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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불가능 ‘2051년 폐로계획’ 추진하며 오염수 방류 강행한 이유

노후원전까지 재가동 성공, 친원전 정책 부활했지만...눈엣가시처럼 남겨진 후쿠시마 상처

일본 동북부 후쿠시마현 소재 후쿠시마 다이이치(제일) 원자력 발전소의 2월 14일 전경. 2021. 2. 22. ⓒ사진 = AP

일본은 오는 2051년까지 후쿠시마 사고원전 폐로를 완료하겠다는 계획이다. 주변국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올해 8월부터 134만t에 이르는 오염수 해양방류를 강행한 이유도 이 계획의 일환이다. 일본은 오염수를 30년간 수백 배의 바닷물로 희석하여 방류한다는 입장이다.

‘2051년까지 폐로 계획’은 당초부터 불가능하다는 비판이 많았다. 현재의 과학기술로는 녹아내린 핵연료와 주변 구조물이 뒤섞인 ‘데브리’를 제거하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오염수는 바닷물·지하수·빗물·냉각수 등이 데브리에 닿아 생성되기 때문에, 데브리 제거 또는 특단의 조치 없이는 오염수 추가 생성도 막기 어렵다. 미야노 히로시 일본원자력학회 폐로검토위원장은 지난 19일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2051년까지 폐로를 완료하겠다는 일본의 계획에 대해 “있을 수 없는 이야기”라며, 오염수 생성 문제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5월에 방한했던 반 히데유키 일본 원자력정보자료실 대표도 “일본 학회에서도 100년 혹은 300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2019년 9월에 운전을 종료한 미국의 스리마일 원전조차 후쿠시마 원전처럼 폭발한 것도 아닌데 폐로까지 60년 계획을 세웠다. 이대로라면, 오염수 방류와 폐로가 30년 안에 끝날지, 50~100년 동안 이루어질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현재도 매일 90t 이상의 오염수가 생성되고 있다는 점만 고려해도, 일본의 계획은 그대로 지켜지기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추가로 탱크를 짓지 않아도 된다는 점 외에 실익도 별로 없다. 그런데도, 일본이 오염수 해양방류를 서두른 이유는 무엇일까?

주오사카대한민국총영사관 총영사였던 오태규 서울대 일본연구소 객원연구원은 지난 9월 26일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인류사적 재난을 겪었음에도 일본이 다시 ‘친원전 정책’을 재추진하고 있는 점 등을 짚으며, 오염수 해양방류가 일종의 “제례”처럼 치러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3·11(후쿠시마 원전사고)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한 제례를 치러야 하는데, 폐로는 너무 먼 미래”라고 덧붙였다. 또 “로카쇼무라 재처리시설 등에서 발생할 여러 문제에 대비해 선례를 만들어 처리하면 안전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추정했다.

① 부활하는 일본 원전산업
40년 넘은 노후원전도 재가동
원전제로였던 일본, 10여기 가동
오염수 방류...“제례의식 같아”


노후원전 다카하마원전 가동을 알리는 간사이전력 보도자료. ⓒ간사이전력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폐로와 오염수 해양방류만 서두르는 게 아니다. 이와 함께 ‘원전산업의 부활’을 서둘렀다.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를 겪은 일본은 2014년에 모든 원전의 가동을 멈춰 세웠다. 하지만 이듬해인 2015년 8월 주식회사 규슈전력(九州電力)이 가고시마현에 있는 가와우치 원전(川内原発)을 재가동하면서 일본의 ‘원전제로 시대’는 23개월 만에 끝났다. ‘마이니치신문’이 2015년 8월 12일 사설로 “가와우치 원전 재가동을 원전 회귀의 발판으로 삼으면 안 된다”고 호소했지만, 이후 다른 원전들도 하나둘 가동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50년 가까이 된 노후원전까지 재가동하기에 이르렀다. 주식회사 간사이전력(関西電力)에 따르면, 다카하마 발전소(高浜発電所) 1호기는 올해 9월 23일 오전 9시30분부터 운전을 개시했다. 일본 혼슈 중부 후쿠이현(福井縣)에 위치한 다카하마원전 1호기는 1974년 11월에 완공된 대표적인 노후원전이다.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폭발을 겪은 후 “발전용 원전의 가동 기간은 40년으로 한다”는 내용으로 원자력규제법을 개정했다. 이는 후쿠시마 참사를 교훈 삼아 세운 원칙이었다. 하지만 일본은 슬쩍 “한차례 20년 연장이 가능하다”는 조항을 끼워 넣더니, 올해에는 아예 60년까지 가동할 수 있다는 ‘그린 트랜스포메이션’(GX) 법안을 마련하고, 실제 40년 이상 된 노후 원전을 재가동한 것이다. 일본은 원전 수명 연장 인가 기관도 원자력규제위원회에서 경제산업성으로 바꿨다. 다시 안전보다 경제를 우선하겠다는 의도다.

2022년 3월 세계원자력협회(WNA)가 취합한 일본의 가동 원전 수가 10기였다는 점, 일본이 올해 9월부터 재가동한 노후원전 등을 고려하면, 이제 일본에서 가동하는 원전은 11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한때 ‘원전제로’까지 도달했던 일본이 과거의 ‘원전 신화’로 회귀하기 위한 작업을 착착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에너지정보문화재단에 따르면, 일본 원전업계 고용도 올해 들어 대폭 확대되는 추세다.

이 과정에서 오염수 탱크와 사고원전이 상흔처럼 남은 후쿠시마는 가장 큰 걸림돌일 수밖에 없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일본이 그토록 자랑했던 “원자력 안전 신화”를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직후 일본 언론이 쏟아낸 비평 또한 “정부는 그간 일본 원전이 안전하다고 강조해 왔으나 이번 후쿠시마 원전 폭발로 ‘안전 신화’가 무너졌다”였다.

그래서 일본이 취한 행보는 재난을 온전히 인정하지 않고 지우는 일이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10여 년 동안 매해 후쿠시마를 찾아 다큐사진을 찍은 정주하 사진작가는 “일본이 후쿠시마 사고를 없었던 일처럼 만들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6월 (사)마당이 주최한 강연에서 이같이 말했다.

2016 리우 올림픽 폐막식에서 모습을 드러낸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자료사진. ⓒIOC

2013년 9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의 현실을 부정하는 말은 두고두고 논란이 됐다. 아베 총리는 당시 오염수 문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자 “상황이 통제되고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같은 해 10월 중의원 본회의에서도 아베 총리는 오염수 문제가 “통제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오염수 발생 문제는 전혀 해소된 상황이 아니었다. 당시에는 매일 수백t의 오염수가 생성되고 있었고, 세계 최대 얼음벽을 설치한 뒤에도 매일 90t의 오염수가 생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2016년에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가 아베 총리 발언에 대해 “거짓말”이라고 비판한 이유다. 수습되지 않은 후쿠시마 문제를 해결된 것처럼 치부하려는 아베 총리의 기행도 이어졌다. 2019년 6월에는 아무런 방호장비 없이 정장 차림으로 후쿠시마 사고원전에서 100m 떨어진 곳에 서서 “드디어 방호복과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평상복만 입고 풍경을 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때 아사히신문은 “아마도 허세”라고 촌평하며 “아베 총리의 점검은 6분 만에 끝났다”고 전했다.

도쿄올림픽이 열리던 시기에도 후쿠시마 문제를 지우려는 일본의 노력은 계속됐다. 마치 후쿠시마 위험이 완전히 상쇄된 것처럼, 올림픽 선수단 식탁에 후쿠시마 농수산물을 제공하겠다고 하여 논란이 됐다. 후쿠시마 성화봉송과 후쿠시마에서의 일부 경기를 계획하며 '부흥'의 의미를 부여했다.

무엇보다, 한차례 연기된 도쿄올림픽이 열린 2021년 그해 4월 일본은 후쿠시마 사고원전 부지에 쌓인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겠다고 공표했다. 원전 폐로 계획에 맞춰 오염수도 방류하여 처리하겠다는 게 골자였다. 가장 큰 반발이 예상되는 어민들에게는 “풍문” 피해 보상을 해주겠다며 달랬다.

그런데 현재의 과학기술 한계와 계속 생성되는 오염수 문제를 생각하면 이는 장담하기 힘든 계획이다. 30년 안에 방류가 끝날 가능성은 별로 없다. 일본의 오염수 해양방류가 ‘원전 부활’을 위한 상징의식으로 보이는 이유다. 오태규 객원연구원은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문명사적 충격이었다. 독일의 경우에는 원전을 전부 폐로 하겠다고 했고, 일본 역시 그랬다. 이게 아베 정권에 들어서면서 슬금슬금 바뀌었다. 원자력 이권 세력의 힘이 세진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후쿠시마를 처리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지 않겠나. 일본 국민에게 원자력은 가장 안전하다는 그런 신화를 많이 심어줬었기 때문에 그래야만 한다. 후쿠시마 문제를 그냥 넘어가서는 원전의 부활은 심리적으로 사회적으로 힘들다. 그래서 (오염수 방류를 통해) 이 (심리적·사회적) 압력을 빼려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② 내년 오염수보다 더 큰 게 온다
26번 연기된 재처리시설 완공
방사성물질 배출 규모 “‘라 아그’의 15배”
“오염수 방류, 선례로 안전판 마련”


일본이 이번에 오염수 방류를 강행한 이유를 추정할 때,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게 로카쇼무라 핵연료재처리 시설이다. 일본은 내년 2024년 9월까지 이 시설을 완공할 계획이다.

로카쇼무라 재처리시설 주요 공정과 위험성 ⓒCNIC


원자력발전으로 사용이 끝난 ‘사용후핵연료’에는 우라늄과 플루토늄 등 재사용이 가능한 핵물질이 포함돼 있다. 이 핵물질을 꺼내 다시 연료로 가공하는 공정을 “핵연료재처리”라고 부른다. 일본이 내년까지 아오모리현에 완공하겠다는 것은 이 공정을 수행하는 대규모 시설이다. 아오모리현청에 따르면 아오모리현 카미키타군에 들어서는 이 시설의 규모는 재처리공장과 우라늄 농축공장만 합쳐서 730만 평방미터에 이르고, 추가로 규모를 알 수 없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저장관리센터와 저준위방사성폐기물 매설센터 그리고 MOX 연료공장이 들어설 예정이다. 당초 이 시설은 1993년 착공해 1997년부터 가동할 예정이었지만, 26번이나 완공이 미루어졌다. 지역주민과의 분쟁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하면서다. (▷ 아오모리현청 설명)

일본의 원자력자료정보실(CNIC)은 이 재처리시설에서 기존 원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양의 방사성물질이 바다와 대기 중으로 방출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사용후핵연료를 다시 사용할 수 있는 연료로 가공하는 과정에서 방사성폐기물이 발생하는데, 이게 기체나 액체 형태로 대기와 바다로 방출되기 때문이다. CNIC는 그 양이 “원전 1기가 1년 동안 배출하는 양을 하루 만에 배출”하는 정도이며 “프랑스 라 아그 재처리시설의 15배”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 CNIC 비평)

핵연료재처리시설의 악명은 익히 프랑스 라 아그 재처리시설과 ‘살아있는 체르노빌’이라 불리는 영국 셀라필드 재처리시설로 잘 알려져 있다.

로카쇼무라 재처리시설 역시 완공되면 방사성물질 배출로 논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일본 정부는 이에 대해서도 대량의 바닷물로 희석할 것이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설명하고 있는데, 이는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고자 할 때 꺼내는 설명과 동일하다. 오염수 논란은 재처리 시설 논란의 예고편인 셈이다.

국내에서는 이 문제를 가장 먼저 공식 제기한 강정민 전 원자력안전위원장은 지난 2021년 4월 경향신문 기고 글에서 “일본이 오염수의 해양 방출을 결정한 것은 2023년 롯카쇼무라 재처리시설 가동을 염두에 두고 삼중수소는 안전하다는 인식을 국내외에 심어주려는 의도”라며 “로카쇼무라 재처리공장은 사용후핵연료를 연간 800t 처리하며 매년 약 9700조베크렐(Bq)의 삼중수소를 해양으로, 약 1000조Bq의 삼중수소를 대기 중으로 방출하게 된다. 또 매년 50조Bq의 탄소14와 500억Bq의 요오드129를 방출한다”고 지적했다.

오태규 객원연구원도 로카쇼무라 재처리시설 등을 언급하며 “(오염수 방류를 통해) 선례를 만들어서 처리해 주면 앞으로 안전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최근 들어 방사성폐기물 투기 문제는 ‘우리도 줄일 테니 함께 줄이자’는 식의 접근법이 아니라 ‘너희도 버리니 우리도 버린다’는 식의 접근법으로 투기 허용범위가 넓어지는 추세다.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 관련해서도, 일본은 다른 나라 방사성액체폐기물 총량을 언급하며 오염수 해양투기의 정당성을 주장한 바 있다. 우리나라 정부여당 관계자와 일부 언론도 이 같은 일본의 주장을 그대로 갖고 와서 오염수 방류를 옹호한 바 있다. 일본의 행보가 방사성폐기물 처리의 문턱을 계속 낮추고 있다는 점에서, 이는 방사성폐기물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친원전국가들 입장에서는 반가울 수 있는 측면도 있어 보인다.

그 외

① 일본 오염수 방류 지지한 미국, 허드슨강 원전 냉각수 방류는 금지
② ‘비공개’ 국책연구기관 오염수 대응책 살펴보니...할 수 있는 일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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