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월 6만5천원을 내면 지하철과 시내·마을버스, 공공자전거까지 모두 무제한 이용하는 전용 교통카드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기후동행카드'라는 이름의 이 정책을 내년 1∼5월 시범 운영하고 보완을 거쳐 내년 하반기 본격 시행한다고 11일 밝혔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대중교통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은 국제적 추세다. 서울시가 참고한 것으로 보이는 독일의 경우 9유로(1만2천원)에 대중교통을 무제한 이용하는 '9유로 티켓'을 지난해 6월 실험적으로 운영한 바 있고, 그 결과 이산화탄소 배출을 낮춘 것은 물론이고 대중의 호응을 얻어 교통혼잡까지 개선하는 효과를 경험했다. 성공적인 실험 결과에 따라 독일은 올해 5월엔 월 49유로(7만원)에 장거리 기차를 제외한 거의 모든 대중교통을 포괄하는 '도이칠란트 티켓(D-Ticket)'을 본격 도입했다.
오세훈 시장은 이날 설명회에서 "기후동행카드에는 탄소 저감, 대중교통 확대, 교통복지 측면에서의 고민이 들어가 있다"고 밝혔다. 어느 것 하나 가벼이 볼 수 없는 정책목표다. 서울시는 내년의 시범사업에만 750억원의 재원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했는데, 현재의 서울시 재정규모라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비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6만5천원이 다소 비싸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이미 '3만원 프리패스'를 제안해 온 정의당은 2022년 기준 서울 시민들의 한 달 평균 대중교통 요금이 7만원이 넘는 상황에서 할인폭이 너무 적다고 지적했다. 일리가 있는 지적이다. 가격을 충분히 낮추면 재원 부담은 높아지겠지만 정책목표를 달성하는 데는 더 큰 효과가 있을 수 있다. 시범운영 기간에 충분한 숙의를 거쳐 균형있는 선택을 만들어 낼 필요가 있다.
더 심각한 비판은 이번 정책이 서울에만 국한할 뿐 경기와 인천을 포함하지 않는다는 데서 나온다. 당장 경기도는 서울시가 충분한 협의 없이 발표했다며 유감을 표했다. 서울과 경기, 인천 지역은 사실상 하나의 생활권인데다 원거리 출퇴근의 경우 탄소저감과 교통복지의 필요성은 더 크다. 오 시장 입장에선 선제적으로 정책을 발표할만한 정치적 동기가 있었겠지만, 이제라도 주변 지자체 및 정부와의 협의에 성의를 보여야 마땅하다.
우여곡절이 있더라도 서울시의 기후동행카드는 맞는 방향이다. 기왕에 시작한 논의이니 더 과감하고 더 근본적인 방향으로 이끌어가면 된다. 관련 지자체와 시민단체, 정치권의 적극적 참여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