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을 방문해 단식 중 입원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3.09.19. ⓒ뉴시스
문재인 전 대통령이 19일 병상에서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 이재명 대표를 찾아가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워하고 있다”며 중단을 권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걱정의 말을 전했고, 이 대표는 “이런 걸음을 하게 해 정말 죄송하다”고 했다.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예정된 9·19 평양공동선언 5주년 기념식 참석차 서울에 온 문 전 대통령은, 행사에 참석하기에 앞서 오후 3시 30분경 이 대표가 입원한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을 찾았다. 이는 문 전 대통령의 퇴임 뒤 첫 공식 서울 일정이다.
문 전 대통령은 병실에 누워있는 이 대표의 손을 맞잡고 위안했다. 문 전 대통령은 23분가량 병실에 머물렀다. 이 대표가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지만, 문 전 대통령은 만류하며 힘겨워하는 이 대표에게 누워있길 권했다.
언론에 비공개로 진행된 회담에서 문 전 대통령은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병원장에게 이 대표의 건강 상태를 묻고, “이럴 때일수록 주변에서 단식을 그만두게 해야 한다. 특히 병원장은 이 대표가 단식을 중단할 수 있도록 병원에서 만들어야 한다. 그만두게 해달라”고 말했다고 한민수 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단식을 위로하고, 만류도 하고 싶어서 왔다. 이 대표는 이제 혼자의 몸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워하고 있으니 빨리 단식을 중단하고 다시 활동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와 보고 싶었다”, “이제는 단식에 대해 많은 국민이 진정성을 알고 있고, 안타까움이 있으니 (단식을 중단하고) 활동해야 한다”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고 한다.
이에 이 대표는 “끝없이 떨어지는 나락 같다. 세상이 망가지고 있는 거 같다. 그래서 단식을 할 수밖에 없다”며 문 전 대통령에게 “전화도 주시고, 중단해 달란 말씀도 전해주시고, 이런 걸음까지 하게 해 정말 죄송하다”고 말했다.
거듭된 문 전 대통령의 단식 중단 권유에 이 대표는 “잘 알겠다” 정도의 답만 남겼다. 한 대변인은 “오늘 자리에서 (이 대표는 단식) 중단의 말은 하지 않은 걸로 전해 들었다”고 했다.
문 전 대통령과 이 대표의 대화에서 윤석열 정부에 관한 내용이 언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한 대변인은 “여러 말씀이 있었지만 소개하는 게 적절하지 않은 거 같다”며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
이 대표는 단식 19일 차를 맞은 전날 새벽 혈당이 급속히 떨어지며 의식을 잃을 정도로 건강이 악화해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이 대표는 병상에서도 최소한의 수액 치료만 받으며 현재까지도 음식 섭취는 일절 거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