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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헌법재판소에서 33년째 제자리인 ‘국가보안법’

헌법재판소가 국가보안법 제7조 1항과 5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제7조 1항은 반국가단체 활동에 대한 찬양·고무·선전 또는 동조하는 행위를, 5항은 이적표현물 제작·소지·반포하는 행위 등을 처벌한다는 규정으로, 이 중 ‘소지·취득’만으로 처벌하도록 한 내용에 대해서는 재판관 5명이 ‘위헌’으로 보았다. 2018년에도 마찬가지로 ‘소지·취득’ 부분에 대해 위헌이라고 본 재판관이 5명으로 합헌 의견보다 많았다. 다만 위헌 혹은 헌법불합치 결정을 위해서는 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모두 ‘합헌’으로 결정된 것이다.

국가보안법이 합헌 결정을 받은 건 1990년을 시작으로 이번이 여덟 번째. 이번에도 헌재는 “한반도를 둘러싼 국가들 사이의 지정학적 갈등은 계속되고 있고, 북한의 대남 적화 통일노선의 본질도 변하지 않았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이적행위나 이적표현물의 제작·소지·반포 등으로 인한 위험은 언제든지 국가의 안전이나 존립에 위협을 가하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태의연한 냉전논리를 동원하여 국가보안법을 정당화하고, 수많은 사람의 인권과 민주주의를 유린한 것은 과거 독재정권이 정권 유지 수단으로 삼아온 논리였다. 여기에 검찰과 국정원, 기무사 등 공안기관들은 자신들의 실적 쌓기에 국가보안법을 이용했고, 사법부는 온갖 불법 채증과 압수수색, 털어서 없으면 그만이라는 식의 무도한 불법행위로 국민들의 자유를 억압하는 일에 동조해 왔다. 비단 과거만이 아니라 10년 전 유우성 간첩사건이 그랬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음모사건 역시 국가보안법 사건은 아니지만 정권과 공안기관, 사법부의 공작으로 무고한 희생양을 만들어 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국가보안법은 이미 오래전부터 국가인권위원회를 비롯해 유엔의 인권 관련 기구들로부터 폐지를 권고받아 왔다. 특히 제7조는 헌법이 정한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한하고, 이를 남용함으로써 개인정보 등 광범위한 인권 침해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많은 비판을 받았다. 심지어 미국의 경우도 헌법 제1조에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률은 의회가 제정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라는 판결의 원칙을 세워 ‘처벌 요건’을 극히 제한하고 있다.

이번 헌재 판결은 이 같은 국제사회의 상식적 요구를 전혀 반영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헌법을 수호해야 하는 헌법재판소의 제 역할을 하지 못한 판결이라고 할 수 있다. 엄중한 자기반성이 요구된다. 그리고 국가보안법 제7조가 비록 합헌으로 결정됐다 하더라도, 2018년에 이어 다수의 재판관이 ‘위헌’ 취지의 의견을 피력한 만큼 이제는 정치권에서 보다 적극적인 국가보안법 개정 및 폐지 논의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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