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한인임의 일터안녕] 이렇게 빼주고 저렇게 빼주고, 누더기 된 중대재해처벌법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2년이 되었다. 그러나 아직은 재해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전면 적용된 것도 아니고 현재는 50인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되고 있다. 그리고 작년 이태원 참사가 있었고 올해는 오송 지하도 참사가 있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취지는 ‘재해예방’에 있다. 안전실무자가 아니라 경영책임자를 처벌해야 재해가 줄어들 것이라는 게 이 법의 목적임은 법률에도 분명히 나타나 있다. 그런데 수많은 노동자, 시민이 중대재해를 입었지만 검찰의 기소도 너무 늦고 심지어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이 기소 요청을 한 사건도 불기소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무엇보다 5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내년부터 적용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나 9월 7일 국민의힘에서 50인 미만인 사업장(건설업은 공사 금액 50억 원 미만의 공사)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시기를 2년 늦추자는 법안을 발의했다.

울산시 울주군 에쓰오일 온산공장에서 폭발·화재 사고가 발생해 불길이 치솟고 있다. 2022.05.19. ⓒ뉴시스

이 법률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도록 하는 세력이 너무 많다. 그것도 대부분 꼼수를 활용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2022년 5월 에쓰오일에서 폭발로 도급노동자 1명이 사망하고 4명이 중상을 입고 5명이 경상을 입는 큰 재해가 발생했다. 그런데 CEO(최고경영책임자), CSO(최고안전책임자) 모두 기소되지 않았다. CEO가 기소되지 않은 이유는 이사회에서 CSO에게 대표이사 권한 중 안전보건에 관한 사항을 최종적인 권한위임 하기로 의결한 점을 들었다. 중대재해처벌법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검찰이거나 아주 꼼수에 능한 검찰이다. 중대재해처벌법에서는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에게 책임을 분명히 묻고 있고 경영책임자는 전체 경영의 한 부분을 떼어 맡은 CSO가 아니라 CEO여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더 당혹스러운 것은 CSO가 기소되지 않은 이유이다. 중대재해처벌법에서는 원청 노동자는 물론 도급노동자들에게도 똑같이 유해ㆍ위험요인을 확인하여 개선하는 업무절차를 마련하고 해당 업무절차에 따라 유해ㆍ위험요인의 확인 및 개선이 이루어지는지를 반기 1회 이상 점검한 후 필요한 조치를 할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사고가 발생한 시점이 5월이기 때문에 아직 6개월(반기 1회)가 안 되었다는 것이 불기소 이유였다. 1개월이 모자라 엄청난 사고가 발생했지만 중대재해처벌법으로부터 자유로워진 것이다. 산업안전보건법을 무수히 어겨서 나타난 재해임이 분명한데도 법적용을 이렇게 장난치듯 하고 있는 것이다.

CEO도 기소 않고 CSO도 빼주고
지하차도는 100m 미만이라 대상이 아니고
그런데도 50인 미만 적용 유예 늘리자는 정치권


이런 상황은 시민재해 영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8월 말 개통된 제주공항 앞 지하차도가 5m 차이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중대시민재해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시설물로서의 지하차도는 100m 이상으로 규정되어 있다(100m 이하이면 소화기와 조명시설 등만 설치하면 되지만, 100m 이상이면 환풍구와 탈출구 시설 등을 추가해야 한다). 도대체 95m는 누구의 설계였을까? 이런 식으로 각종 공공시설물을 건설한다면 설계·제조·설치·관리상의 결함으로 발생한 중대재해를 책임져야 할 공공기관 경영책임자나 (지방)정부 단체장은 없을 것이다. 오송지하차도 경험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변화하지 않는 꼼수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삼표산업을 제외하고는 대형기업의 기소는 없다는 점, 2년 가이드라인의 검찰 구형, 집행유예 중심의 재판부 판결 등 도대체 중대재해처벌법을 무력화하려는 국가의 권력집단은 노동자·시민의 안녕을 걱정이나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국회에서는 자꾸 법적용을 늦추려는 수를 던지고 있으니 국민의 국가가 아닌 것 같은 느낌이다. 계속 지켜볼 것이다. 그리고 소리 지를 것이다. 국민의 국가로 만들기 위해, 그리고 더 이상의 꼼수를 부리지 못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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