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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사유] 윤석열 정부는 직원 명단 감추는 마지막 정부로 남을 것인가

2023년 7월 1일 기준 미국 백악관 직원의 수는 524명이다. 이들 중 가장 많은 급여를 받는 사람은 엠폭스 대응 부조정관인 드미트리 다스칼라키스(Demetre C. Daskalakis)로 연봉은 260,718달러, 한화 약 3억4600만원이다. 이 사람 말고도, 필요하다면 백악관에서 일하는 524명의 이름과 그들이 받는 연봉을 A부터 Z까지 나열할 수도 있다.

내가 이 정보들을 해킹 같은 걸 했거나, 미국 정부에 정보공개 청구를 해서 아는 게 아니다. 이건 그냥 검색사이트에 라고 쳐봐도 알 수 있는 정보들이다. 미국은 백악관에서 누가 일하는지, 그들이 얼마를 받는지 공개하기 때문이다.(https://www.whitehouse.gov/briefing-room/statements-releases/2023/06/30/2023-annual-report-to-congress-on-white-house-staff/) 1995년부터 백악관은 모든 백악관 사무실 직원의 직위와 급여가 나열된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했다. 그리고 그것을 누구나 볼 수 있도록 인터넷에도 공개하고 있다. 바이든 이전의 백악관들에서도 해왔던 일들이다. 백악관 직원들에 대한 정보공개는 미국 정부가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의 일환이다. 그리고 이 자료는 다양하게 활용된다. 미국의 정치/선거/정책에 대한 다양한 리소스를 제공해 유권자들이 정확한 정보를 기반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비영리단체 는 이 데이터로 오바마 정부 부터 바이든 정부까지 최근 10년동안의 역대 백악관 직원들을 비교하는 자료를 내기도 했다. (https://ballotpedia.org/Biden_White_House_staff). 뿐만 아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자료를 토대로 백악관에서 근무하는 여성 직원의 연봉이 남성 직원 연봉의 80%에 그친다며 백악관에도 성별임금 격차가 20% 가까이 난다고 보도했다. 정부에 대한 견제와 시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활동을 하는 언론과 시민단체에서 활발히 사용되는 것이다. 신뢰할 수 있는 정확한 자료를 근거로 하니 편파성이나 가짜뉴스 등의 논란이 일어날 여지도 없다.

백악관은 모든 직원의 직위와 급여가 나열된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하고, 누구나 볼 수 있도록 인터넷에도 공개한다. ⓒ백악관 사이트 캡처
백악관은 모든 직원의 직위와 급여가 나열된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하고, 누구나 볼 수 있도록 인터넷에도 공개한다. ⓒ백악관 사이트 캡처

모든 직원의 직위와 급여를 공개하는 백악관
직원 명단 공개를 거부하는 윤석열 대통령실
시민단체 정보공개 소송, 22일 1심 판결

그러면 한국은 어떨까. 1년 전인 2022년 9월 정보공개센터는 대통령실을 상대로 전체 직원명단을 공개하라는 정보공개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을 했던 당시는 윤석열 대통령의 6촌 친인척 행정관 채용을 비롯해, 친구 아들 채용 등 대통령비서실의 특혜채용 의혹이 불거진 때였다.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정보가 우선 필요하니 직원의 명단이 공개된다면 제기되는 논란들이 해결될 것이었다. 또한 대통령실과 달리 대부분의 다른 공공기관들이 홈페이지에서 공개하는 소속공무원의 이름, 직위, 업무를 공개하고 있기도 하다. 대통령실 직원 명단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지 않으니, 정보공개 청구를 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실은 직원 명단이 국가안보와 개인정보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대통령실 직원은 국정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을 근접거리에서 보좌하며 중요한 정책과 다양한 국가기밀을 취급하는데, 직원명단이 공개될 경우 로비나 청탁 또는 유무형의 압력 등으로 국가이익이나 공정한 업무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투명한 공개로 불거지는 의혹을 해소하는 것이 아니라, 비공개로 시민의 알권리를 제한해 의혹을 회피하겠다는 거였다. 구더기가 무서워서 장을 담그지 못하는 것도 아니고, 로비와 청탁이 있을까봐 명단을 공개할 수 없다는 명분도 참을 수 없이 가볍다. 로비의 가능성은 공직자의 윤리로 제한할 일이지, 결코 비공개로 막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사실 우리는 이미 경험적으로 알고 있기도 하다. 비리는 은폐된 곳에서 더 활개친다는 것을 말이다.

정보공개센터가 소송을 제기한 얼마 뒤인 10월에는 참여연대와 뉴스타파도 5급 이상의 대통령실 직원 명단을 공개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그리고 얼마 전인 8월 17일 법원은 참여연대와 뉴스타파가 낸 소송에 부서 직위 업무가 포함된 대통령실 직원 명단을 공개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정보공개센터의 소송도 곧 같은 취지의 판결이 내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판결의 내용은 간단하다. 로비 청탁의 우려는 대통령실이 조치를 통해 직원이 부당한 영향력을 갖게 되는 걸 방지해야 하는 일이고, 직원 개개인의 준법의지와 양심에 맡길 문제라는 것이다. 직원의 이름이 개인정보라는 대통령실의 주장 역시 이미 법에도 공무원의 성명은 공개로 정한 사항이라며 명단의 공개는 오히려 대통령실에 대한 객관성및 투명성을 확보해 국민에 의한 감시와 통제를 가능하게 하는 등 공익에 크게 이바지한다는 것이었다.

작년 윤석열 정부를 상대로 이 내용을 처음 정보공개 청구했을 때 대통령실에서는 "대통령실 직원 명단은 과거에도 공개된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지금껏 단 한 번도 공개된 적 없는 정보가 미국에서는 인터넷 몇번만 클릭해도 전세계 누구나 알 수 있는 정보다. 심지어 한국에서는 사회적으로 개인정보의 영역으로 받아들여지는 소득에 대한 부분까지 말이다. 하지만 미국이라고 처음부터 이 정보들을 공개하는 것이 수월했을까. 끈질긴 요구와 노력 끝에 만들어진 결과일 것이다.

대통령실 말마따나 지금껏 공개된 적이 없다고 해서 그게 정보를 은폐할 근거가 될 수는 없다. 모든 일에는 그동안 하지 않았던 것을 깨는 처음의 순간이 있다. 그 처음의 순간들이 모여 역사는 진화해왔다. 윤석열 정부는 직원명단을 공개하는 첫 대통령실이 될 수 있을까. 아직 대통령실은 직원명단공개 판결에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결론은 정해져있다. 영원한 비공개는 없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명단을 감추는 마지막 정부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공개하는 첫 번째 정부로 남을 것인가. 정보공개센터가 제기한 대통령실 전체 직원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는 오는 9월 22일 판결이 내려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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