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8월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022회계연도 결산 관련 보고를 하고 있다. 2023.08.21. ⓒ뉴시스
취재를 하다보면 저절로 헛웃음이 터질 때가 있다. 가장 최근에는 검찰 특활비 사용 실태를 폭로하는 기자회견 자리였다. 기밀 수사 등에 써야 할 검찰 특활비를 공기청정기 렌탈비에도 사용했다는, 뜻밖의 사용처에 저항 없이 실소가 터져 나왔다. 전언으로 전해진 검찰 측 해명은 코로나19 당시 검사실의 정상적 운영을 위해 공기청정기를 설치했기 때문에 특활비 목적에 부합한다는 것이었다. 참신한 해명에 말문이 막힐 정도다.
국회 등 여러 기관에서 사용하던 특활비의 적절성이 도마 위에 올라 국민적 지탄을 받은 게 불과 몇 년 전 일이다. 그런데도 검찰은 여전히 특활비를 엉뚱한 곳에 사용하고 있다는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빼박 증거’에도 검찰은 성의 없는 변명뿐이다. “일부 소규모 청에서 예산 항목을 오집행한 소액의 지출 사례가 발생했으나 이런 경우 교육·환수 등의 조치를 하고 있다.” 만약 이 문제가 공론화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수사와 무관한 곳에 특활비가 쓰이고 있다는 사실도, 이후 어떤 조치가 취해지는 지도 국민으로서는 알 길이 없다.
최근 국회에서도 검찰 특활비 문제가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국회에서 야당 의원들과 설전을 벌이는 일이야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검찰 특활비와 관련된 지적이 나오면 과도하게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다.
주요 질의와 답변만 추려보면 이렇다. ‘특활비 검증을 위해 검찰의 특활비 집행 지침을 공개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지적에 한 장관은 “지난 정부도 마찬가지”라며 이전 정부 얘기로 맞선다. 검찰 특활비의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을 고민해 보자는데, “왜 재탕 삼탕해서 얘기하느냐”며 검찰 특활비 검증에 나선 시민단체가 “정략적”이라고 비난한다. ‘공공기관의 예산, 회계 관련 기록물은 5년간 보존해야 한다’는 공공기록물법 시행령과 달리 왜 2017년 상반기 특활비 관련 자료가 없느냐고 물으면, 법령과 상충되는 관행을 반복적으로 답한다. 명절을 앞두고 특활비가 무더기로 지출된 점을 들어 ‘명절 떡값’ 의혹을 다룬 뉴스타파 보도를 언급하자, “뉴스타파 뇌피셜뿐”이라며 “모욕적”이라고 흥분한다.
이렇다 보니 기본적인 검증조차 이뤄지기 힘든 분위기다. 특활비의 투명성과 특활비 집행의 적절성 등을 따지고 있는데, 해명은커녕 엉뚱한 답변만 돌아오기 때문이다. 답답한 마음에 ‘내가 그걸 묻는 게 아니잖나’라고 반박하다 보면 입씨름만 하다 질의가 끝난다. 일부러 야당 의원들과의 충돌을 노리며 시간을 끌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시인할 건 시인하고, 해명할 건 해명하면 될 문제지 이렇게 감정적으로 나오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
한 장관은 검찰이 대법원 판결 취지대로 특활비 등의 자료를 잘 공개하고 있고, 법령과 달리 제도를 마음대로 폐기해도 관행이었으니 문제 되지 않으며, 2017년 이후 제도 개선 뒤에는 내부 통제도 잘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구체적인 자료들이 하나씩 공개되고 있다. 그럴 때마다 제대로 된 해명은 내놓지 않고 의원들과 설전이나 하며 제기된 의혹을 뭉갤 것인가. 국회의 감시조차 거부하면서 검찰 특활비가 꼭 필요하다는 한 장관의 주장을 대체 국민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