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 49재를 앞두고 당일 출근 대신 추모행동에 참가하려는 교사들에 대해 교육부가 노골적으로 징계를 협박하고 있다. 아랑곳 않고 49재 이틀 전인 2일 국회 앞에는 25만명의 교사들이 운집해 잇따른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과 법제도 보완을 촉구했다. 앞에서는 교사들 목소리를 경청하겠다면서 ‘불법 집단행동에 대한 징계와 형사고발 등 강력 대응’을 내세운 교육부가 분노에 기름을 끼얹었다는 평가가 많다.
50만 교사 중 25만명이 한날 한자리에 모인 것은 엄청난 일이다. 어떤 단일직종 종사자들도 이렇게 모인 사례가 없다. 더구나 교사들은 7주째 대규모 주말집회를 열었다. 교육부는 당장이라도 진지하게 대화를 갖자고 했어야 한다. 그러나 교육부는 이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제안한 교육부, 교육감협의회, 교원단체, 9월4일 집회 주최 교사들이 참여하는 ‘4자 협의체’도 일언지하에 거절한 바 있다.
2일 주최측 예상을 훨씬 웃돈 대규모 집회에 놀란 당국은 3일 갑자기 분주했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 의장까지 참여한 고위당정협의회에서 교사들의 추모행동과 관련해 대응을 긴급 논의했다. 교육부는 느닷없이 교사들과 대화하는 행사를 열더니 이주호 장관이 ‘깜짝’ 등장해 “학생들에게는 선생님이 필요하다. 선생님들께서는 우리 학생들의 곁에서 함께해 주시길 부탁드린다”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교권회복 및 보호 강화를 위한 현장교사와의 대화’라는 일방적인 행사는 시작 전부터 “49재 추모행동을 막기 위한 쇼” “대표성도 없는 교사들을 들러리로 참가시켰다”는 격한 비판에 직면했다. 결국 이 대화조차 이주호 장관의 호소문 발표를 위한 요식행위였다는 점이 확인됐다.
지금 교육부가 먼저 해야 할 일은 교사들의 추모행동에 대해 징계 운운하며 협박한 것에 대해 정중히 사과하는 것이다. 교사들에게 학교와 학생들을 지켜달라고 호소하는 것과 이탈하면 징계하겠다고 협박하는 것은 양립할 수 없다. 느닷없이 전교조를 공격해 교사 내부를 이간질하려는 꼼수도 중단해야 한다. 교육부는 슬퍼하는 교사들에게 교실로 돌아가라고 윽박지를 것이 아니라 공교육 정상화의 주역으로 인정하고 진지하게 의견을 경청해야 한다. 서이초 이후에도 교사들의 죽음이 잇따르고 있는데 이제 와서 대책은 맡겨두고 수업에나 신경쓰라니 너무 뻔뻔하다. 교사들의 추모와 애도마저 정략적으로 재단하고 탄압하는 것이야말로 최악의 교권 침해임을 알아야 한다. 거듭된 경고에도 징계를 실행한다면 교사는 물론 전국민의 지탄을 받을 것이며, 교육 파탄의 주범이라는 평가를 피하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