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 없는 대응이 필요하다” 샌더스의 미국 노동절 연설 전문

2022년 7월 20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시위 중인 미국 상원 식당 노동자 앞에서 연설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편집자주

1963년 시카고대학교 입학 이후부터 사회운동가로 활동한 버니 샌더스는 미국 버몬트주의 무소속 상원의원으로 미 상원에서 스스로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유일한 인물이다.샌더스는 돌풍을 일으키며 2016년과 2020년에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참여해 1, 2위를 다퉜으나, 언론과 민주당의 당중앙 및 다른 후보들이 연합해 그의 승리를 막아냈다. 다음은 샌더스가 9월 첫번째 월요일인 미국의 노동절을 맞이해 한 연설의 전문이다.  

원문:  Bernie Sanders: “Today We Are Seeing Workers Stand Up and Fight Back”

현대 역사상 지금보다 노동자가 함께 힘을 모아 연대해야 하는 순간은 없었다. 인류 역사상 이렇게 적은 사람이 이렇게 많은 것을 소유하거나, 소득과 부의 불평등이 이렇게 심한 적이 없었다. 역사상 이렇게 소유가 집중된 적이 없었고, 이렇게 많은 정치적 권력을 쥔 억만장자 계급도 존재한 적이 없으며, 지배층의 탐욕, 오만, 무책임이 극에 달한 것도 전례가 없다. 이런 현상은 미국과 지구상의 거의 모든 나라에서 나타나고 있다.

전례 없는 불평등

이 나라에서는 이제 전 세계 최고 부자 세 사람이 하위 50%보다 더 많은 부를 소유하고 있다. 한편 세계 역사상 가장 부유한 이 나라에서 수천만 명이 먹을거리를 마련하고, 감당할 수 있는 집과 의료 서비스, 처방약, 보육, 교육 기회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전례 없는 소득과 부의 불평등이 존재하는 이 시기에 억만장자 계급과 1%의 사람들은 미국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잘살고 있고, 미국 국민의 60% 이상이 한 달에 한 번씩 월급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고, 많은 사람은 굶주림을 겨우 면하게 해주는 임금을 받으며 열악한 근무 조건 속에서 일하고 있다.

노동자 생산성의 크게 향상되고 기술 발전이 폭발적으로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물가상승을 감안하면 오늘날 미국 근로자의 평균 주당 수입은 50년 전보다 45달러 감소했으며, 대다수의 가정은 두 명이 생계를 책임져야 생존할 수 있다.

민주주의가 아닌 과두제

오늘날의 세계에서는 국내 사업만 하는 대기업이 거의 없다. 대기업은 거의 다 다국적 글로벌 기업이다. 블랙록, 뱅가드, 애플, 아마존과 같은 기업은 전 세계 여러 지역에 지사를 두고 가장 값싼 노동력과 가장 약한 환경 기준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이 점은 분명하게 하자. 소유의 집중이 심화되고 부와 소득 불평등이 심해지면서 지배 계급의 정치 및 미디어 권력도 커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억만장자는 (특정 후보와 ‘직접’ 연계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무제한으로 모금활동을 할 수 있는) 슈퍼팩(Super PAC)을 통해 합법적으로 선거운동에 원하는 만큼의 돈을 쏟아부을 수 있기 때문에 정치 과정에서 굉장히 큰 역할을 한다. 억만장자는 자기 이익에 맞는 후보를 선출하고 반대 후보를 떨어뜨리데 돈을 무제한으로 쓸 수 있다는 얘기다. 이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이것은 과두정치다.

미국과 세계의 소유권 집중에 대해 얘기할 때 미디어를 빼놓을 수 없다. 미국에서는 8개의 재벌기업이 미국 국민이 보고, 듣고 읽는 콘텐츠의 90%를 통제하고 있다. 이것은 전 세계적인 양상이다. 예를 들어 우익의 억만장자 루머트 머독은 많은 국가에서 주요 미디어 매체를 소유하고 있다. 재벌기업 미디어의 주된 기능은 노동자의 삶의 현실로부터 관심을 돌리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게 하며, 노동자가 공동의 이익을 위해 조직을 꾸리는 것을 방해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국민의 대다수를 구성하는 노동자가 ‘계급’으로 정의되지도 않는다. ‘노동자 계급’이라는 표현은 미디어에 등장하지 않고, 부자가 왜 더 부유해지고 다른 사람은 왜 더 가난해지는지에 대한 이유도 제시되지 않는다.

쉽지는 않겠지만, 미디어를 소유한 억만장자의 이익만 대변하지 않고 노동자 게급의 요구를 반영하는 강력한 국제 미디어를 만들어야 한다.

두 배로 늘어난 재산

미래를 내다볼 때 우리가 주목해야 할 몇 가지 중요한 이슈가 있다. 코로나 팬데믹은 전 세계적으로 600만 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갔다. 사망자와 감염자 대부분은 대기업의 CEO나 1%의 부유층이 아니었다. 그들은 멋진 저택과 사무실에서 고립된 채 컴퓨터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었다. 죽어가고 병에 걸린 사람은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일터로 출근할 수밖에 없는 직장인들이었다. 그들은 간호사와 의사, 창고 노동자, 공장 노동자, 경찰관, 소방관, 버스운전사, 호텔 직원, 요식업 종사자, 그리고 매일 다른 사람과 접촉하며 질병과 죽음에 노출된 다른 많은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었다. 세계 경제를 유지한 것은 이들의 노동이었다. 우리는 이들의 희생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수천만 명의 노동자가 병에 걸리고 많은 사람이 사망한 팬데믹 초기 2년 동안 세계 10대 부자의 재산은 7000억 달러에서 1조 5000억 달러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반면 인류의 99%의 소득은 감소했고, 1억 6000만 명이 추가로 빈곤층으로 내몰렸다.

나는 미국 상원에서 의료 문제를 다루는 위원회의 위원장을 맡고 있는데, 미국이나 다른 대부분의 국가는 앞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는 팬데믹에 대비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다음 팬데믹을 예방하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다음의 대규모 팬데믹이 발생했을 때 수백만 명의 노동자가 불필요하게 사망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할 일이 우리 앞에 많이 남아 있다.

녹색 일자리

무시할 수 없는 또 다른 문제는 기후변화다. 지구가 더워지면서 폭염, 가뭄, 홍수, 산불, 극심한 기상 이변이 더 많이 발생하면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전 세계의 노동자 계급이 될 것이다. 돈 있는 사람들은 자기 자신과 가족을 훨씬 더 잘 보호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기후변화에 대처하고 탄소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뿐만 아니라 효율성이 높고 지속가능한 에너지로 전환하면서 전 세계에 수백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계획만 잘 세운다면 우리는 깨끗하고 오염을 일으키지 않는 글로벌 경제를 만들 있고, 경제를 약화시키지 않고 오히려 더 강하게 만들 수 있다.

이런 노력으로 일환으로 전례 없는 수준의 국제협력이 필요하다. 국제협력 없이는 기후위기를 해결하지 못한다.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군비를 수십억 달러 더 지출할 필요 없다. 더 이상의 냉전도 필요 없다. 전 세계가 힘을 합쳐 에너지 시스템을 혁신하고 기후 변화에 대처하며 지구를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근무시간 단축

우리 모두가 주목해야 할 또 다른 주요 이슈는 신기술과 인공지능의 폭발적인 발전이다. 이런 기술은 인류에게 큰 이익을 가져다 줄 수도 있고, 수천만 명의 노동자에게 엄청난 고통을 안겨줄 수도 있다. 여러분과 여러분의 동료가 지금 가지고 있는 많은 일자리가 10년이나 20년 후에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문제는 누가 어떤 결정을 내리고, 그 결정에 따라 누가 이익을 얻느냐는 것이다. 좋은 소식은 우리가 함께 기술의 혜택이 단순히 1%와 그 기술 소유자에게만 돌아가지 않도록 한다면 우리가 이룰 수 있는 것은 무한하다는 것이다. 로봇공학과 인공지능을 통해 생산성이 향상되면 그 혜택은 해당 기술을 소유하고 통제하는 기업뿐만 아니라 전 세계 노동자에게 돌아가야 한다. 무슨 말인고 하니, 신기술이 일자를 빼앗는다고 해서 노동자를 길거리로 내쫓는 것이 아니라, 소득 손실 없이 근무시간을 대폭 단축하도록 요구해야 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지난 80년 동안 주 40시간 근무가 법적인 풀타임 근무였다. 우리는 주당 근무시간을 대폭 줄이고 노동자에게 더 많은 여가, 가족과의 시간, 교육 기회를 제공하도록 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이런 신기술은 노동자 계급에게 재앙이 될 수도 있고, 세계 역사상 처음으로 모든 남성, 여성, 어린이가 적절한 생활 수준을 누릴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도 있다. 대기업의 CEO뿐만 아니라 노동자가 이 기술이 어떻게 쓰일지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반격에 나선 노동자

오늘날의 경제에 대해 우려해야 할 점이 많지만 매우 좋은 소식도 있다. 내가 미국에서 직접 보고 있는 것을 얘기하는 것이다. 즉, 오늘날 우리는 수십 년 동안 보지 못했던 방식으로 노동자가 일어나 싸우는 것을 보고 있다. 미국에서는 더 많은 노동자가 노조 가입을 원해 작년에만 27만3,000명이 노조에 가입했다. 적절한 임금과 복리후생을 위해 파업에 나선 노동자 수도 아주 오랫동안 보지 못했을 정도로 크다. 그리고 이런 노조 중 다수가 좋은 계약을 쟁취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진보적인 리더십과 전투성을 통해 상당한 임금인상과 근무조건 개선을 쟁취한 팀스터스(미국 최대 노조 중 하나인 전미트럭운전자조합) 노조원에게 축하의 말을 전하고 싶다. 나는 이들이 다른 노조의 모범이 되기를 바라고 또 그렇게 될 것이라 믿는다. 오랫동안 볼 수 없었던 방식으로 일어나 반격에 나선 전미자동차노조에게도 축하를 전하고 싶다.

우리는 블루칼라, 화이트칼라, 그리고 그 사이에 있는 직종에서 노조를 조직하려는 노력을 목격하고 있다. 스타벅스나 아마존에서 일하는 젊은이들에게서 이런 변화를 목격하고 있다. 병원의 간호사와 의사, 그리고 대학 캠퍼스에서도 이런 현상을 목격하고 있다. 올해에만 14,000명 이상의 대학원생이 전력노조에 가입했다. 고학력 학생들이 명문대학을 나와도 착취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에 눈을 뜨고 있고, 예능계의 작가와 배우들도 엄청난 용기를 내어 파업에 돌입하고 정당한 몫을 요구하고 있다. 또 애플이나 세가, 액티비전 블리자드, 구글 등의 기업에서 점점 더 많은 사무직 노동자가 상사에 맞서 협상에 참여할 권리를 요구하고 있다.

어떤 종류의 변화를 가져와야 하는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노동자는 이해하고 있다. 우리는 정직하지 못하고 무책임하며 오만하고 일반 노동자는 안중에도 없는, 심지어 자기 직원을 경멸하는 태도로 대하기도 하는 CEO의 전례 없는 탐욕에 의해 움직이는 지배층에 맞서고 있다. 지배계층은 반노동자 노력의 일환으로 불법 노조 와해 전술을 대대적으로 벌이고 있다. 미국 기업이 컨설턴트를 고용해 사무실, 작업장 등의 노동현장으로 들여와 노동자들에게 노조 결성에 반대표를 하도록 협박하는데 들인 돈이 작년에만 4억 달러가 넘는다.

그렇기 때문에 다음과 같은 결론으로 연설을 마무리하고 싶다. 전례 없는 기업의 탐욕이 극에 달한 지금, 전례 없는 노동자의 대응이 필요하다. 미국과 전 세계에서 제도권 세력과 그들의 기관에 대한 신뢰와 지지가 감소하고 있다. 사람들은 변화를 원하고 있다. 그리고 변화는 올 것이다.

문제는 그것이 어떤 변화가 될 것인가이다. 돈 있고 힘 있는 사람에게만 이익이 되는 변화일까? 편을 가르고, 집단들을 서로 대립시키고, 여성을 스스로 중요한 결정을 내리지 못할 만큼 똑똑하지 못한 2등 시민으로 취급하는 권위주의로 우리를 이끄는 변화일까? 그런 변화가 일어날 수도 있다. 하지만 또 다른 종류의 변화가 일어날 수도 있다. 그것은 사랑, 연대, 연민을 바탕으로 더 공정하고 정의로우며 민주적인 사회를 만드는 변화일 수 있다. 경제적, 사회적, 인종적 정의의 원칙에 기반한 변화일 수 있다. 우리 앞에 놓인 선택은 분명하다. 나는 여러분과 내가 어떤 선택을 할지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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