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정부에는 통일부 장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김영호라는 자가 있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라고 간단하게 부르면 되지 왜 이렇게 복잡하고 길게 부르느냐? 나는 이 자를 앞으로 결단코 통일부 장관으로 인정하지 않을 작정이기 때문이다.
이 자가 국회에서 “대한민국 국민 5,000만이 모두 주권자로서 권력을 행사한다면 대한민국은 무정부 상태로 갈 수밖에 없다”고 지껄였단다. 살다살다 국민주권을 이렇게 대놓고 부정하는 장관은 처음 본다. 이런 자를 어찌 장관이라 부른단 말인가.
통일운동 하다가 보수로 전향해 장관자리까지 앉았다고 하기에 나는 그가 그냥 질 낮은 배신자인 줄 알았다. 그런데 저런 발언을 국회에서 지껄일 정도면 그 정도가 아니라 거의 제정신이 아닌 수준이다. 이건 분명히 셋 중 하나다. 사상에 미친 인간이거나, 출세에 미친 인간이거나, 아니면 그냥 미친 인간이거나.
저들의 사상, 저들의 철학
장담하는데 이건 김영호 개인의 일탈이나 말실수가 아니다. 이 정권의 철학이 이렇다는 뜻이다. 왜냐? 저 말을 들은 대통령이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인간이라면 당장 김영호를 해임해야 한다. 그런데 해임은커녕 이 자는 아직도 장관 자리에 버젓이 앉아 있다. 김영호의 사상이 곧 윤석열 정권의 철학이라는 이야기다.
게다가 국민주권과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이런 황당한 철학은 그 역사가 꽤 길고 지지세력(이라고 쓰고 또라이라고 불러야 마땅함)도 꽤 많다. 그들의 사상을 드러내는 문건도 있다. 과거에 한번 칼럼에서 소개한 적이 있는데, 이게 하도 명문장(?)이어서 다시 소개한다.
2016년 4월 전국경제인연합의 후원으로 운영되던 자유경제원이라는 곳이 개원 19주년 기념토론회를 연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신중섭 강원대 윤리교육과 교수가 ‘천민민주주의는 극복될 수 있을까?’라는 글을 발표했다. 이 글에는 천민민주주의에 관한 25명의 다양한 주장이 실려 있었다. 자, 대학교수랍시고 행세하는 자들이 남긴 명문장(?)들을 보자.
“민주주의가 지배하는 사회는 천민이 지배하는 세상이고, 천민이 주인 된 세상이 민주주의다. 그래서 역으로, 민주주의가 지탱되려면 귀족(nobility)이 그 척추를 이루어야 한다. ‘천하고 상스런 떼의 논리’를 막아주는 존재가 귀족이다. 그래서 민주주의를 지탱하기 위해서는 ‘귀족성’이 필요하다.”
보라, 이들에게 국민은 ‘천하고 상스런 떼의 논리’를 펼치는 자들이다.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귀족성’이고! 중세시대냐? 귀족이 등장하게? 다음 문장은 어떤가?
“무책임한 대중을 천민민주주의의 주원인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대중이 어리석은 민중(愚衆)으로 전락하고 그들이 아무리 천박하고 미개(우리나라에서는 이 단어 잘못 쓰면 큰일 난다)하게 굴더라도 ‘귀족’들이 중심을 잡고 있으면 그 사회는 건재할 수 있다.”
민중은 천박하고 미개하기에 자기들을 뜻하는 귀족이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는 이야기. 그러더니 급기야 이런 자화자찬을 늘어놓는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0회 국회(정기회) 제2차 본회의 정치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3.09.05. ⓒ뉴스1
“귀족은 교양, 상식, 소신, 애국심, 책임감, 비전, 배려 등 천민성과 대조되는 가치들을 체화한 진정한 의미에서의 엘리트를 말한다. 그들은 정치인일 수도, 관료일 수도, 군인일 수도, 기업인일 수도, 학자일 수도 있다.”
쿵짝쿵짝, 따라란, 따라란! 아주 신들이 나셨다. 이 정도 자뻑이면 이마에 ‘나는 귀족’이라고 문신을 새겨야 할 판이다.
“자유주의를 확산시켜, 천민민주주의를 없애고 민주주의를 통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유주의에 대한 확실한 지식과 견고한 믿음을 가진 ‘자유주의 시민’이 사회의 주류를 형성해야 한다.”
대통령이 시도 때도 없이 자유, 자유 떠드는 이유가 이거다. 김영호 같은 자를 통일부 장관에 앉혀놓은 것도 마찬가지 이유고. 한 마디로 윤석열 정권은 민주주의를 옹호하는 게 아니라 귀족정치를 지향하고 있다는 거다.
주권재민의 원칙을 부정하는 자들
이번에는 숭실대 남정욱 문예창작과 겸임교수라고 프로필이 검색되는 자가 실었던 글을 살펴보자. 대학교에서 무려 ‘문예창작’을 가르치는 자라던데, 그 대학에서 저 자에게 문예창작을 배우는 학생들이 불쌍할 지경이다.
“말은 아름답다. 백성이, 인민이 나라의 주인이라는 의미다. 딱 거기까지다. 취지를 빼고 나면 세상에서 더 이상 한심할 수 없는 게 민주주의다. 특히 1인1표 대의민주주의가 그렇다. … 지능이 매우 뛰어난 상위 0.5%의 목소리는 같은 비율인 하위 0.5% 백치들의 목소리에 의해 사라진다. 평균보다 20% 이상 지성이 뛰어난 사람들의 분포는 25% 정도다. 이들의 의견 역시 같은 비율인 25%를 차지하는, 평균보다 20% 낮은 지성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 상쇄된다. 그 결과로 남은 평균적인 지성을 가진 사람들의 목소리가 승리하게 된다. 어쨌거나 그들은 45% 이상이니까. 이게 1인1표 대의민주주의의 참상이다.”
이게 이들의 진심이다. 1인1표제는 ‘참상’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자기 같은 귀족들에게 표를 왕창 몰아주고 지능이 떨어지는(?) 민중들에게는 표를 제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사람 주장 중 진짜 웃긴 대목이 있다.
“아인슈타인도, 미제스도, 스티븐 호킹도 다 한 표다. 백치 아다다, 벙어리 삼룡이, 아큐정전도 다 한 표다. 이게 정상이냐. 그래서 우리가 민주주의라고 부르는 것은 결국 평균 정치다. 더 좋은 것, 더 나은 것이 눈앞에 있는데 태연하게 후진 것을 골라놓고, 좋은 것을 애써 외면하며 ‘참 잘 골랐네요’ 서로 위안하는 멍청한 짓이 민주주의다.”
나는 이 대목을 읽고 진심으로 뿜었다. 아큐정전 같이 멍청한 자에게는 표를 주지 말아야 한다는 논리인데, 아큐정전은 사람 이름이 아니기 때문이다. 백치 아다다, 벙어리 삼룡이는 사람이 맞는데(참고로 책 제목이어서 그대로 옮기긴 했는데 벙어리 같은 표현은 비하 의미가 있으므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아큐정전은 사람 이름이 아니라 책 제목이다. 그것도 모르고 문예창작을 가르치고 자빠졌어?
홍길동전의 주인공 이름이 ‘홍 길자 동자 전자 쓰시는 홍길동전 씨’가 아니잖아? 그냥 홍길동이지. 남정욱의 주장에 따르면 아큐정전과 아큐(그 책의 주인공)도 구분 못하는 너 같은 놈들에게는 투표권을 박탈해야 한다. 하지만 나는 천부인권사상과 민주주의를 절대적으로 지지하기에 너같이 무식한 인간에게도 한 표를 주라고 주장한다. 그게 민주주의다.
어떤가? 실로 황당하지 않은가? 그런데 이들은 진심으로 이 철학을 지지한다. 곱씹어보면 이건 김영호의 사고방식과도 정확히 일치한다. 이게 ‘자유’기업원이 주최한 행사인데, 만약 이자들의 글을 읽고 입만 열면 자유 타령하는 윤석열 대통령이 연상된다면 그건 절대 우연이 아니다.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1인1표의 국민주권을 쟁취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으며 투쟁했던가? 그런데 대통령 하나 잘못 뽑았더니 나라가 이 소중한 주권재민의 원칙마저 부인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대통령이 하도 일본을 좋아하기에, 이 사람이 국가 시계를 일제 강점기로 돌려놓으려 하나 싶었는데 알고 보니 아예 고려나 조선 같은 봉건귀족정치 시대로 회기하려고 한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만 더 하겠다. 주권재민의 원칙을 부정하고 귀족정치를 추구하는 자들, 잘 들어라. 국민을 귀족과 천민으로 구분하면 니들은 당연히 귀족으로 분류될 것 같지? 조선시대로 돌아가면 니들이 양반이 돼 나라를 다스리는 세력인 줄 알지? 웃기는 짬뽕 같은 소리다.
조선 후기 돈으로 양반 족보를 사는 사람들이 대거 늘어난 때를 제외하면 대부분 조선시대 양반의 비중은 5%에도 미치지 못했다. 니들이 조선시대에 태어났는데도 귀족이었을 확률이 그 정도밖에 안 된다는 이야기다.
이 땅에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수많은 선조 투사들의 투쟁 덕에 학교도 다니고 1인1표의 권리도 획득한 놈들이 감히 민주주의를 모독해? 에라이, 어디서 이런 엿 같은 자들이 장관을 하고 귀족을 운운하며 활개를 치고 다닌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