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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균용 후보자, 대법원장 자격 없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는 이틀간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수없이 ‘몰랐다’ ‘송구하다’를 반복했다. 재산과 납세는 ‘의혹 백화점’이라는 상투적 표현이 어울릴 정도인데, 명쾌하게 소명된 것은 없다. 가장 문제가 된 처가 측 업체의 비상장주식 10억원어치를 2000년경 취득하고도 공직자재산등록에 누락해온 것인데, 위법 소지가 다분하다. 더욱이 그는 자신의 경우와 흡사한 지자체장 재판에서 유죄를 선고하기도 했다. 똑같은 사건에 다른 이는 유죄고, 자신은 대법원장으로 출세하겠다는 것을 국민이 어떻게 납득할 수 있나. 자칫하면 대법원장이 피고인이 될 판이다. 이 외에도 아들의 김앤장법률사무소 ‘아빠 찬스’ 인턴 채용, 해외 거주 딸의 재산 신고 누락과 증여세 탈루, 부산 동래구 땅의 농지법 위반 등도 설득력 있는 해명을 하지 못했다.

이균용 후보자의 판결에서는 약자 보호와 같은 시대적 소명을 찾아보기 어렵다. 성폭력, 가정폭력 사건에서도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원심보다 감형했다. 인사청문회에서 나온 1948년 건국이나 ‘위안부’ 피해자 자발적 매춘 관련 답변도 사후에 정정했으나 식견을 의심케 한다. 또한 그는 법원 조직 내에서도 호평받지도 못했다. 법원장으로 재임한 기간 이뤄진 ‘법원장 이상 다면평가’ 결과에서 모두 최하위권 점수를 받았다. 종합하면, 남에게 엄격하고 자신과 가족에게 관대하며, 재산 증식에 열을 올린 전형적인 기득권 판사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왜 그가 이 시기 사법부의 수장이 돼야 하는지 의문이다. 검찰을 필두로 수사 및 법무행정, 감사원과 각종 조사 권한을 가진 기구까지 정권의 수족이 돼 폭주하는 시점이다. 여당은 자타공인 용산 대통령실의 하명 부서로 전락했고, 국회의 입법과 갈등 해소 기능도 마비 상태다. 시민들의 불만이 없지 않으나 상대적으로 법원이 최소한의 균형감을 갖고 국가권력의 일색화, 폭력화를 제어한 셈이다. 그런데 대법원장에 ‘대통령의 친구의 친구’이자 전형적 기득권 인사가 취임한다면 이것이 던지는 의미는 무엇이겠는가. 사법부마저 국민을 보호하기보다 대통령을 먼저 살피게 될 것이라고 많은 국민이 우려한다.

평생 다른 이들의 쟁송에 판결을 내리던 고위 법관이 법과 윤리에 대해 이토록 무지하고 무감각하다니, 그런 이가 대법원장 후보자라니 황당할 지경이다. 스스로 ‘모른다’ ‘송구하다’ 말한 것처럼 그는 판사로의 법률 지식과 직업윤리가 현저히 부족하다. 심지어 보통 시민 기준의 준법의식에도 미달하며 범법도 의심된다. 자진사퇴하거나 윤 대통령이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 국민은 자기가 판결한 법률마저 위반해서 대단히 송구하고 죄송한 대법원장을 원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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