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야당 대표 단식에 ‘자해 잡범’ 한동훈 장관의 폭언

윤석열 정부 국정기조 전환을 요구하며 19일째 단식 중이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건강 악화로 병원으로 이송된 18일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에 더해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이 대표의 단식을 향해 “단식·자해한다고 사법시스템 정지되면 잡범도 따라할 것”이라는 폭언까지 했다. 기다렸다는 듯 병원 이송과 동시에 영장을 청구한 검찰과 정당 대변인보다 거친 발언을 쏟아내는 행태는 법집행을 하려는 것인지 정치를 하려는 것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제1부는 이 대표를 특정경제범죄가중 등에 관한 법률상 배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뇌물, 외국환 거래법 위반, 위증교사 등의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가 받는 혐의는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쌍방울 그룹 대북송금 의혹’, ‘검사 사칭 공직선거법위반 사건 위증교사 의혹’ 등 세 가지다.

영장에 제시된 검찰의 주장은 구멍이 많다. 핵심 혐의로 꼽히는 ‘백현동 개발사업’과 관련해 검찰은 ‘200억 중 절반을 약속받았다’면서도 뇌물 등의 혐의로 특정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백현동 용도 변경 지시가 박근혜 정부에서 이뤄졌으니 박 전 대통령을 수사하라고 주장한다. ‘쌍방울 대북송금’ 관련해서도 명백하게 입증된 것이 없다. 오히려 이 대표 측에서는 ‘검찰의 망상’이라고 할 정도다.

검찰의 영장 청구 시점도 과연 정당한 법집행인지 정치행위인지 의심케한다. 이 대표가 19일간의 단식 끝에 병원으로 이송되자 마자 영장이 청구됐다. 검찰은 “형사사법이 정치적인 문제로 변질되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지만, 오히려 이 대표 병원 이송 뉴스를 덮기 위한 행위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이날 한동훈 장관은 “수사받던 피의자가 단식해서 자해한다고 사법시스템이 정지되는 선례가 만들어지면 안 된다”며 “앞으로 잡범들도 다 이렇게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제1야당 대표가 대통령의 일방적이고 폭력적인 국정기조를 전환해야 한다며 한 단식을 ‘자해’라고 폄훼하는 것도 모자라 ‘잡범’ 취급하며 조롱까지 했다.

정치적 중립을 지키고 공정한 법집행이 이뤄지도록 해야 할 법무부장관의 입에서 나온 말인지 믿기지 않는다. 입이 거칠다는 정당 대변인들도 이 정도의 발언은 하지 않는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위원들에게 ‘싸우라’고 주문한 이후 돌격대가 되기로 한 것인지 모르겠다. 평소에도 국무위원인지 여의도 정객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태도를 보였던 한 장관이지만 이번에는 심각한 수준으로 선을 넘었다. 사법기관이 동원된 정치도 문제지만 그 정치의 질이 저잣거리의 욕설 수준까지 떨어졌다. 지금이라도 한 장관은 이 대표에게 정식으로 사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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