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향 의원이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 추도식에 참석한 일을 놓고 집권세력의 공세가 심해지고 있다.
통일부는 윤 의원의 행사 참석이 '북한 주민'으로 간주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이하 총련)와 사전에 신고되지 않은 접촉일 수 있다면서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정도면 얌전한 반응에 속한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윤 의원을 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같은 당의 윤재옥 원내대표는 윤 의원의 행위가 "반국가적 행위"라고 비난했다. 하태경 의원은 "(윤 의원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주장까지 내놓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내놓은 "자유민주주의 국체를 흔들고 파괴하려는 반국가 행위"라는 말 역시 윤 의원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윤 의원이 참석한 행사는 일본의 시민단체가 조직한 '간토학살 희생자 추도실행위원회'가 주최한 행사다. 일본의 시민사회는 간토대지진(관동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 문제를 끈질기게 추적해왔다. 100년 전 벌어진 이 사건에서 조선인 희생자의 숫자는 적게는 6천여 명에서 많게는 2만여 명이 훨씬 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희생자의 숫자가 확정되지 못한 것은 일본 정부가 이 사건에 대한 공식 조사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식민 지배가 종결되고 한일 국교가 정상화되는 과정에서도 이 문제는 다루어지지 않았다. 우리 정부 역시 이를 외면했기 때문이다. 도리어 일본의 시민사회와 총련은 조선인강제연행진상조사단을 만들어 지난 반세기 동안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고 추모 행사를 열어왔다. 윤 의원이 참석한 이번 행사도 그 연장선이었다.
이쯤 되면 우리 정부나 여당이 윤 의원을 비난할 자격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정부는 간토대학살 100주기를 맞아 아무런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그래놓고 윤 의원의 행사 참석이 확인되자 마치 벌집을 건드린 것처럼 흥분한 표정이다. 총련과의 '접촉'을 문제삼는 것도 옹졸하기 그지없다. 일본에서 총련은 합법적 단체이며 진보적 시민사회운동과 인적으로 섞여 있다. 한일 교류 과정에서 총련 소속 인사들을 만나는 건 어려운 일도 아니다. 이를 하나하나 찾아내 문제삼을 수 있다는 발상이야말로 자유민주주의와 대척점에 있다.
정부 비판세력을 공산전체주의를 몰아온 윤석열 정권은 이번 사건을 대대적인 공안몰이로 비화시키고 싶은 듯하다. 곧이어 검찰이 나서서 윤 의원을 국가보안법으로 수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무슨 부끄러운 일인가. 간토대학살의 진실보다 스쳐 지난 '총련'이 더 중요하다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