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12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사의를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에서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선제적으로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사표를 수리한다면, 이는 수사 외압 의혹의 진상을 규명하는 과정을 중단시키겠다는 의도가 명백하다.
이 장관은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밝히는 데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다. 일단 그는 외압 의혹의 당사자다. 군 검찰이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에 대한 구속영장에서 이 장관은 혐의자를 특정하지 말고 경찰에 필요한 자료만 주면 된다고 해병대 부사령관에게 지시한 사실이 드러났다.
또한 외압 의혹의 핵심 중 하나로 ‘대통령의 격노’가 있는만큼 ‘장관에 대한 조사’는 진실을 밝히는 데서도 매우 중요하다. 더불어민주당이 이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를 추진한 이유는 그를 심리에 세워 관계자들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를 하겠다는 것이었다. 외압 관련 수사가 어떤 기관에서 어떻게 진행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탄핵 절차는 통해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중요한 수단이 된다.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 헌법재판소에서 결론이 나올 때까지 사퇴는 물론 해임도 불가능하다. 최장 6개월 동안 진상을 밝히는 절차를 밟을 수 있는 것이다.
이 장관의 사의는 대통령과 교감이 있었다는 분위기다. 정확히 말하면 탄핵소추안이 나오기 전에 선제적으로 사의를 밝히고 사표를 수리해 이 장관 문제를 일단락 짓겠다는 것이다. 나아가 임종득 국가안보실 2차장과 임기훈 국방비서관 교체설도 흘러나온다. 이렇게 되면 채 상병 사건 수사 보고라인에 있는 인물들 전체가 물갈이 되는 셈인데, 누가 봐도 대통령과의 연결고리를 자르겠다는 의도가 아닌가.
대통령실은 13일 사표를 수리하고 신임 장관 후보자를 지명하겠다는 입장이다. “안보공백 우려”를 이유로 들어 빠른 시간안에 논란을 종식시키려는 의도가 읽힌다. 이 장관은 언론에 “먼저 사의를 표명하지 않으면 (정부가) 엄청난 부담이 되지 않겠는가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국가안보’ 공백이 우려되는 게 아니라 ‘정권안보’가 우려되는 것이 아닌지 묻고 싶다.
민주당은 당론으로 수사 외압의 진실 규명을 위한 특검법 추진을 채택했다. 윤 대통령이 진상을 밝힐 의지가 있다면 설령 사표를 수리한다고 해도 특검법에 동의해야 한다. 진상을 밝히려는 모든 시도를 무력화한다면, 오히려 ‘수사외압’을 시인하는 것이며 정권차원의 책임이 있다고 인정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