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튀기업’ 납품받는 게 LG 정도경영?” 한국옵티칼 노동자의 한 서린 질문

금속노조, 노조법2·3조개정운동본부 “LG, 한국옵티칼 노동자 고용승계까지 닛토덴코 납품 거래 중단해야”

전국금속노동조합과 노조법2·3조개정운동본부가 19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민중의소리

“너무 화가 납니다. 아무런 잘못도 없는 우리는 모든 것을 잃었는데, 닛토덴코도, LG디스플레이도 어떻게 이렇게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멀쩡할 수 있습니까. 우리는 일자리도 빼앗기고 가압류까지 당했는데, 어떻게 이 기업들은 이렇게 잘 먹고 잘삽니까.”

19일, LG그룹 본사가 위치한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앞에서 금속노조 구미지부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최현환 지회장이 속에 있던 울분을 토해냈다. 최 지회장을 비롯한 13명의 노동자들은 지난해 10월 발생한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공장 화재로 해고됐다. 고용보장을 요구하는 농성에 나서자 사측은 노동자들이 수억원의 손배·가압류까지 걸었다. 일본기업 ‘닛토덴코’가 100% 지분을 가지고 있는 한국 자회사, ‘한국옵티칼하이테크’의 얘기다.

닛토덴코는 경북 구미 소재의 한국옵티칼하이테크 외에 경기도 평택 소재 한국닛토옵티칼이란 자회사도 운영 중이다. 두 회사 모두 노트북이나 태블릿 PC, 스마트폰 화면에 들어가는 LCD 편광필름을 생산한다. 차이가 있다면 납품처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는 LG와 LG디스플레이에 주로 납품했고, 한국닛토옵티칼은 삼성에 주로 납품해 왔다. 그런데 한국옵티칼하이테크가 일방적으로 청산 절차를 밟으면서 LG와 LG디스플레이어에 납품하던 물량을 한국닛토옵티칼이 대신 생산하는 중이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에서는 13명의 노동자들이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9개월째 싸우고 있는데, 한국닛토옵티칼은 늘어난 생산을 위해 20명의 신규 인력을 채용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졌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 노동자들은 LG를 향해 “납품만 받으면 그만이냐”고 묻고 있다. 한국닛토옵티칼이 대신 생산하는 물량을 납품받는 것은 사실상 한국옵티칼하이테크의 만행을 용인해 주는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들은 고용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납품 거래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금속노조와 노동·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는 이날 여의도 LG 트윈타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LG디스플레이는 ‘먹튀 외투자본’의 대체생산 납품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최현환 지회장은 “한국옵티칼하이테크의 야만적인 행태에 눈 감고 침묵한다면, 주거래처인 LG 역시 비난받을 수밖에 없다. LG디스플레이는 단물만 빨아먹고 폐업하는 외투 기업의 공범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먹튀 사태 해결에 LG디스플레이가 적극 나서길 촉구한다”고 당부했다.

금속노조 윤장혁 위원장도 “닛토덴코가 구미 공장(한국옵티칼하이테크)을 청산하고, 같은 자회사인 평택의 한국닛토옵티칼로 제품을 빼돌려 생산하고 있다”며 “이러한 사실을 모를 리 없는 LG디스플레이가 눈을 감고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 외투 자본의 먹튀 행각은 용인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이 닛토덴코를 ‘먹튀 자본’으로 규정한 이유는 한국옵티칼하이테크가 외국인투자자본기업으로 지난 20여년간 토지 무상 임대와 각종 세제 혜택을 받고도 공장 화재 이후 단 한 달 만에 공장을 폐업 처리했기 때문이다. 특히 노조는 13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화재보험금으로 공장을 재건하고,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보장하라고 요구했지만 사측은 노조와의 대화를 거부한 채 오로지 공장 청산 절차만 추진하는 중이다.

졸지에 일터를 잃게 된 13명의 노동자들은 지난 1월 30일부터 공장을 지키기 위한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월 2일부로 해고 통보를 받은 이들은 현재 해고의 효력을 다투는 법적 투쟁을 진행하는 중이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의 재가동이 불가능하다면, 한국닛토옵티칼로 고용을 승계해달라는 게 이들의 요구다.

사측은 공장 철거를 시도하고 있다. 지난 8일에는 이들이 농성 중인 농성장의 물을 끊고, 단전까지 시도했다. 노조는 사측의 이러한 행태가 인권침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구제를 신청했다.

공장 철거가 지연되자, 사측은 4억원 가량의 손배·가압류를 통해 압박에 나섰다. 여기엔 노동자들의 전세보증금까지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노조법 2·3조개정운동본부 집행위원장인 이용우 변호사는 “국내에서 그 많은 혜택을 누렸으면 그에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하는데, 경영 부실과 관리 부실의 책임을 온전히 노동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 자신들의 만든 이 사태에 대해 책임을 지기는커녕 고용승계도 하지 않겠다며 손배·가압류로 노동자를 나락으로 내몰고 있다”며 “이와 같은 소송은 전형적인 소권 남용으로, 허용될 수도 없고 인정될 수 없는 소송 행태다. 사측은 노동자에 대한 손배·가압류를 당장 철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금속노조와 노조법 2·3조개정운동본부는 LG그룹이 강조하는 ‘정도경영’을 지적했다. 이들은 “LG그룹 계열사들이 천명한 ‘ESG 활동(환경·사회·지배구조 개선 활동)’은 허울뿐인 기만인가”라며 “한국옵티칼하이테크 노동자의 일자리를 빼앗고 생산되는 닛토덴코와의 거래는 ‘정도’가 아니다. LG그룹에 20년간 LG디스플레이어에 필요한 제품을 생산해 온 한국옵티칼하이테크노동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와 책임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한국닛토옵티칼이 한국옵티칼하이테크 노동자 고용승계를 책임질 때까지 납품 거래를 중단해야 한다”며 “LG가 반인권적 행위를 자행하고 있는 닛토덴코의 만행을 외면한다면 LG그룹 또한 노동탄압의 공범으로 규정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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