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에 이어 또다시 이명박 정부 출신 인사인 유인촌 전 문화체육부 장관이 문화체육부 수장으로 지명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13일 국방부 장관 후보에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에 김행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을 지명하면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로는 유인촌 대통령실 문화체육특보를 지명했다. "문화·예술 현장에 대한 이해와 식견뿐 아니라 과거 장관직을 수행했던 만큼 정책 역량도 갖췄다"는 게 이유였다.
윤 대통령이 MB시절 인사들을 중용하는 건 처음이 아니다. 그러나 유 후보자의 경우엔 장관 재직 시절 좌파예술인 척결이라는 황당한 목표를 내걸고 문화계 블랙리스트 논란을 일으킨 사람이다. 자유와 민주주의의 반대편에 서서 일했다는 의미다.
유 후보자의 생각이 바뀐 것도 아니다. 유 후보자는 8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가장 자유로워야 할 문화계에서 이념 논쟁은 부끄러운 일"이라면서도 "속칭 좌파 예술인들도 이념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 예술을 정치적 도구로 삼는 건 공산국가에서나 하는 일", "나랏돈으로 국가 이익에 반하는 작품을 만드는 게 말이 되냐"고 주장했다. 정부 정책에 반하는 문화예술인들을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겠다는 '블랙리스트'의 사고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은 것이다.
이념전쟁을 수행해 온 윤 대통령 입장에선 유 후보자의 전력이 좋게 보일 법하다. 말싸움에서 밀리지 않는 능력이나 법규를 넘어서 무리한 일을 해치우는 것도 추진력으로 생각했을 수 있다. 그러나 국민의 눈에서 보면 고집세고 시대착오적 인물의 재등용일 뿐이다. 15년의 시간이면 사회는 물론이고 특히 문화예술계의 판도가 바뀐 시간이다. 지금 한국의 문화예술역량이 MB시절과 얼마나 다른지는 모든 국민이 알고 있다. 그 때 그 시절 인물을 다시 쓸 이유가 없다.
여권에서도 유 후보자의 지명에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총선을 앞두고 '올드'한 이미지의 인물을 쓰는 건 좋지 않다는 이야기다. 조원진 전 의원이 "BTS의 대한민국에 올드한 장관이 맞는가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한 것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여론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자기 편을 확실히 챙기는 게 더 낫다고 보는 것이다. 이런 막무가내식 국정 운영은 결국 국민이 심판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