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은 가까운 그린란드와 전 추축국인 독일, 이탈리아, 일본를 비롯해 나이지리아, 노르웨이, 싱가포르, 대한민국, 사우디아라비아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59개 국가에 군시설과 기지를 갖추고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다. 이렇게 세계 곳곳에 있는 미군 기지는 여러 문제를 일으킨다. 1차적으로는 항공기, 포격 연습, 훈련 및 다른 군사 활동으로 안전 문제와 소음 문제를 야기하고, 2차적으로는 환경 문제를 일으키며 땅, 물, 공기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친다. 미군이 일으키는 환경 문제는 주둔국의 피해로만 연결되지 않고 전 지구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단일 기관으로 보면 미군이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최악의 주범인 것이다. 기후변화와 기후위기를 논할 때 미군 문제가 빠져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는 카운터펀치의 기사를 소개한다.
9월 17일 화석연료 종식을 위한 행진에 약 1만 명이 뉴욕 거리로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기후정의를 위한 운동은 그 어느 때보다 조직적으로 진행되는 듯하다. 하지만 아무도 얘기하지 않는 기후변화의 주범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미 국방부다.
미군은 세계에서 가장 석유를 많이 쓰는 기관이다. 미군은 140개 국가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며, 미국 전체 화석 연료 소비량의 약 3분의 1을 차지한다. 또 미 국방부는 미국 전역의 기지에서 막대한 양의 천연가스와 석탄, 원자력 발전소를 사용한다. 이렇듯 정부기관이 무책임하게 대혼란을 일으키고 있는데 우리가 미국에게 화석연료 사용을 중단하고 지구 보호에 동참하라고 요구할 수 있겠는가?
기후변화를 가속화하는 미 국방부의 역할을 무시하는 한 지구 보호를 위한 우리의 싸움은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미국의 1년 군사비는 거의 1조 달러에 달한다. 그만큼 기후정의와 극심한 경제적 불평등의 해소에 쓸 수 있는 돈이 그만큼 적어질 수밖에 없음을 간과하면 기후변화에 맞서는 우리 투쟁의 효율성도 약화될 수밖에 없다.
미 정부는 기후변화에 대응할 책임을 일반 소비자에게 넘기려 애쓴다. 미 정부는 운전자들에게 전기차로 전환하라고 하고 백열전구를 금지시키는 등 개인의 탄소발자국을 줄이라고 강조하면서 자기 군대가 전 세계에 남기는 막대한 탄소군화발자국에 대한 책임은 회피하고 있다. 이라크의 화상 구덩이(미군 기지에서 폐기물을 모아 아무런 처리 과정 없이 태워버리는 지역을 말함)부터 우크라이나의 고갈된 우라늄 및 집속탄, 계속 늘어나는 미국과 세계의 미군기지에 이르기까지 미군은 극도의 환경오염으로 자국을 파괴할 뿐만 아니라 진출한 모든 주권 국가의 지역사회와 원주민 공동체를 황폐화시키고 있다.
미국의 환경단체 환경워킹그룹에 따르면 미국의 군사시설 700여 개가 과불화화합물(PFAS)로 알려진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화학물질’로 오염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식수만 문제가 아니다. 일본에서는 오키나와 섬에 건설 중인 또 다른 미군 기지에 대해 원주민인 류큐인이 반발하고 있다. 새로운 기지는 류큐인이 어렵게 지켜온 취약한 생태계에 큰 위협이 될 것이다. 해양 생태계에 대한 피해는 당연히 식수 오염과 맞물려 있으며, 하와이와 괌 모두 이 문제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다.
전쟁 지역이 아닌 곳에서도 이런 기후파괴가 이뤄지고 있으니 미군이 벌이고 있는 전쟁이 일어나는 곳의 피해는 어떨지 짐작될 것이다. 미국이 1,000억 달러를 지원해 유지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살펴보자. CNN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전쟁의 첫 1년 동안 총 1억 2,000만 미터톤의 지구 온난화 오염이 발생했다고 한다. 이는 벨기에의 연간 탄소배출량, 또는 약 2,700만 대의 가스 구동자동차가 1년 배출하는 양과 맞먹는다. 피해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송유관이 손상돼 메탄이 누출됐고, 돌고래 폐사와 해양 피해가 발생했으며, 삼림 벌채, 농지 파괴, 수질 오염은 물론 석탄과 같은 더러운 에너지 생산이 증가했다. 또한 방사능 누출과 핵 재앙의 위험도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되는 한 환경 파괴도 지속된다.
미국은 기후위기를 부추기고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비용과 위험을 떠넘기며 기후위기에 자금을 대고 있다. 미 국방부는 미국 정부 재량지출의 64%를 가져간다. 사회프로그램에 쓸 수 있는 돈이 기후재앙 악화에 쓰이고 있는 것이다. 평범한 미국 국민, 특히 흑인, 히스패닉 및 빈곤층이 높은 세금, 수수료 및 공공요금을 통해 미국의 끝없는 전쟁과 환경파괴의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기후변화는 국가 안보를 위협하고 전 세계의 안정과 각 정부의 필수 서비스 제공 능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의 불길한 말이 떠오른다. “수년 간 사람들은 석유를 놓고 전쟁을 벌였지만, 머지않아 우리는 물을 놓고 전쟁을 벌일 것이다”.
미 국방부의 초점은 잠재적인 적인 인간의 공격에 대비하는 것이지만, 러시아, 이란, 중국, 북한 등 미국의 ‘적’ 중 어느 나라도 미국을 확실히 공격할 것이라고 얘기할 수 없다. 설혹 그렇다고 하더라도 대규모 상비군이 상대적으로 훨씬 작은 군대를 보유한 적대국의 위협을 줄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것도 아니다. 미국 정부는 가상의 위협으로 미국민을 겁주면서 기후변화로 인해 전 세계가 매일 직면하고 있는 실질적 위험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기후위기는 실질적인 파괴력으로 현실화됐다. 미국에서는 이미 캘리포니아, 하와이, 루이지애나에서 기후변화가 가뭄과 산불을 일으키고 있다. 해수면 상승은 해안 지역을 위협하고 있고, 기온상승은 시민 불안을 가중시키고 산재 사망자 수를 증가시키고 있다.
우리는 지금 전 세계의 평화와 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행동해야 한다. 우리는 군사 기지를 통한 외국의 점령과 전쟁에 들어가는 자금을 기후위기 대응으로 돌려야 한다. 우리의 기후정의 플랫폼에는 해외와 국내의 전쟁 종식 촉구도 포함돼야 한다. 수조 달러의 비용을 들이고 수백만 명의 목숨을 앗아가며 전 세계에 폭력과 불안정의 끝없는 순환을 만들어온 테러와의 전쟁을 영원히 종식시켜야 한다.
가상의 적과 싸우기 위해 설계된 무기 시스템에 수십억 달러를 지출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 대신 그 돈을 국내의 보건, 교육, 인프라 프로젝트 등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
우리는 기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국가와 협력해야 한다. 여기에는 기후위기의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는 글로벌 사우스 뿐만 아니라 우리가 적으로 간주해 온 국가들도 포함돼야 한다. 우리는 국민의 혈세가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곳에 쓰이도록 해야 한다. 이는 끝없는 전쟁과 환경파괴를 종식하는 것을 의미한다. 군사비로 쓰이는 자금을 의료, 교육, 인프라 프로젝트와 같은 중요한 과제에 투자하는 그린 뉴딜이 필요하다.
기후정의를 위한 싸움에서 미 국방부는 누구나 뻔히 보고 있지만 언급하지 않는 ‘방 안의 코끼리’와 같은 존재이다. 우리는 미 국방부의 엄청난 기후 군화 발자국을 계속 무시하면 안 된다. 우리가 할 일은 매우 단순하다. 지구를 지키기 위해서는 전쟁을 끝내야 한다. 당장 끝내야 한다. 평화는 더 이상 유토피아적인 이상이 아니다. 평화는 이제 우리의 생존이 걸려 있는 필수적인 일이 돼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