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59조 세수 펑크에 꼼수와 무책임만...이게 정상인가

기획재정부가 올해 국세 수입이 세입 예산 대비 59조1천억원가량 부족한 341조4천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주요 기업의 실적 부진과 국내 자산시장 위축으로 법인세와 양도소득세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애초 400조5천억원을 예상했으니 오차율만 14.9%다. 2021년과 2022년에도 세수 오차가 심했다고 하지만 그 때는 세금이 예상보다 더 걷힌 경우였다. 이 정도의 '세수 펑크'는 사실상 처음인 셈이다.

경기 여건은 늘 불확실하니 세수가 예상보다 더 걷힐 수도 있고, 덜 걷힐 수도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이 정도는 심하다. 윤석열 정부 들어 대규모 감세 정책을 강행했고 미·중갈등 등 국제 무역 상황도 좋지 않을 것임이 예상됐다. 그렇다면 세수 예측에 좀 더 신중해야 했다.

더 큰 문제는 세수 부족에 대처하는 정부의 자세다. 세수 결손에서 중앙정부가 충당해야 할 금액은 36조원 수준인데 기재부는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 24조원을 돌려쓰고, 예상되는 세계(歲計) 잉여금 4조원을 사용한 뒤, 그래도 부족하면 예산이 편성된 사업을 실제로는 하지 않는 방식으로 세수 결손을 메운다는 방침이다.

외평기금을 당겨 쓰는 건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것에 불과하다. 정부가 국채를 발행하기 싫으니 한국은행이 발행한 외평채로 막는다는 게 아닌가. 지금 외환상황이 나쁘지 않다고 하지만 대외 경제환경이 악화되면 그 때는 어떻게 할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세수가 부족하면 국회와 국민의 동의를 얻어 국채를 발행하는 게 정도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념'적 이유로 국채를 극도로 싫어해 재정당국이 꼼수를 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방정부 결손도 문제다. 지방교부세와 교육교부금 등 내국세와 연동되는 지방 재원 23조원이 자동으로 구멍이 났다. 정부는 지방이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지방교부세가 부족하면 정부가 국채를 발행해 일단 교부하고 2년에 걸쳐 이를 반영하는 게 통상적인 방법이었다. 지자체와 교육청의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을 활용하면 된다지만 이건 지방정부마다 상황이 제각각이다. 당장 기금 여유가 없는 경우엔 하기로 한 사업을 줄여야 한다.

이렇게 중앙과 지방정부의 지출이 줄어들면 안그래도 좋지 않은 경기에 그늘이 지게 된다. 올해 내내 '하반기엔 좋아질 것'이라고 주문을 외던 정부는 막상 하반기가 되니 꼼수와 무책임으로 돌아섰다. 이건 정상적인 나라가 아니다.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