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주식 못 팔겠다”던 유병호 사무총장, 백지신탁 판결 나오자 한 말

유병호 “법원의 1차적 판단이긴 하지만, 존중할 생각...집사람과 상의했다”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3.9.13. ⓒ뉴스1

‘직무와 관련된 배우자 주식을 처분하라’는 정부의 명령조차 거부하고 소송까지 불사했던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결국 법원에서 패소한 뒤에야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제도상 흠결이 보였다”면서도 “법원의 1차적 판단이기는 하지만, 존중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고위공무원이면 당연히 지켜야 할 제도인데 “집사람과 상의”해서 판결을 따르기로 했다는 취지의 답변도 꺼냈다.

감사원 실세로 알려진 유 사무총장은 13일 국회 법자세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같이 말했다.

“집사람도 재산권 가진다”며 불복한 유병호
재판결과 나오자, “1심이지만, 존중할 생각”
제도인데 “집사람과 상의했다”


유 사무총장 배우자의 주식 문제가 거론되기 시작한 시기는 올해 초부터다.

배우자 주식 보유가 직무와 관련 있다고 지적한 곳은 야당이 아니라 정부기관인 인사혁신처였다. 인사혁신처는 해당 주식이 업무와 관련이 있으니 모두 팔라고 했지만, 유 사무총장은 안 팔겠다고 버텼다. 올해 2월 15일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에서도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 문제를 지적하자, 그는 “집사람도 헌법상 재산권을 가진 전문인”이라며 “정부에서 그렇게 무조건 강제 매각하라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강제매각 제도인데 말만 백지신탁”이라며 “이것 좀 공직기관에 처분 못 하게 하고 부정행위 하면 처벌하는 이런 식으로 개선 좀 해 줘라”라고 오히려 제도가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미 합헌 판결이 나온 제도’라는 지적에도, 그는 “시대가 변했다”며 현행 제도가 시대와 맞지 않는다는 주장을 펼쳤다.

공직자 주식 백지신탁은 공직자가 직무 관련 주식을 보유한 경우 이를 매각하도록 하여 자신의 이익에 따라 공무수행 하지 않도록 사전에 방지하는 제도다. 그런데 이 제도가 구시대적인 제도처럼 묘사하며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실제, 유 사무총장은 정부의 결정을 취소하라는 소송을 제기하고, 배우자 주식 백지신탁 의무를 규정한 공직자윤리법 조항에 대한 위헌 심판제청 신청까지 나섰다. 최근 10년 동안 주식백지신탁심사위원회의 심사를 받은 감사원 공무원 중 심사결과에 불복하고 소송을 제기한 공무원은 유 사무총장이 유일하다.

소송 결과는 유 사무총장의 패배였다. 재판부는 “유 사무총장 배우자가 보유한 주식은 감사원의 선택적 회계감사 대상에 해당하고 사무총장 권한과 업무 범위에 비춰 각 회사에 이해충돌 가능성이나 위험성이 없다고 볼 수 없다”며 해당 주식의 직무 관련성과 연관된다고 판단했다.

법원의 판단까지 나온 뒤에야, 그는 “집사람과 상의했다”며 “존중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는 “법원의 1차적 판단이긴 하나”, “제도상 흠결이 보였다”라며 완전히 법원판결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답했다. 13일 법사위에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박용진 의원과 유병호 사무총장

▷ 박용진 : 총장님, 주식백지신탁 무효소송 패소했죠? 항소할실 건가요?
▶ 유병호 : 항소하지 않을 겁니다. 법원의 1차적 판단이긴 하나, 존중할 생각입니다. 집사람하고 상의했습니다.
▷ 박용진 : 잘 생각하셨고요. 작년 10월에도 직무관련성 심사 청구결과를 그대로 따른다고 했는데, 소송까지 참 불필요하게 하셨던 것 아닌가 싶습니다.
▶ 유병호 : 제도상 흠결이 보여서...
▷ 공직자 이해충돌 회피의 의무가 있으니까요. 더군다나 감사원의 사무총장 아니십니까? 당연히 공직자의 도리를 잘 지켜줬음 좋겠다고 생각하고요. 항소하지 않겠다 했으니까, 그에 따른 처분 잘 지켜줬음 고맙겠습니다.


박주민 의원은 다시 이런 일이 없도록 감사원 규정을 더 분명하게 명문화해야 한다고 했고, 최재해 감사원장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박주민 의원과 최대해 감사원장

▷ 박주민 : 제가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이 부분이 위헌적이라고 사무총장이 주장한 거예요. “배우자 주식까지 그렇게 하는 경우가 어딨냐 재산권 침해다”(라고) “헌재 결정도 그렇지 않다”고 제가 그 당시에도 말씀드렸고, 이번 판결도 또 그 내용을 확인하고 있어요. 이젠 감사원이 이런 말을 귀담아 들으면서 규정도 좀 바꾸고, 좀 더 투명하게 만들면 안 되는 겁니까?
▶ 최재해 : 적극 검토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박주민 : 좀 적극 검토해주세요. 감사원은 다른 곳을 감사하는 곳이라서 본인이 더 깨끗해야 된단 말이에요. 이 말이 틀린 말입니까?
▶ 최재해 : 맞는 말씀입니다.
▷ 박주민 : 그럼 좀 그렇게 해주세요.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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