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이완배 협동의 경제학] 신원식은 물러나라 붕짜자 붕짜~!

이거 진짜 입에 짝짝 달라붙는다. 52년 동안 살면서 수많은 후크송을 들어봤지만 단언컨대 붕짜자 붕짜~는 최고의 후크송이다.

이게 무슨 말인지 모르는 독자분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이 후크송의 주인공은 이번에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선임된 신원식이다. 2019년 한 태극기 부대 집회에 참여한 신원식이 청중들을 향해 “문재인 모가지 따는 것은 시간문젭니다. 기분 좋게 저랑 춤추면서 합시다” 이러더니 역사에 길이 남을 후크송 “안 내려오면 쳐들어간다, 붕짜자 붕짜~”를 부른 것이다.

그런데 진짜 웃긴 건, 이게 들어보면 매우 리드미컬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일상생활에서 이걸 해보면 상당히 사람을 신나게 만든다. 예를 들어 밥 때가 됐을 때 “얘들아 밥 먹어라, 붕짜자 붕짜~”, “아버지 알았어요, 붕짜자 붕짜~”, 회사에서 결재 받을 때에도 “부장님, 결재해 주세요, 붕짜자 붕짜~”, “김대리, 서류가 개판이니 다시 해와요, 붕짜자 붕짜~” 이러면 삶에 리듬감이 생긴다.

아, 이 사람이 국방부 장관 후보자라니 군대에서도 이 후크송을 사용하면 딱 좋겠다. “훈련병들, 전방을 향해 힘찬 붕짜자 붕짜~ 5초간 발사!” “붕짜자 붕짜아아아아~~~~~.” 이 얼마나 즐거운 병영생활이란 말인가?

이 훌륭한 후크송을 만든 신원식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진지하게 제안 하나 한다. 원작자에 대한 오마주 차원에서 청문회 때 이 후크송을 질의자 응답자 모두 의무적으로 사용하자.

“장관 후보자에게 질문 드리겠습니다. 붕짜자 붕짜~”, “네, 의원님, 답변 드리겠습니다. 붕짜자 붕짜~” 모처럼 정치가 국민들에게 큰 웃음을 줄 기회이니 부디 이 청탁을 거절하지 않기를 바란다.

말의 품격

20세기 가장 위대한 철학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Ludwig Wittgenstein)은 “나의 언어의 한계가 나의 세계관의 한계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사람은 언어로 생각하는 동물이다. 따라서 당연히 그 사람의 생각과 세계관은 그 사람의 언어에 의해 규정된다.

그래서 언어에는 품격이 중요하다. 생각해보라. “문재인 모가지를 따자” 따위의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의 세계관은 딱 그 정도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이런 사람의 머리에는 만날 모가지나 따고 뭐 이런 것만 떠오른다. 이게 그 사람의 세계관이자 품격이다.

나도 별로 품격 있는 축에 들지는 않지만, 그래도 나는 신원식 수준은 아닌 것 같다. 왜냐하면 예를 들어 내가 신원식을 처단해야 한다고 생각했을 때, 그래도 나는 “신원식의 모가지를 따자!”라고 상스럽게 이야기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대신 “신원식의 목 위 부위를 목 아래 부위와 조심스럽게 분리시켜보자”라는 보다 순화된 언어를 사용하겠지. 이 정도면 내가 더 품격 있는 것 아닌가?

신원식 국방부 장관 후보자(자료사진) ⓒ뉴스1

다시 말하지만 언어는 인격이다. ‘거리의 사상가’라 불리는 일본 철학자 우치다 타츠루는 자신의 책 ‘침묵하는 지성’에서 이렇게 말한다.

“전하려고 하는 콘텐츠 이상으로 전하는 방식에 그 사람의 도량(度量)이라고 해야 할까 인격이 드러나지. 말투와 리액션에는 그 사람이 인생에서 쌓아온 경험이라든지 지성과 같은 것을 전하는 정보가 아주 많이 포함되어 있어.”

비트겐슈타인의 지적과 일맥상통한다. 우치다에 따르면 신원식의 도량과 지성은 딱 “문재인 모가지 따자!” 수준에 머물러 있는 거다.

지성의 폐활량

‘지성의 폐활량’이라는 개념이 있다. 우치다의 또 다른 책 ‘우치다 선생이 읽는 법’에서 나온 개념이다.

인간은 복잡한 문제를 만나면 그것을 최대한 단순화시켜서 빨리 해결하려는 욕구가 있다. 그런데 그렇게 하면 절대 제대로 된 해법이 나오지 않는다. 문제가 원래 복잡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해결 방안이 주는 유혹을 이겨내야 한다. 복잡한 문제 상태를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그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내는 인내심이 요구된다. 이게 바로 지적 인내심이며 우치다가 이야기하는 ‘지성의 폐활량’이다. 이에 대한 우치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자.

“필요한 것은 ‘날 선 지성’이 아니라 ‘강인한 지성’입니다. 결론이 나오지 않은 채 계속 공중에 매달려 있는 상태를 견디는 지적 인내력도 필요합니다. 저는 ‘지성의 폐활량’이라는 말을 쓰기도 합니다. 얼마나 숨을 참을 수 있는지, 쉬운 결론을 채택해서 지적 부하를 단숨에 경감하고 싶은 유혹을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를 측정하는 폐활량이지요.”

폐활량은 운동을 하지 않으면 줄어들고 운동을 열심히 하면 늘어난다. 지적 인내심도 마찬가지다. “야 이 모가지를 딸 새끼야!” 같은 한 마디로 상대방을 깎아내리고 싶은 단순하고 즉흥적인 욕구를 멈추고, 그 표현이 과연 다른 각도로 봐도 적절한가, 상대방 입장에서 반론의 여지는 없나 등을 종합적으로 나에게 묻고 결론을 내려야 한다. 이 훈련이 거듭될수록 내 지성의 폐활량은 늘어난다.

그런데 “문재인 모가지 따는 것은 시간문제다” 정도의 언어 구사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건 지성의 폐활량이 거의 호흡 곤란 수준이다. 심폐소생술이 즉각 요구된다. 안 그러면 신원식의 지성은 곧 사망선고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지성이 사망한 국방부 장관이 나라의 국방을 책임진다고 생각해보라. 시도 때도 없이 아무나 모가지 따자고 덤빌 터인데, 한반도를 모가지로 덮을 셈인가? 이런 사람은 절대 국방부 장관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말인데, 우리도 기분 좋게 춤추면서 구호 한 번 힘차게 외쳐보자.

신원식은 사퇴하라, 붕짜자, 붕짜~! 안 내려오면 쳐들어간다, 붕짜자, 붕짜~!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