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야당 대표의 단식에 대한 조롱과 국가의 ‘일베’화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단식이 19일째에 이르렀다. 17일에는 기력이 현저히 떨어진 이 대표에 대해 의료진이 당장 단식을 중단하고 입원해야 한다는 소견을 냈고, 당 지도부나 원로들도 만류에 나서 119구급대까지 출동하는 상황이 됐다. 그리고 끝내 18일 오전 병원으로 이송됐다.

제1야당의 대표가 이토록 오랜 기간 단식을 벌이고 있는 데는 윤석열 정부의 폭정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절박함이 배경을 이룬다. 구속영장 청구를 앞두고 이 대표가 정치적 방탄을 위해 단식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정치공학적 해석도 많았지만 19일에 접어든 상황에서는 그런 논리도 무망해졌다.

협치의 대상인 정치적 파트너가 목숨을 건 단식을 벌이고 있는데 대통령과 정부의 대응은 말 그대로 한가로운 수준이다. 긴박한 상황에서도 대통령실은 '막장 투쟁'으로 비하했다. 지난 대선 전부터 막장이란 표현을 무기로 이 대표의 이미지에 먹칠을 해 왔던 그들이 이 대표가 쓰러져 있는 광경을 보면서도 막장이란 표현을 서슴지 않은 것이다.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은 단식 초기부터 흠집 내기에만 열을 올렸다. 초기에는 '출퇴근 단식', '웰빙 단식'으로 공격했다.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규탄대회 마이크를 잡은 이 대표의 목소리를 들어  "정신력이 대단한 것인지, 내용물을 알 수 없는 텀블러와 티스푼의 힘인지 모를 일"이라며 조롱했다. 김예령 대변인은 아예 공식 논평을 통해 경호상의 이유로 국회 본관 모처에 취침하는 이 대표에게 초밥이 배달될지도 모를 일이라는 둥 막말을 했다.

당 간부가 이러니 국민의힘 의원들도 수준 이하의 대응을 보였다. 국민의힘 안병길 의원은 이 대표의 단식장에서 100m 떨어진 곳에 전복 시식회를 열겠다는 글을 올렸다가 역풍이 불자 급하게 취소하는 해프닝을 벌였다. 문득 떠오르는 건 세월호 참사 유가족이 진상 규명을 촉구하며 무기한 단식을 벌일 때 바로 옆에서 '폭식 투쟁'을 벌인 '일베' 청년들이다.

지금 이 대표의 단식 앞에 대통령이나 여당이 내놓는 말과 행동을 보면 '일베의 권력화'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고 본다. 폭식 투쟁에 나선 청년이야 백 번 양보해 개념 없는 철부지의 치기로 봐줄 수 있으나 국민의 세금으로 사는 사람들이 권력과 조직을 이용해 야당 대표를 마음껏 조롱하고 있는 것은 어떻게 봐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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