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북·러의 전면적 협력, 고립과 제재의 실효성 있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러시아를 찾아 푸틴 대통령을 만난 데 이어, 이번엔 푸틴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초청을 수락했다.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이 무기 거래를 위한 일회성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 두 사람은 러시아의 우주기지에서 만났는데 푸틴 대통령은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개발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숨기지 않았다. 양국간 군사협력은 기정사실이 된 셈이다. 여기에 평양에서의 정상회담이 이어진다면 북·러 관계는 과거와는 다른 질적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은 북한의 러시아에 대한 무기지원에 초점을 맞추는 듯하다. 그러나 무기 거래의 은밀성을 감안하면 이 문제는 유야무야해질 수 있다. 이미 북한의 무기가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발견되고 있다는 언론보도도 있다. 살상무기 지원을 극구 부인하는 한국의 포탄이 제3국을 거쳐 우크라이나에 전달됐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처럼 무기지원 문제는 러시아와 북한이 모두 입을 다무는 한 결론없는 논란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지금은 북·러의 협력이 낳을 전략적 변화에 더 집중해야 할 때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북한과의 전면적 협력을 선언한 이상, 그동안의 대북제재는 형해화될 것이 뻔하다. 당장은 중국이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북한의 전략적 가치를 고려할 때 중국이 지금같은 입장을 고수하긴 어렵다.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를 지렛대로 삼아 제재의 그물망에서 벗어나는 건 시간 문제로 보인다.

북한과 러시아, 북한과 중국, 그리고 북·중·러 사이의 협력이 강화되면 동북아에서의 전략적 갈등은 매우 복잡하고 날카롭게 발전할 것이다. 냉전 시기에도 북·중·러 3국의 군사협력은 없었다. 탈냉전 이후엔 말할 것도 없다. 사실상 초유의 사태가 닥쳐온 것이다.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을 한미일 삼각동맹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것으로 이런 변화를 억누를 수 있는 압도적 힘의 우위가 조성될 것 같지도 않다. 여기에 무슨 가치나 이념 따위를 내세우는 건 한가한 이야기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한국정부의 대응은 낡은 정책을 되풀이하는 수준이다. 우려를 표하고,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때때로 상대의 역량을 평가절하하는 '말'의 반복이 그것이다. 서방은 러시아를 고립시키고, 중국을 포위하고 북한을 제재하는 데 집중해왔다. 이런 전략이 앞으로도 계속 효과가 있을까? 우리는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의 만남이 던진 질문에 대답을 준비해야 한다.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