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10월 11일)에 후보를 내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후보를 내는 것이 집권 여당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은 공천관리위원회를 발족해 공천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의 당규에는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의 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인해 재·보궐 선거가 발생한 경우 공관위는 최고위 의결을 거쳐 후보를 추천하지 않을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재·보궐선거의 원인을 제공했을 경우엔 선거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김 대표는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의 경우엔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논리를 폈다. 대신 김 전 구청장에게 유죄를 선고한 "김명수 대법원이 저지른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집권여당의 대표가 대법원 판결을 이렇게 대놓고 무시한 것은 놀라운 일이다. 그동안 정치권에서는 법원의 판결에 불만이 있더라도 판결에 대해선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왔다. 김 대표는 김 전 구청장의 '공익 제보'를 강조하지만 그가 유죄 판결을 받은 건 그것 때문이 아니었다. 그래서 김 전 구청장의 유죄 판결은 1,2심과 대법원 모두에서 이렇다할 논란없이 확정된 바 있다.
사실 국민의힘은 최근까지도 이번 보궐선거에 공천을 하지 않는 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이렇게 입장이 바뀐 건 여당의 위에 있는 '용산'의 뜻이 반영된 것이라고 본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법원 유죄 확정 석 달 만에 김 전 구청장을 사면한 것이 그것이다. 보궐선거를 의식하지 않았다면 나올 수 없는 조치였다.
이런저런 절차를 거치겠지만 국민의힘은 김 전 구청장에게 공천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역시 '용산'의 의향이 그 쪽에 쏠려있기 때문이다. 민주당도 무공천 당헌을 뒤집고 자당 출신 공직자가 낙선한 자리에 다시 후보를 낸 적이 있지만, 당사자를 다시 공천하지는 못했다. 이렇게 뻔뻔하고 오만한 정치는 일찍이 없었다. 대법원의 판결도 무시하고 오직 '용산'의 뜻만 모시는 여당이라면 존재할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