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무가내 개방 ‘용산공원’ 예산, 또 늘린다

국토부, 관련 사업 내년 예산 151억원 증액…오염 정화 작업 없이 개방돼 안전성 우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서울 용산어린이정원 분수정원에서 열린 다둥이가족 초청행사에서 어린이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2023.08.26. ⓒ뉴시스

유해물질로 오염된 주한미군기지 반환부지를 용산공원으로 꾸미는 데 들어가는 예산이 내년에 더 불어난다. 지난 5월 개방된 용산공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어린이들과 만나는 홍보 무대가 됐다. 용산공원 관련 예산 증액은 안전성 문제가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더 많은 어린이를 불러 모으겠다는 것이어서 우려가 크다.

8일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국토교통위원회)과 장혜영 정의당 의원실(예산결산특별위원회)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예산안 사업설명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용산공원 조성 및 위해성 저감 사업’의 내년도 예산으로 455억 2,200만원을 책정했다.

윤석열 정부는 해당 사업 예산을 매년 대폭 늘리고 있다. 내년 예산은 올해 303억 8,700만원에서 151억 4,400만원(49.8%) 증액됐다. 지난해 예산은 90억원 수준이었다.

정부는 현재까지 용산기지 243만㎡(약 74만 평) 중 약 60만㎡(18만평)를 반환받았으며, 30만㎡(9만평)를 개방한 상태다. 윤 대통령 취임 직후인 지난해 6월, 처음으로 열흘간 시범개방했다. 이후 지난 5월 4일부터는 임시개방을 해놓고 있다. 당시 정부는 ‘120년 동안 금단의 땅으로 남아 있던 부지를 미래세대와 함께 연다’며 의미를 부여 했다. 시민사회에서는 윤 대통령 취임 1주년에 맞춰 무리하게 개방을 강행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 윤 대통령 부부는 용산공원을 홍보 공간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내가 대통령이라면’을 주제로 윤 대통령의 국정 활동 모습 등을 담은 특별 사진전을 열었고, 7월에는 공원 내 구축된 도서관에서 김건희 여사가 환경 운동가 제인 구달과 환담을 가졌다. 지난달에는 부부가 예고 없이 다둥이가족 행사에 참석했다.

최근에는 용산공원에서 대통령실이 윤 대통령 부부의 모습이 담긴 색칠 놀이 밑그림을 나눠준다고 사회관계서비스망(SNS)에 올린 시민들의 출입을 금지해 논란을 사기도 했다.

내년 예산을 보면, 대통령실 이전과 맞물려 졸속 추진된 용산공원 관련 사업이 확대되는 모양새다. ‘기존 건축물 리모델링 및 부지 정비 비용’을 올해 213억원에서 내년 267억원으로 54억원 늘렸다. 건물과 부지를 보기 좋게 치장하는 비용이다. 기존 장군 숙소는 현재 전시관·도서관·기록관 등으로 리모델링된 상태다. 미군 야구장이었던 공간에는 잔디가 깔렸고, 산책로도 조성됐다. 어린이용 축구장과 야구장도 구축됐다. 정부는 예산을 더 투입해 시설을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반환부지 남쪽 장군 숙소 구역의 아직 리모델링이 되지 않은 건물들을 새 단장한다. 또한, 나대지로 남은 부지도 정비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개방된 부지를 내실화하기 위해 시설 구축에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부 시설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기존 건축물 리모델링을 추가로 진행하려고 한다”며 “예를 들면 여름방학 체험 학습을 할 수 있는 내부 실내 편의시설이라든지 쉴 수 있는 공간을 확충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행사‧프로그램 운영도 확대한다. 리모델링한 공간에서 각종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어린이날과 추석에는 가족 단위 행사를 열 예정이다. 프로그램 운영을 위한 강사비, 버스 임차료, 재료비 등에 예산이 들어간다. 해당 예산은 ‘반환부지 관리·운영 및 공공요금 예산’으로 묶여 있는데, 내년에 151억원을 책정했다. 올해 39억원에서 112억원 증액했다. 청소·경비 등 시설관리 비용 인상분도 반영됐다. 올해는 5월부터 개방했으나, 내년에는 12개월 내내 개방하는 것으로 잡아 인건비가 늘었다. 채용 인력도 늘릴 예정이다.

지난 5월 19일 서울 용산구 용산미군기지14번게이트(용산어린이정원 주출입구) 앞에서 열린 ‘용산어린이정원 개방 중단을 촉구하는 학부모 기자회견’에 참석한 용은중 용산구 작은도서관 고래이야기 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2023.05.19. ⓒ뉴시스

대통령 홍보 위해 무리하게 개방안전은 뒷전으로

정부가 용산공원의 안전성을 확보하지 않은 채 방문객 유치에 열을 올리는 데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현재 개방된 부지는 미군기지로 쓰이는 동안 쌓인 각종 독성물질로 오염된 상태다. 지난 2021년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과 미군이 합동으로 진행한 ‘환경조사 및 위해성 평가’ 결과, 장군 숙소 단지를 비롯해 잔디마당으로 조성된 야구장 부지, 어린이 축구장·야구장이 들어선 스포츠필드는 석유계총탄화수소, 비소, 크실렌, 아연, 납, 수은 등 독성물질이 1지역의 토양환경우려기준을 상회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원은 1지역에 해당한다.

겉만 번지르르하게 꾸며 어린이들을 불러 모을 만한 상태가 아니다. 지난해 정부가 부지 개방을 추진할 때부터 거센 반대 여론이 일었던 이유다.

정부는 유해성 저감 조치를 취해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오염토양에 접촉하지 않도록 15cm 이상의 흙을 덮고 잔디와 꽃을 심거나 자갈을 깔았다는 것이다. 환경 분석 모니터링도 진행한다. 이들 조치에 필요한 비용도 예산에 들어간다.

정부의 유해성 저감 조치로는 안전성 문제를 해소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상윤 녹색병원 직업환경의학과장은 지난달 ‘오염된 용산미군기지의 공원개방, 이대로 둘 것인가’ 토론회에서 “깨끗한 흙을 15cm 이상 덮는다고 해도, 산성비나 폭우가 올 경우 지면 아래 독성 물질이 노출되는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들은 눈 가리고 아웅 식의 유해성 저감 조치가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정화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화 작업은 토양오염을 굴착해 깨끗한 흙으로 되메우는 것을 의미한다. 지하수 정화도 포함한다. 정화 작업 전후에 준비단계(인허가 신고와 시설물 철거 등), 실시설계(기초자료 조사 등), 정화검증 등 절차까지 거쳐야 비소로 안전성을 확보했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정부가 진행하는 대기질 모니터링도 오염토양에 직접 노출될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는 실효성이 없다는 평가가 많다.

정부는 부지를 전부 반환받은 후에 정화 작업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토부의 자체 용역 보고서를 근거로 ‘안전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해당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전부 반환-정화 작업-개방’이라는 수순을 거스르고 서둘러 개방한 데 대해 ‘땅을 놀릴 수 없다’는 이유를 댄다.

현행법상 토양오염이 정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범 또는 임시개방 명목으로 공원을 운영하는 것을 금지하는 규정은 없다. 정부는 ‘용산공원 개방’ 대신 ‘용산어린이정원 임시개방’이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상시개방하고 있는 형국이다.

현재 국회에는 토양오염우려기준을 초과하는 토양의 이용을 제한하는 내용의 토양환경보전법 개정안과 반환부지를 개방하기 전에 토양오염 등을 제거하도록 하는 내용의 미군공여구역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용산공원 조성 사업 확대는 안전성뿐 아니라 사업성 측면에서도 문제다. 향후 부지를 전부 반환받아 토양을 갈아엎는 정화 작업을 하게 되면, 그간 돈을 들여가며 조성한 어린이용 축구장·야구장, 잔디정원도 걷어내야 할 가능성이 크다. 올해 관련 사업 예산이 대폭 증액됐을 때 이미 예산 낭비가 지적된 바 있다. 국회에서 올해 예산안 심의가 이뤄지던 지난해 10월, 장철민 의원은 국토부 국정감사에서 원희룡 장관을 향해 “지금 리모델링을 하고 부지에 돈을 들이면 그다음에 정화를 하느라고 그걸 다 걷어야 한다”며 “수백억의 국민 혈세를 쓰는 건 예산 낭비”라고 비판했다.

장 의원실 관계자는 “지난 예산안 심의 당시 논란이 된 사안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추가 증액하겠다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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