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단식투쟁

취임 1주년을 맞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무기한 단식에 들어갔다. 윤석열 정권의 민주주의 파괴에 맞서 싸우겠다는 결심을 단식으로 표시한 것이다. 이 대표는 "퇴행적 집권을 막지 못했고, 정권의 무능과 폭주를 막지 못했다"면서 "죄송하다"는 입장을 먼저 밝혔다. 단식투쟁이 이러한 책임감에서 출발했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 대표는 윤석열 정부의 일본 오염수 방류 지지, 홍범도 흉상철거, 해병대원 사망 수사 개입, 서울-양평 고속도로 백지화, 부자감세, 이태원 참사 외면, 이동관 방통위원장 임명, 편가르기식 이념논쟁 등을 비판하면서 국정 방향 전환과 오염수 투기 반대, 전면적 개각 등을 요구했다. 이 대표가 지적한 내용은 모두 정당하며 이런 일들이 불과 몇 달 사이에 벌어졌다는 것이 놀라울 정도의 퇴행이라고 할 것이다.

단식투쟁은 다른 방식으로는 자신의 의지를 관철할 수 없는 사람이 스스로의 몸을 상하게 해 상대를 압박하는 투쟁이다. 말이 통하지 않는 군사독재 시절 야당 정치인이 선택했던 방법이기도 하다. 민주화가 된 지 30년이 훨씬 넘은 지금 야당 대표가 정권을 상대로 단식을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자괴감을 느끼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일각에서는 정기국회를 하루 앞두고 야당 대표가 극단적 투쟁을 선택한 것을 비판한다. 하지만 이는 전적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집권세력의 책임이다. 윤 대통령은 며칠 전에도 여당의 연찬회에 참석해 후쿠시마 오염수 투기 반대 여론에 대해 "1 더하기 1을 100이라고 그러는 사람들이다. 이런 세력들하고는 싸울 수밖에 없다"고 했고, 국회와 언론에 대해선 "여소야대에다가 언론도 전부 야당 지지 세력들이 잡고 있다. 24시간 우리 정부 욕만 한다"고 막말을 했다. 대화와 타협은 안중에 없다는 뜻일 테다. 대통령과 집권세력이 야당을 배제하고 힘으로 제압하려 하는 한 야당이 선택할 길은 투쟁밖에 없다. 지금 여야를 모두 비판하면서 '정치를 복원하라'는 식의 훈수를 두는 건 안이하고 무책임하다.

집권세력이 야당을 인정하지 않고 야당이 극한 투쟁에 나설 때, 그 승패를 가르는 건 결국 국민이다. 국민이 이 대표의 단식에 힘을 싣느냐 그렇지 않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이 대표가 배수의 진을 쳤다는 것만으로는 국민이 그에게 전폭적인 동정과 지지를 보내지는 않을 수 있다. 여당과 보수언론은 또 '방탄론'을 내세워 논점을 바꾸려 할 것이 분명하다. 이 대표가 정말로 '모든 것'을 걸었다면 그에 걸맞은 말과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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