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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거친 말로 북·러 밀착 막을 수 있나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보도된 AP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북한의 핵공격은 한미 양국의 대응으로 북한정권의 종말로 귀결될 것“이라며 엄포를 놨다. “북·러 군사협력은 유엔(UN) 안보리 결의와 각종 국제제재에 반하는 불법적이고 정의롭지 못한 협력이며, 국제사회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더욱 결속할 것”이라고도 했다. 윤 대통령의 발언들은 언뜻 단호해보이지만 현실을 움직이는 데는 소용이 없어 보인다.

‘북한의 핵공격’은 사전에 억제해야 하는 것이지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즉각적’ ‘압도적’ ‘결정적 대응’으로 사후 해결할 과제가 아니다. ‘전쟁불사’는 아무것도 잃을 것이 없는 나라들이 하는 것이다. 한국의 어떤 국민 머리 속에도 설사 전쟁이 일어나는 한이 있어도 반드시 지켜야할 외교적 이념이나 가치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북한정권 종말’을 언급한 것도 별 의미가 없다. 사실 이런 류의 수사에서는 북한을 따라갈 수 없다. 주체와 대상만 반대로 놓으면 북한 외무성 대변인의 담화에서 흔히 등장해 온 표현들이 아닌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으로 확인된 새로운 북러관계는 단순한 군사협력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미국 주도의 나토 확장, 한미일 군사협력강화, 태평양에서의 대중국 포위전략이 구체화되는 것에 대한 반발이라는 더 큰 틀에서 볼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북한으로서는 오랜 고립과 제재에서 벗어나 새로운 국가전략의 기회로 인식될 여지가 크다.

윤 대통령이 ‘유엔  안보리 결의’와 ‘국제사회 결속’을 주장한 것도 실속이 없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주도하는 일에 유엔 안보리 결의가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이며, 중국과 러시아를 적으로 한 국제사회 결속이란 것도 별다른 확장력을 가질 수 없다. 이미 브라질과 사우디 아라비아, 인도 등 남방의 거대연합이 브릭스(BRICS)라는 이름으로 뭉치고 있지 않은가.

지금은 상대의 행위에 감정적으로 반응할 때가 아니라 변화하는 국면에 개입할 여지를 찾을 때다. 그러자면 미국에만 밀착해 문제를 풀어나가겠다는 일면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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