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KBS 장악’ 목표로 한 사장 해임 시도 멈춰야

초법적 이사 해임으로 KBS 이사회 다수를 장악한 정부여당이 김의철 사장을 해임하기 위한 움직임을 본격화했다. KBS 이사회는 30일 김의철 사장 해임안을 긴급안건으로 상정했다. 9월에 해임제청안을 통과시키고 빠르면 10월 정부 입맛에 맞는 새 사장을 임명할 것으로 보인다. 총원 11명인 KBS 이사회는 야당 추천인사인 남영진 이사장과 윤석년 이사가 해임, 교체돼 여당 추천 6명, 야당 추천 5명 구도로 역전됐다. 그리고 곧바로 사장 해임에 나선 것이다. 즉 KBS 사장 교체를 목표로 정부여당이 이사 해임부터 치밀하게 추진했다는 것이 확인된 셈이다.

긴급안건으로 상정할 만큼 사장 해임이 긴요한지 살펴보면 옹색하기 그지없다. 김의철 사장에 따르면, 여당 추천 이사들이 제시한 주요 해임 사유는 대규모 적자로 인한 경영 악화, 직원들의 퇴진 요구로 인한 리더십 상실, 불공정 편향 방송으로 인한 대국민 신뢰 추락 등이다. 국민 지지율이 절반에도 크게 못 미치는 윤석열 대통령이 앞으로도 직원들의 퇴진 요구가 있는 공공기관장을 즉각 해임할 것인지 궁금하다. 또한 편향 방송이라는 평가는 극히 주관적인 것으로, 야당 성향 시청자들에게 물으면 반대로 KBS에 불만을 쏟아내는 실정이다. 공영방송은 정부 홍보기관도 아니고 용산에서 즐겨본다는 극우 유튜브도 아니다. 이런 해임 사유는 ‘언론이 24시간 정부 욕만 한다’는 윤 대통령 식의 천박하고 비합리적인 인식을 드러낼 뿐이다.

그나마 형식요건이라도 갖춘 것은 적자 경영이 유일하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김의철 사장은 국민에게 사과의 뜻을 밝히면서 “KBS의 주 수입원은 수신료, 광고, 콘텐츠 판매 수익인데 광고가 큰 폭으로 줄었다”며 “강도 높은 재정안정화와 비상경영을 통해 긴축했음에도 역부족이었다”고 설명했다. 수신료 통합징수를 아무런 사회적 논의도 없이 순식간에 폐지해 KBS의 핵심 수입원을 막은 정부여당이 경영악화를 문제 삼는 것은 황당하다. 아울러 흑자를 올리지 못한다고 공영방송 사장을 교체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김 사장도 “공영방송 KBS는 상업성, 영리성을 우선할 수 없다”고 항변했다. 그의 주장처럼 재난방송, 지역방송, 국제방송, 대북 방송, 장애인방송, 대하드라마, 비인기 스포츠 중계 등을 포기하면 경영은 호전되겠지만 공영방송의 책무는 저버리게 된다. 공공기관을 경영수지로만 평가한다면 내용상 민영화와 다를 바 없다.

결국 여당 추천 이사들은 사장을 교체하고 KBS를 장악하기 위해 가짜 명분을 들이댔을 뿐이다. 김 사장 역시 “KBS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외풍에 시달렸다. 그때마다 구성원들은 국민과 함께 싸웠다”고 강조했다. 현업 언론인단체를 포함한 언론계도 대다수 비슷한 입장이다. KBS의 보도 공정성이나 경영성과는 얼마든지 평가할 수 있고, 사장의 진퇴가 거론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KBS 구성원, 그리고 시청자인 국민과 함께 논의돼야 하며,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발전시키기 위한 목적이어야 한다. 국민의 눈과 입인 방송을 정권이 사유화하려는 모든 시도는 결국 국민에게 심판받았음을 거듭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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