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 내 반도체 생산설비 확장 제한을 유지하기로 했다. 제한을 완화해 달라는 한국 측 의견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미국 상무부는 22일(현지시간) 반도체법 가드레일 규정 최종안을 발표했다.
미국은 자국 투자를 유인하기 위해 반도체 공장 건설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반도체법을 지난해 8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반도체법에는 보조금을 받은 기업의 중국 투자를 제한하는 가드레일 규정이 있는데, 해당 규정이 이번에 확정된 것이다.
이번에 확정된 가드레일 조항에 따르면, 보조금 수령 이후 10년간 중국 등 우려국가에서 반도체 생산설비의 ‘실질적인 확장’이 제한된다. 실질적인 확장의 범위는 첨단 반도체 경우 5%, 범용 반도체 경우 10%로 규정했다. 범용 반도체는 ▲28nm 이전 세대의 로직 반도체 ▲18나노미터를 초과하는 D램 ▲128단 이내의 낸드플래시다. 규정을 어기면 보조금을 반환해야 한다.
한국 정부는 제한 완화를 요구했지만, 미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실질적인 확장 기준을 2배로 늘려달라는 요구였으나, 최종안에 반영되지 않았다. 생산설비 확장이 제한되면 기존 공장을 정상적으로 운영하는 데 차질이 생길 우려가 있다. 생산 능력을 제때 늘리지 못하면 공장의 경제성이 떨어지게 된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서 낸드플래시 공장을, SK하이닉스는 우시 D램 공장과 다롄 낸드플래시 공장을 운영한다.
미국 상무부는 “기존의 5% 예외는 반도체 시설과 생산라인의 일상적인 업그레이드를 가능하게 하는데 충분하다”고 밝혔다. 앞서 상무부는 기술 업그레이드를 통한 생산량 확대는 규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국 정부는 범용 반도체의 기준 완화도 요구했지만, 이 역시 반영되지 않았다.
한국 정부는 이날 참고자료를 내 “안보적 우려가 없는 정상 경영활동은 보장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반도체법 발효 직후부터 가드레일 규정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미국 측과 긴밀한 협의를 진행해 왔다”면서 “그 결과, 당초 세부 규정 초안에서도 우리 기업이 중국에서 운영하는 생산설비의 유지 및 부분적 확장을 보장했고, 관련 내용은 최종안에도 포함됐다”고 했다.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미국은 지난해 10월부터 중국 내 반도체 장비 반입을 제한하고 있는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1년 유예를 받은 상황이다. 유예가 연장되지 않으면 중국 내 공장 운영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