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박광온 원내대표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앞에서 열린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 중단! 방류 용인 윤석열 정권 규탄 2차 범국민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09.02. ⓒ뉴시스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규탄하기 위해 시민들이 거리로 나섰다. 시민들은 오염수 방류를 용인하고, 우려를 표하는 여론을 비판한 윤석열 정부에 대해서도 규탄의 목소리를 냈다.
일본의 오염수 방류가 시작된 지 10일째인 2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에서 진행된 '후쿠시마 핵 오염수 해양투기 중단·윤석열 정부 규탄 2차 범국민대회'에는 5만여명(주최측 추산)의 시민들이 모였다. 시민들은 '일본 핵 오염수 투기 철회', '윤석열 정권 규탄'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윤석열 정부는 일본을 국제해양법 재판소에 제소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범국민대회에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박광온 원내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소속 의원과 진보당 강성희 원내대표, 기본소득당 용혜인 상임대표 등 야 3당이 참석했다. 야당 인사들은 오염수 방류에 대해 우려하는 여론을 '반국가세력'이라고 규정하면서 비판한 윤석열 대통령의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4일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오염수 방류를 용인한 윤석열 정부의 태도와 관련, "국민들은 외국이 대한민국의 해양 주권을 침범하면 당당하게 대통령이 나서서 '이건 아니다', '방류를 중단하라'고 하는 대통령을 원한다"고 말했다.
또 오염수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여론을 두고 '반국가세력'이라고 표현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서도 "불안한 국민들이 정치와 국정에 불만을 이야기한다고 해서 국민들을 비난하고 모독할 것이 아니라 진지하게 귀기울이는 정부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육군사관학교의 홍범도 장균 흉상 이전 문제에 대해서도 "이역만리 먼 땅에서 대한 독립을 위해 온 가족을 희생한 홍범도 장군 같은 독립 영웅이 외국에서 강제 이주를 당한 것도 억울한데, 고국으로 돌아와서 다시 또 강제 이주를 당해야겠느냐"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이 나라가 과거로 퇴행하는 것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면서 "우리 함께 포기하지 말고 손잡고 함께 막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성희 진보당 원내대표도 "윤 대통령은 국민들을 향해 공산 전체주의, 반국가 세력이 반일 감정을 선동한다면서 비난한다"면서 "이 자리에 모인 우리가 반국가 세력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윤 대통령이야말로 친일 사대주의, 반국민 세력의 선봉에서 친일 반민족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 원내대표는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겠다는 절박하고 당연한 목소리를 일본을 위해 희생하라는 대통령, 뉴라이트 이념으로 나라를 분열하는 대통령은 21세기 친일 부역자"라고 비판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상임대표는 "윤석열 정부는 오염수 방류 미루고 더 검증하자는 과학자들, 다음 세대와 현재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르니 불안하다는 국민들을 괴담에 선동된 사람이라고 했다"면서 "대통령은 그런 국민과 싸우겠다고 선언했다. 어느 나라 대통령이 국민과 싸우겠다 선언하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정부·여당은 일본이 자기네 땅에서 오염수를 방류하는데 한국이 무슨 말을 하느냐고 한다"면서 "이건 국민 배신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국제해양재판소에 제소하고, 국민 투표도 하고,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으로서 외교적 노력도 해야 하지 않나. 그게 대통령의 모습 아니냐"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앞에서 열린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 중단! 방류 용인 윤석열 정권 규탄 2차 범국민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09.02. ⓒ뉴시스
이날 범국민대회에는 어민, 주부, 전문가 등 시민들도 발언에 나서 일본 오염수에 대한 우려와 정부의 대응을 지적했다.
김삼호 한국수산업경영인중앙연합회 완도군연합회 수석부회장은 "걸레는 아무리 빨아도 걸레고, 오염수를 아무리 정수 처리해도 오염수는 오염수"라며 "최소한 국민과 대화를 하든, 눈치라도 있어서 어민과 피해보상정책이라도 논의하고 나서 방류를 찬성하든, 지지하든가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울분을 토했다.
김 수석부회장은 "코로나 3년 동안 잘 버텨왔는데 지금은 고금리, 고물가에 전기세 인상에 오염수까지 겪고 있다"면서 "어민들이 사면초가에 호소하려고 하늘을 쳐다보면 정부는 하늘에서 민생을 하수구 종말처리장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 아이의 엄마라고 소개한 이서윤 에코생활협동조합 대의원은 오염수가 안전하다는 일본 정부와 윤석열 정부의 주장에 대해 "길에 버려진 쓰레기는 필요 없고, 더럽고, 피하고 싶은 것들"이라면서 "일본 오염수도 같다. 일본 정부에 도움이 되면 버리지 않을 텐데, 가지고 있기 싫고, 더럽고, 눈앞에서 사라지게 하기 위해 바다에 버리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 대의원은 "더 어이없는 건 우리 정부 대처다. 우리 정부가 수산물 소비 활성화를 위해 800억원 더 투입한다고 한다"면서 "앞으로 30년 동안 진행될 오염수 방류를 위해 얼마나 많은 세금을 투입해야 하느냐. 왜 우리가 일본의 쓰레기 처리 때문에 엄청난 감내를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앞서 해양수산부는 지난달 31일 수산물 소비 활성화를 위해 편성된 올해 본예산 640억원에 예비비 800억원을 추가로 투입한다고 밝힌 바 있다.
원자력 전문가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 소장은 "정부에서 전문가, 과학자들은 오염수 방류를 찬성한다고 하지만, 그건 거짓이라고 말씀드린다"면서 "(찬성 의견이) 아닌 과학자들이 더 많다"고 밝혔다.
한 소장은 "정부는 IAEA(국제원자력기구)에서 방류를 찬성했으니, 우리가 그 의견을 따라간다고 하는데, IAEA 보고서 첫장에 '우리는 안전성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한다"면서 "안전성에 대해 제대로 검증도 하지 않은 보고서를 믿고 일본은 방류를 결정하고, 우리 정부는 타당하다고 하는 비과학적인 절차를 밟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저는 과학을 믿지 않는다. 상식을 믿는다. 상식으로 설명되지 않는 과학은 믿지 않는다"면서 "아무리 과학이 뛰어나다고 해도 국민의 상식을 뛰어넘을 수는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범국민대회에 참석한 이들은 집회가 끝난 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방향으로 행진을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