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이태경의 토지와 자유] 빚 권하더니 뒤늦게 대출 줄이겠다는 윤 정부

특례보금자리론과 50년 만기 주담대 모두 윤 정부의 야심작

윤석열 정부의 전방위적 집값 올리기에 힘입어 가계대출이 폭증을 거듭하자 화들짝 놀란 윤 정부가 뒤늦게 대출 관리에 나선 모양새다. 윤 정부는 특례보금자리론과 50년 만기 주담대(주택담보대출)를 가계대출 폭증의 주범(?)으로 간주하고 관리에 나섰는데, 두 상품 모두 윤 정부가 집값 올리기의 연료로 활용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윤 정부가 대출관리에 앞서 할 일은 국민들을 향한 사과다.

50년 만기 주담대와 특례보금자리론 관리에 나선 윤 정부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조만간 행정지도를 통해 50년 만기 주담대의 산정 만기를 40년으로 축소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약정 만기가 50년이어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계산 때는 40년을 적용하겠다는 것인데, 이런 방식을 취하면 직전보다 대출한도는 줄어들지만, 원리금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는 그대로라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역차별 논란을 불러온 나이 제한은 두지 않기로 했다.

또한 가계대출 증가의 또 다른 주범으로 지목됐던 인터넷전문은행은 주담대 대상을 무주택자로 축소했다. 지난 30일부터 카카오뱅크는 주담대 대상자를 기존 1~2주택자에서 무주택세대로 변경했다. 지난달까지 연 3%대 금리(하단 기준)로 주담대를 제공해 왔으나 이날 기준 변동금리 대출 금리는 연 4.08%까지 올랐다. 카카오뱅크는 은행 자율로 뒀던 나이제한도 적용한다.

한편 50년 만기 주담대와 함께 가계대출 폭증의 원흉으로 지목된 특례보금자리론에 대한 관리도 낮은 금리를 높이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금융당국은 8월에 이어 이번 달도 금리를 올리기로 하고 적용 시점을 오는 7일로 정했다. 이번 인상으로 일반형은 연 4.65%(10년)∼4.95%(50년)로 올랐고, 저소득청년과 신혼가구, 사회적 배려층(장애인 및 한부모 가정 등) 등을 위한 우대형 상품도 처음으로 0.20%포인트(p) 인상된다.

서울 시내 한 신축빌라에 분양 공고문이 붙어 있다. (자료사진) ⓒ민중의소리

특례보금자리론과 50년 만기 주담대 판매(?)에 앞장 선 건 윤 정부

윤 정부가 만시지탄이긴 하나 지금이라도 가계대출 폭증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대출 관리에 나선 건 평가할 일이다. 하지만 윤 정부가 그 전에 해야 할 일이 있다. 가계대출 폭증 원인을 제공한 데 대해 국민들에게 머리 숙여 사과하는 것이 그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윤 정부는 취임 초부터 집값 올리기를 위해 세제, 대출, 청약, 재건축, 분양가 등의 전 분야에 걸쳐, 법률 개정이 필요한 것을 제외하곤, 시장정상화 조치들을 블도저처럼 해체시켰다. 윤 정부는 집값 올리기의 주된 방편으로 대출을 이용했는데 생애 최초 주택구매 가구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상한을 완화해 집값의 80%·최대 6억 원까지 대출을 허용한 것, 규제지역 내 15억 원 초과 아파트의 주택담보대출을 가능케 한 것 등이 대표적 예다.

거기에 윤 정부의 야심작이 더해지니 그게 바로 연초부터 판매된 특례보금자리론이다. 특례보금자리론은 연 소득에 상관없이 최대 9억 원의 주택을 담보로 5억 원까지 빌릴 수 있는 상품으로 최근까지 심사를 통과한 대출 규모만 무려 30조 원을 넘는다.

최근 윤 정부가 가계대출 폭증의 주범으로 낙인찍은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도 윤 정부의 작품이라고 봐도 크게 무리가 아니다.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초장기 주담대 개념이 나온 데다 주택금융공사가 주도해 50년 만기 상품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19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2023.08.31. ⓒ뉴시스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계대출

특례보금자리론과 50년 만기 주담대에 힘입어 올해 들어 주택거래가 늘고 일부 지역에서 국지적 가격반등이 목격됐으니 윤 정부의 집값 올리기는 부분적으로 성공했다 할 것이다.

하지만 대가는 치명적이다. 국내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규모가 4개월 연속 증가하며 680조원을 넘어선 것이다. 또한 주택담보대출이 한 달 새 2조원 넘게 급증하며 가계대출 규모가 폭증 중이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8월말 기준 680조8120억원으로 집계됐는데, 가계대출 잔액은 4개월 연속 증가했다. 상황이 더 나쁜 건 증가폭이 5월 1431억원, 6월 6332억원, 7월 9755억원, 8월 1조5912억원으로 빠르게 늘고 있다는 것이다.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1년4개월 연속 감소한 바 있다.

가계대출 폭증을 견인하는 건 단연 주담대다.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주담대 잔액은 514조9997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월 512조8875억원 대비 2조1122억원 불어난 규모다. 주담대 폭증은 대출 위주로 집값 올리기에 몰두한 윤 정부의 부동산 정책 탓이 압도적으로 크다.

윤 정부가 지금이라도 가계대출 폭증세의 위험성을 깨닫고 특례보금자리론과 50년 만기 주담대의 관리에 들어선 건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윤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가 시장에서 주효하기 위해서는 특례보금자리론 및 50년 만기 주담대를 집값 상승의 연료로 활용했던 윤 정부의 과거 결정에 대한 진솔한 반성과 인위적 집값 상승 시도를 중단하겠다는 선언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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