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계 시민사회단체는 21일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을 단호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진보연대는 이날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법원장은 사법 행정은 물론 사법부를 대표하는 최고 공직”이라며 “사법부 수장의 무게감을 인식한다면 국회는 부적격함만 확인된 이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부결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전날 종료된 인사청문회에서 기존에 제기된 각종 위법 의혹 등이 전혀 해소되지 않았고, 법관으로 자격이 의심될 정도의 변명으로 일관한 이 후보자의 태도 때문이다.
이들 단체는 “비상장주식 신고 누락, 자녀의 해외계좌 신고 누락 등, 재산 신고와 관련한 공직자윤리법령 위반이 드러났지만, 이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몰랐다’, ‘송구하다’는 입장만 반복했다”며 “인사청문회 준비 과정에서야 해당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이 후보자의 변명은 후보자가 재산공개 대상이 된 2009년 이래로 공직윤리에 대해 한없이 낮은 경각심을 가져왔음을 자인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 후보자의 아들이 학부생 시절 ‘아빠 찬스’를 통해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인턴 활동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도 “선발 과정 등에 대해 ‘모른다’면서도 ‘독자적으로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자 배우자의 토지 증여세 탈루 의혹에 대해서도 “명쾌한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는 게 이들 단체의 평가다.
이들은 “이 후보자는 공직자로서의 윤리, 공정성에 제기된 의혹을 피해 갈 뿐 책임 있는 해명은 내놓지 않고 있다”며 “법관이 법령을 몰라 위법 저질렀다며 변명만 계속하는 후보자에게 사법부를 이끌 자격은 없다”고 단언했다.
나아가 이들은 이 후보자의 낮은 성인지 감수성도 인사청문회를 통해 재확인됐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이 후보자는 과거 일부 성범죄 관련 항소심 재판에서 ‘개선의 여지가 있는 20대’라는 이유 등으로 피고인을 감형해 준 사실이 알려지면서 성인지 감수성이 낮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며 “인사청문회에서도 강간, 신체 촬영, 유포 협박 및 스토킹 혐의를 받는 피고인을 감형한 사례 등이 지적되었지만, 이 후보자는 ‘신중히 형량을 정했다’, ‘재판한 것에 대해 지금도 스스로 돌아봐서 부끄러움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은 국민의 기본권은 물론 소수자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최후의 보루다. 과거 판결에서부터 성인지 감수성의 부족을 지적받았음에도 인사청문회에서 ‘부끄러움이 전혀 없다’고 천명한 이 후보자의 태도는, 대법원장 자격이 전혀 없음을 증명하고 있다”며 “이 후보자가 대법원장으로 임명된다면 대법원 구성의 다양성은 물론, 소수자 인권을 위한 대법원의 판결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들은 또한 재판과 법관의 독립을 지키고, 검찰 등의 수사기관과 행정부를 견제해야 할 사법부의 수장으로서도 이 후보자는 ‘자격 미달’이라는 입장이다.
이들은 “이 후보자는 영장전담판사 등이 영장의 수사기밀 등을 법원행정처에 전달한 사법농단 사건 2심 재판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사법행정상 필요에 의해 용인된다는 취지”라며 “대법원장의 권한 중 가장 위험하고 막강한 것이 법원의 사법행정을 총괄하는 권한이다. 그런데 사법부 보호를 위해 법원이 할 수 있는 사법행정범위를 이렇게 넓게 해석하는 사람이 대법원장이 될 경우 자기 조직 보호를 위해 어떤 식으로 사법행정권을 활용할지 매우 우려스럽다”고 꼬집었다.
특히 “검찰 등의 수사기관의 수사권 남용을 견제하려는 의지가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이들은 “‘압수수색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지금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영장 청구 중에 기각되는 것도 있다며 ‘검찰의 수사권에 대해 상당한 통제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발언했다”며 “하지만 현재 검찰의 청구에 따른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 발부율은 2022년 기준 90%를 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을 가진 대법원장 아래에서라면 검찰 등 수사기관에 대한 법원의 견제는 작동하기 어렵다”며 “이 후보자에게 재판과 법관의 독립을 지키고, 행정부와 수사기관을 견제하는 대법원장으로서의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