적끈적한 질감이 없다. 귀를 찌르는 날카로움과 압도하는 무게감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2010년 결성해 한 장의 EP와 정규 음반, 몇 곡의 싱글을 발표하는 동안 다브다의 음악은 영롱하게 반짝이거나 사무치게 몰아치는 쪽에 가까웠다. 지난 8월 25일 발표한 두 번째 EP [Yonder]에는 다브다를 다브다로 존재하게 하고, 다브다임을 알아차리게 만드는 스타일과 어법이 여전하다.

다섯 곡을 담아낸 EP [Yonder]에서 다브다는 계속 질주한다. 느릿느릿 걸으며 침잠하는 대신 지구의 자전과 공전 속도보다 빨리 내달리겠다는 듯 몰아친다. 그만큼 뜨겁게 갈망하기 때문이고 에너지가 넘치기 때문일까. 드러머 이승현은 동일한 리듬을 반복하며 안정감을 안겨주는 연주방식은 아예 관심이 없다고 선언하듯 자유롭다. 곡의 규모와 파장을 키우는 주역인 드럼은 시시각각 속도를 뒤바꾸고 사방에서 출몰한다. 리드미컬한 동시에 여유롭고 자신만만한 드럼 연주는, 다브다가 노래만으로 마음을 빼앗는 팀이 아님을 과시하는 주역이다.

“뜨거운 불과 같은 힘을 지닌 자연을 담았다”는 첫 곡 ‘불놀이’에서부터 두 명의 일렉트릭 기타와 베이스, 드럼은 무정형의 연주로 타오르고 넘실거린다. 내내 활기 넘치는 연주는 온도를 끌어올리기 전까지의 드라마와 활활 불태우는 순간의 드라마를 다르게 창출하고 화려하게 접합한다. 싱그러움과 뜨거움이 공존하고, 상쾌함은 리드미컬한 만개로 이어진다.

다브다(Dabda), 'One, World, Wound'. Official MV

“열대 바다에서 꽃을 건 배를 타고 수평선을 향해 항해하는 이야기”라는 타이틀곡 ‘Flower Tail’ 역시 낭만과 낙관으로 충만하다. 싱그러운 보컬과 발랄한 리듬으로 시작하는 곡이 포스트록의 어법으로 긁어대면서 가열하는 연주로 상승할 때, 사방이 환하게 물들고 향기로 가득해지는 것을 알아차리기 마련이다. 쉽게 경험할 수 있는 순간은 아니지만 드물게라도 만나는 비현실적인 순간의 아우라를 다브다는 훌륭하게 재현한다. 소리의 속도와 농도, 멜로디만으로 경험은 금세 이전한다.

기원의 슬픔을 노래한 곡 ‘기원’에서도 좀처럼 잠들 리 없는 드럼 연주는 예의 속도감으로 언젠가는 괜찮아질 거라고 달래준다. 마음의 격동처럼 들썩거리는 연주는 마음이 잠시도 쉬지 않는다는 증거다. 여기에 일렉트릭 기타의 청량함과 보컬의 아련함이 더해지면서 다브다의 음악은 서정과 서사를 동시에 거머쥔다.

좋은 멜로디, 허스키하고 섬세한 보컬, 전형적이기를 거부하는 연주는 모던 록 밴드 음악이 갖추어야 한다고 알려진 미덕 가운데 어떤 것도 놓치지 않겠다는 야심으로 가득 차 있다. 그렇지만 전혀 단단하지 않다. 다브다의 음악은 싱싱하면서 눈부시고, 아름다우면서 풋풋하다. 청춘의 기운으로 가득한 음악이고, 실제로 지금 젊은 뮤지션들이 만들어내는 음악이다.

다브다(Dabda), 'Flower Tail' . Official MV

마음이 굳어버리지 않은 사람, 금세 마음이 일렁거리는 사람, 아직은 꿈이 남아 있는 사람의 마음이 그리는 파형을 기록하듯 노래하고 연주하는 곡들은 추억을 호출하는 음악이자 추억을 계속 낚아채는 음악이다. ‘구름도시’가 만들어내는 몽롱하고 멜랑콜리한 사운드 스케이프에 취할 때 대도시이건 아니건 잊을 수 없는 순간들이 되살아날 것이다.

충만해지는 순간,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순간을 붙잡는 음악은 마법 같다. 그립고 아쉬웠던 순간들이 살아나 춤을 추고 상처가 지워진다. 언제 그랬냐는 듯 순식간에 끝나버리는 곡 ‘One, World, Wound’는 일장춘몽 같은 삶의 진실에 기어이 다가선다. 듣다보면 취하기 마련인 25분 11초.

지금 어떤 밴드가 절정이거나 절정으로 향해 가는지 알려주는 음반들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아직 모를까봐 마음이 급하다. 저기 보이는 다브다의 음반부터 들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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