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상주의 시대를 연상케 하는 보호무역 공세를 펼치며 스스로 세계 경제 리더 자리에서 내려오고 있다. 이런 현상은 조 바이든이 이끄는 현 정부가 내년 11월 치러지는 대선에서 재집권을 하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공화당이 정권을 교체하건 더 강화될 전망이다.
공화당 후보로 유력시되는 트럼프는 지난달 말 “재선에 성공할 경우 모든 수입 제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하는 보편적 기본관세(universal baseline tariff)를 부과하겠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주 트럼프는 바이든 정권의 전기차 보급 확대 정책을 광기라고 표현하면서 자신이 집권하면 전기차 전환 정책을 완전 폐기하겠다고 밝혔다.
전기차 정책이 폐기되면 그동안 미국 시장에 수십 조 원을 투자한 한국의 자동차, 배터리 기업들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신세가 될 수밖에 없다. 또 보편적 기본관세는 대놓고 미국 시장을 닫아걸겠다는 중상주의 시대의 사고방식이다. 미국의 쇄국 기조가 더 강화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바이든이 재선에 성공하더라도 문제는 달라지지 않는다. 바이든 정권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지원법을 앞세운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최고 치적으로 자랑하는 중이다. 북미산 생산품에 대한 노골적인 보조금 혜택을 골자로 하는 IRA는 대표적인 미국의 불공정 무역 행위다. 바이든 정권 2기가 출범하면 이런 성향은 더 강화될 전망이다.
이런 방향성은 미국이 사실상 세계 경제 리더 자리를 포기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미국은 만성적인 무역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기축통화인 달러의 힘을 강화했다. 즉 세계 경제 리더 자리를 지키기 위해 무역적자라는 손해를 감수했던 것이다.
그런 미국이 이제 현대판 쇄국정책 공세를 강화하며 철저히 자국 중심의 경제정책을 전 세계에 강요한다. 유럽연합(EU)과 중국 등 거대 경제 블록들이 이에 반발하면서 세계적인 보호무역 기조는 더 강화될 전망이다.
그래서 우리의 대응이 중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일 경제동맹 같은 환상에 사로잡혀서는 절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우리가 경제동맹을 강조할수록 미국은 우리에게 더 많은 경제적 부담을 강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현 정권은 한미일 경제동맹이라는 굴종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미국의 강화되는 보호무역 정책에 맞설 실질적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