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총리가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를 '처리수'로 바꾸자는 입장을 내놨다. 한 총리는 30일 국회에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거쳐서 '처리된 오염수'가 과학적으로 맞는 표현이라고 생각한다"며, 용어 변경을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한 총리의 입장은 이미 여당에서 나온 이야기이기도 하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오염 처리수로 공식화해야 한다"고 말했고, 여당에서 관련 논의를 주도하고 있는 성일종 의원도 "오염 처리수가 맞는다"며 "정치 공세를 위해 오염수라 부르고, 핵 폐수라 부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성 의원은 "위원장인 내가 썼으니까 이미 우리는 공식화했다고 봐야 한다"고도 말했다.
지금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처리수'라고 부르는 건 일본 정부다. 위험을 낮추어 인식하는 게 당장의 일본 정부 입장에선 유리할 지 모른다. 그러나 앞으로 30년 이상 바다로 버려질 오염수를 두고 그 위험을 머릿속에서만 낮추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 설령 일본 정부의 현재 주장을 100% 신뢰한다고 하더라도 앞으로 수십년 간 이런 인식이 유지될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중요한 건 위험을 낮추는 것이지, 낮추어 '인식'하는 게 아니다.
나아가 우리 정부와 여당이 앞장서서 이런 주장에 동조하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정부는 우리 수산업계의 피해를 구제하기 위한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다. 내년 예산에도 수백억 원에서 수천억 원에 이르는 직간접 비용이 편성됐다. 일본이 끼친 피해를 왜 우리가 메워야 하는지 이해할 수 있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오염수와 관련한 국민의 우려를 괴담이나 가짜뉴스로 취급하고 있다. 단지 일본 정부의 발표를 믿으라는 것이다. 일본 정부의 행동을 감시하고 검증하면서 위험을 줄이는 데 앞장서야 할 우리 정부가 도리어 일본을 대변하는 데만 열중하고 있는 꼴이다. 그러니 더 우려가 커진다. 오염수를 '처리수'로 바꾸자는 발상은 그런 우려만 증폭시킬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