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대부분 무죄’ 윤미향 의원, 항소심에선 징역형 집행유예

윤미향 의원 “뚜렷한 증거 없이 1심 판결 취소...상고심에서 끝까지 진실 다투겠다”

윤미향 무소속 의원이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정의기억연대 후원금 횡령 등 관련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뒤 나오고 있다. 2023.09.20. ⓒ뉴시스

일본군 성노예제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구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후원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던 윤미향 의원이 20일 항소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1심에서 무죄로 판단된 것이 일부 유죄로 다시 판단되면서 처벌 수위가 높아진 것이다. 윤 의원은 이에 납득할 수 없다며 상고 의사를 밝혔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부장판사 마용주·한창훈·김우진)는 20일 업무상 횡령 혐의 등 8개 혐의로 기소된 윤 의원에 대해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이 형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윤 의원은 의원직을 상실하게 된다. 현역 국회의원은 어떤 범죄든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국회법과 공직선거법에 따라 의원직을 상실하게 된다.

검찰은 지난 2020년 9월 윤 의원을 7개의 공소사실(업무상 횡령, 사기 및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사기 및 지방재정법 위반,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위반, 준사기, 업무상배임, 공중위생관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업무상 횡령 혐의 중 일부만 유죄로 판단하고, 나머지는 모두 무죄로 판단하면서 벌금형을 선고한 바 있다.

업무상 횡령죄, 1심 1천700만원에서 항소심 8천만원으로 
김복동 할머니 장례비 모집, 여가부 국고보조금 수급도 무죄에서 유죄로 


유일하게 유죄로 인정된 업무상 횡령 혐의마저도 애초 검찰이 업무상 횡령 혐의로 기소한 1억원 가운데, 1천700만원 가량만 인정한 결과였다. 1심 재판부는 사용처를 입증할 자료를 제출하지 못하면 후원금을 개인적으로 유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결국은 어떻게 입증하느냐의 문제였다. 그러면서도 1심 재판부는 “후원금을 목적에 맞게 쓰지 않았더라도, (위안부 문제 해결) 관련 활동에 직간접적으로 썼다면 횡령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윤 의원은 일부 유죄가 인정된 부분에 대해서도 “횡령하지 않았다”며 항소를 통해 모두 무죄 선고를 받아내겠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항소심은 1심 법원이 인정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금액인 8천만원 가량을 윤 의원이 횡령했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공판 과정에서 검찰 측과 윤 의원의 변호인 측이 추가 입증 자료를 내놓으며 다툰 결과, 1심에서 유죄로 판단된 부분이 무죄로, 무죄로 판단된 부분이 유죄로 일부 뒤바뀌기도 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 윤미향은 정대협 상임대표로서 아무런 감독을 받지 않은 채 개인 명의 계좌에 정대협 활동 관련 후원금과 ‘위안부’ 할머니 지원금 등을 보관함으로써, 공적 용도의 지출과 사적 용도의 지출을 명확히 구별할 수 없는 상태를 만들었다”며 “그 외에도 정대협 계좌에 보관한 정대협 자금을 개인 계좌로 이체하는 등의 방식으로 횡령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횡령의 대상이 된 돈은 시민들이 기부한 후원금이거나, 국가의 ‘위안부’ 할머니 지원금 등이었다. 피고인 윤미향은 누구보다 이러한 돈을 철저히 관리하고, 목적에 맞게 사용해야 함을 잘 알고 있었음에도, 이러한 기대를 저버린 채 범행을 저질렀다”며 “이로 인해 정대협을 지원하고 후원한 시민들은 물론, 정대협의 위상에도 큰 피해를 주었다. 국가와 정대협의 직접적인 금전 피해에 대한 변상 내지 회복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1심에서 무죄로 판단됐던 김복동 할머니 장례비 모집과 관련된 기부금품법 위반 혐의도 항소심에서 유죄로 뒤바뀌었다.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1천만원 이상의 기부금품을 모집하려면 관할 등록청에 미리 등록을 해야 하는데, 김복동 할머니가 돌아가신 이후 장례비(조의금)를 모집할 때 이를 하지 않았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었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장례식 특성상 일회적 활동에 그치기 때문에 김복동 할머니 시민사회장례위원회는 기부금품법상 사회단체, 친목단체로 보기 어렵다”며 “기부금품법에 따라 등록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재판부는 3~5일 진행되는 장례식의 특성상 행정적으로 기부금품법에 따라 등록을 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지적하는 한편, “시민사회장까지 형사 처벌의 영역으로 확대한다면 시민사회장을 위축시킬 위험이 있다”며 검찰의 무리한 기소를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김복동 할머니 장례비 모집과 관련해서는 다른 모금 행위와 달라서 기부금품법상 기부금이 해당한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당시 지출된 장례비가 9천700만 원이었는데, 현장 조의금으로 9천400여만 원이 모였고, 그 외에 서울시나 여가부에서 장례 지원으로 300만 원과 100만 원씩을 지원받았다”며 “현장 조의금과 정부 지원금만으로도 충분히 고인을 추모하고 생존의 활동을 지지하는 시민사회장을 진행할 수 있었다고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한 윤 의원의 개인 명의 계좌로 들어온 장례비 대부분이 시민단체 후원, 정의연 사업 지원 등으로 사용됐다면서 “모금의 목적과는 무관한 사용이었다”고 지적했다.

여성가족부 국고보조금 관련 사기 및 보조금법 위반 혐의도 1심과 달리 항소심에서는 유죄로 인정했다. 윤 의원은 정대협이 참여한 여성가족부 사업을 통해 인건비 명목으로 받은 국고보조금 목적에 맞게 사용하지 않았다는 혐의를 받았다. 당시 정대협 활동가가 여가부의 사업인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치료사업’과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보호시설 운영비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받은 인건비를 정대협에 돌려주며 운영비로 사용하도록 한 것은 애초 국고보조금을 부정 수급한 것이라는 게 검찰의 주장이었다. 정대협 해당 활동가는 정대협에 ‘양심에 따라 기부한 것’이라는 입장이었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여가부는 사업 수행을 전제로 보조금을 지급했고 이 사업 수행 과정에 특별한 하자가 발견되지 않았고, 이로 인해 국가재정이 침해받았다는 부분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정대협은 여가부 보조금 사업의 목적 달성을 위해 추가 인건비 지출이 필요함을 전제로, 이러한 인건비 항목이 포함된 보조금을 신청했다”며 “만약 인건비로 배정된 보조금을 담당자에 대한 추가 인건비 지급이라는 용도대로 사용하지 않았을 경우라면, 정대협은 여가부에 해당 금액을 반납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대협이두 명의 직원 계좌에 인건비로 배정된 보조금을 이체하고 다시 이를 기부받는 형식을 취하는 것은, 그러한 보조금을 지급했다는 허위의 외관을 만들기 위한 형식적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며 이를 무죄로 판단한 1심 판결을 뒤집고 유죄로 판단했다.

3개 제외한 나머지 혐의는 모두 무죄 유지


반면 항소심 재판부는 윤 의원이 정의연 부설기관인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을 허위로 지자체에 등록해 서울와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보조금을 부정 수급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1심 판결과 같은 취지로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이 박물관이 법률상 박물관 등록 요건인 ‘학예사’를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윤 의원이 담당 공무원을 속여 박물관을 등록하고, 이를 이용해 문화체육관광부와 서울시로부터 보조금을 신청해 받았다고 봤다. 하지만 1심 재판부와 항소심 재판부 모두 ‘학예사’가 반드시 상근해야 한다고 볼 수 없고, 부정한 방법으로 보조금을 받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문체부 보조금 수급과 관련해 정대협 활동가가 받았던 인건비 명목의 보조금을 다시 정대협이 돌려받은 것에 대해서도 항소심 재판부는 1심 재판부와 마찬가지로 무죄로 판단했다. 여가부 보조금 수급에 대한 유죄 판단과는 다른 결과다. 이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는 각 정부 사업의 목적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문체부의 교육 인력 지원 사업은 사립박물관의 교육 프로그램 개발과 교육 현장을 담당하는 전문 인력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진행되는 사업으로서, 실제 이 교육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교육사에게 인건비를 지급하는 것을 주 목적으로 한다”며 “보조금 사업이 의도와 목적대로 달성됐다고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여가부 보조금 사업의 목적은 직원들의 기존 급여 대처가 아닌 피해자 치료 사업 또는 피해자 보호시설의 운영”이라며 “문체부 보조금과 본질적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 외 ▲후원회원에게 회비를 받을 때 미리 신고하지 않았다는 기부금품법 위반 혐의 ▲중증치매를 앓고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자 인권운동가인 길원옥 할머니의 심신장애를 이용해 길 할머니의 상금 등을 탈취했다는 준사기 혐의 ▲안성쉼터 부지를 정대협이 매입하는 과정에서 시세보다 고가에 매입해 정대협에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는 업무상 배임 혐의 ▲안성쉼터가 관할 관청에 숙박업으로 신고되지 않았는데 안성쉼터를 숙박시설처럼 운영했다는 공중위생관리법 위반 혐의 등 나머지도 1심과 마찬가지로 항소심에서도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

상고 의사 밝힌 윤미향 의원
“금전적 이익을 위해 정대협에서 일하지 않아”


이를 종합해 항소심 재판부는 윤 의원에게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정대협 전 사무처장인 김 모 씨에 대해서는 벌금 2천만원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 윤미향은 지난 30년 동안 인적, 물적 기반이 열악한 상황에서도 정대협 활동가로 근무하면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위안부’ 할머니들의 피해 회복 등을 위해 기여해왔다. 그와 함께 활동을 한 국내외 여러 단체와 활동가들, ‘위안부’ 할머니들의 가족들은 피고인 윤미향에 대한 선처를 요구하고 있고, 피고인 윤미향은 지금까지 형사처벌 받은 전력이 없다”며 이런 사정을 고려해 양형했다고 밝혔다. 김 씨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항소심 판결에 윤 의원은 상고 의사를 밝혔다. 윤 의원은 입장문을 통해 “1심 법원은 총 26회 공판의 충분한 심리로 공소사실 대부분을 무죄로 선고하고, 업무상 횡령 일부에 대해서만 벌금형을 선고했다. 이에 반해 항소심 재판부는 첫 공판에서 이례적으로 판결 선고일을 지정하고 신속히 진행했다. 또한 검찰이 새로운 증거를 제출하지도 않았는데 뚜렷한 증거 없이 1심 판결을 취소했다”며 “상고심에서 끝까지 진실을 다투겠다”고 밝혔다.

또한 “저를 포함한 정대협 활동가 모두는 단 한 푼 금전적 이익을 위해 정대협에서 일하지 않았다”며 “수많은 사람이 헌신하고 연대하여 만들어 온 30년 일본군‘위안부’ 문제 해결 운동이 더 이상 폄훼되지 않도록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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