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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는 보수? 홍범도 논란, 수사 외압에 ‘일베’급 장관 후보자까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월 26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마련된 단상에서 건군 75주년 국군의 날 시가행진을 지켜보며 장병들을 향해 박수 보내고 있다. ⓒ뉴시스

10월 1일 국군의 날을 닷새 앞두고 성남 서울공항에서 기념식과 함께 육해공군 장병 6,700여 명이 참여한 열병이 진행됐다. 비닉 무기인 고위력 탄도미사일, 최신형 ‘현무’ 등 일반에 최초 공개되는 장비부대 행진도 이어졌다. 곧이어 10년 만에 서울 도심에서 군 시가행진이 실시됐다. 주한미군 전투부대원도 성조기를 휘날리며 처음으로 시가행진에 참여했다.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린 국군의 날 기념식이었다.

현직 대통령으로서 처음으로 직접 시가행진에 참여한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들이 위풍당당한 개선 행진을 보고, 여러분을 신뢰하고 우리 안보에 대해 확고한 믿음을 가지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대북 강경대응을 천명하면서 ‘힘에 의한 평화’를 강조했다. 이날 시가행진이 대북 무력시위 성격임을 드러낸 셈이다.

그러면서 “안보도 경제도 보수정부가 낫다는 조작된 신화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말에 ‘보수정부’인 윤석열 정부와 여당은 콧방귀를 끼고 있다. 하지만 안보는 무력뿐만 아니라 국가의 안녕과 국민의 안전에 대한 대비 시스템 전반을 포괄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안보는 보수정부가 낫다’는 증거를 윤석열 정부에서 찾아보기가 힘들다. 안보에 있어서는 소모적인 이념전쟁만 불사르면서, 정작 병사 하나 지키지 못하는 무능함만 내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국방부가 육군사관학교 내에 설치된 고(故) 홍범도 장군 흉상을 포함한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흉상도 필요시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뉴시스

‘항일 영웅’을 한순간에 ‘빨갱이’로 만드는 국방부


윤석열 정부의 이념전쟁은 육군사관학교 충무관 앞에 설치된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추진으로 촉발됐다. 국방부가 홍범도 장군이 1927년 소련공산당에 입당한 것을 문제 삼으면서 홍범도 장군 흉상을 철거하겠다고 나서면서다. 앞서 육군은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3월 1일 우리 군 장병이 훈련으로 사용한 실탄의 탄피 300kg을 녹여 홍범도 장군 등 독립운동가 5명의 흉상을 제작해 육사 교내에 세웠다.

국방부는 홍범도 장군의 전력이 “공산주의 북한의 침략에 대비하여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수호하기 위한 호국간성을 양성하는 기관”인 육군사관학교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홍범도 장관 흉상 철거를 밀어붙이고 있다.

국방부의 이런 방침에 독립군 부대를 이끌고 봉오동전투에서 일본군을 무찔렀던 ‘항일 영웅’이 갑자기 ‘빨갱이’로 몰리게 됐다. 항일무장투쟁의 업적을 인정받아 1962년 정부로부터 건국훈장을 받았고, 카자흐스탄에 있던 유해는 2021년 대한민국 공군의 호위를 받으며 송환됐으며, 여러 독립운동가와 함께 육군사관학교 교정에 흉상이 세워졌던 인물이 바로 홍범도 장군이다. 그런 홍범도 장군을 갑자기 윤석열 정권이 지우려 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국방부의 조치가 과도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홍범도 장군을 사상의 잣대로 평가하고 배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1945년 해방 이전까지 사회주의, 공산주의적 이념을 갖거나 소련 등의 도움을 받아 독립운동을 한 세력은 적지 않았다는 게 역사학계의 중론이다. 이제 와서 이들의 당시 사상을 문제삼아 배척한다는 건, 일제라는 외세의 침략에 맞서 싸운 독립운동을 정부가 스스로 부정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는 보수세력이 중시하던 안보의 핵심 근간을 뒤흔드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안보를 무엇보다 중시하는 보수진영에서도 비판적인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철 지난 해묵은 공산주의 이념전쟁”이라며 “홍범도 장군을 존경하는 것은 독립전쟁 영웅이었기 때문이지 불가피했던 소련 공산당원 홍범도는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도 “민생의 문제는 절대 아니고 심지어 이건 보수진영의 보편적인 지향점이라기보다는 그저 일부의 뉴라이트적인 사관에 따른 행동”이라며 “과거 무장독립운동에 나섰던 사람들 간에 크고 작은 알력이 있었을망정 이념에 따라서 그 평가가 달라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역사학계에서도 집단적인 반발이 터져 나왔다. 한국역사연구회 등 51개 역사단체는 “정부의 왜곡으로 대한민국 국민의 자랑인 평민 의병장, 대한독립군 대장, 북로정일제일군 사령관 홍범도가 부관참시당했다”며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추진 계획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해병대 사관 제81기 동기회는 지난 8월 26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고 채 상병 순직에 대한 공정수사 촉구를 위한 해병대 총행동’을 가졌다. 이날 자리에는 동기뿐 아니라 여러 선후배들이 함께 했다. ⓒ뉴시스

군에 입대했더니 돌아온 건 허무한 죽음, 그리고 진실 은폐


해병대 1사단 포병여단 소속 채 모 상병의 사망 사건은 윤석열 정부가 강조하던 안보의 허점을 그대로 드러낸 사건이다.

올해 여름, 채 상병은 경북 예천 내성천 일대에서 호우 피해 실종자를 수색하다가 급류에 휩쓸려 사망했다. 당시 일병이던 채 상병은 해병대를 상징하는 빨간색 티셔츠를 입고 있었지만 구명조끼를 비롯한 안전장치 하나 제대로 갖추지 않았고, 일명 ‘인간띠’ 수색을 하다가 변을 당했다. 설령 구명조끼와 같은 안전장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도보 수색을 담당하는 포병이던 채 상병이 허리까지 물이 차오르는 강에 들어가 수색을 해야 하거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윗선’의 지시가 없었다면 말이다.

이 사건이 알려지자 ‘군인이 소모품이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국가의 안보를 지키는 의무를 다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군에 입대했더니, 돌아온 것은 허무한 죽음이었다는 것이다. 군에 대한 신뢰는 추락했다.

더 큰 문제는 채 상병의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당초 채 상병 사망 사건에 대한 수사는 해병대 수사단이 맡았다. 그런데 경찰로 이를 이첩하는 과정에서 ‘윗선’으로부터 외압을 당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해병대 수사단장이었던 박정훈 대령의 폭로를 통해 ‘윗선’의 수사 외압 정황이 속속 드러났다.

그 핵심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기록에서 사건 현장 지휘 책임자로 꼽히는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의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빼고, 수사기록의 경찰 이첩도 보류하라는 것이었다. 수사단장이던 박 대령은 임성근 1사단장 등 8명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있다는 수사 결과를 내리고, 이를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하고 결재를 받은 상태였다. 현행 법에 따라 박 대령은 이 수사기록을 경찰로 이첩하려고 하는데 거기서 ‘윗선’에 의해 제동이 걸렸던 셈이다. 이 과정에서 대통령실의 개입이 있었다는 정황도 나오고 있다.

이후 박 대령은 수사단장 보직에서 해임될 뿐만 아니라 ‘항명죄’로 기소돼 국방부 검찰단의 수사를 받고 있다. ‘윗선’의 지시를 무시하고 경찰로 수사기록을 이첩했다는 혐의다. 박 대령은 수사 외압을 주장하며 계속 법적 다툼을 이어나가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도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해 관련자들을 조사하고 있다. 채 상병 사망 사건은 현재 경찰이 수사 중이지만 그 진실은 여전히 안갯속이고, 박 대령의 항명 사건으로 비화한 형국이다.

안보의 핵심 축이라고 불리는 군대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혼돈은 보수세력의 지지층도 혀를 내두르게 하고 있다. 전국의 해병대 예비역과 박 대령의 해병대 사관 동기들은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집회를 열고 채 상병 사망 사건과 이와 관련한 수사 외압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과 공정수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당시 해병대 사령관을 역임한 전도봉(80) 예비역 중장은 “부하는 상관의 지시에 따라 임무를 수행하다 죽음으로 충성했는데 이제는 상관이 죽음으로 보답해야 한다. 즉 현실의 해병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지휘관이 희생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9월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3.09.27. ⓒ뉴시스

군사 쿠데타 옹호 논란 휩싸인 ‘극우’ 국방부 장관 후보자


이 일로 벼랑 끝에 내몰린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결국 윤석열 대통령에게 사의를 밝혔다. 야당이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실 은폐와 수사 외압의 책임을 물으며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선제적으로 자리에서 물러난 것이다. 윤 대통령은 하루 만에 서둘러 이 장관의 사표를 수리했다. 이는 수사 외압 의혹의 진상규명을 막아선 결과나 다름없었다.

게다가 윤 대통령이 신임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을 지명한 것은 안보의 추락한 신뢰를 더 이상 회복할 생각이 없음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신원식 후보자는 대표적인 친일반민족행위자인 이완용, 쿠데타와 민간인 학살을 일으킨 전두환을 옹호하거나 ‘군 사이버사령부 댓글 공작’ 사건이 날조된 것이라고 왜곡 주장을 하는 등 부적절한 언사와 극우적인 성향으로 수차례 구설수에 올랐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2019년 자유한국당 주최 집회에 예비역 장군 신분으로 연단에 올랐던 신 후보자는 “이완용이 비록 매국노였지만 한편으론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완용을 옹호하는 반면, “이완용과 비교도 되지 않는 오천 년 민족사의 가장 악질적인 매국노가 문재인”이라며 문재인 당시 대통령을 힐난했다.

또한 신 후보자는 같은 해 유튜브 채널 ‘신인균의 국방TF’에 출연해 전두환 씨에 대해 “뭐 사람들은 독재자라는데, 박정희 대통령 돌아가신 그 공백기에 서울의봄 일어나고 그래서 저는 그때 당시 (전두환이) 나라 구하겠다 나왔다고 본다”며 “그런데 광주에서 사격명령, 방문한 적도 없는 전 대통령 불러서 저 망신을 주는데 누구 하나 보호해 주는 사람 있나”라고 성토했다.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군사 쿠데타를 옹호하는 시각을 보인 셈이다.

그는 같은 해 극우 성향의 전광훈 목사 집회에 참석해서는 “2016년 박근혜 대통령을 파멸로 이끌었던 촛불은 거짓이고, 지금 태극기는 진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문재인 당시 대통령에 대해 “내려오지 않으면 쳐들어가서 끌어내리고 다윗이 골리앗의 검을 뺀 것처럼 목을 날려야 한다”고 막말을 하며 춤을 추기도 했다. 아울러 “문재인은 취임하자마자 한국군의 정신을 파괴시킨다”며 “공관병 갑질, (군) 사이버사 댓글, 계엄령 모의 날조 이런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 후보자는 2020년 미래통합당 비례대표로 정치에 입문한 뒤로도 국회에서 여러 발언으로 논란이 됐다. 올해 4월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오염수”라는 단어를 쓰면 “특정 이념에 매몰된 것”이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해병대원 사망사건 조사 및 이첩 과정에서 국방부 윗선의 외압이 있었다는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에 대해서도 “3류 저질 정치인 망동”이라고 비난했다.

최근 국방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선 “북한 공산주의와 싸워서 나라를 지킨 육사에서 홍 장군의 졸업장을 준 그 자체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며 독립운동가인 홍범도 장군의 육군사관학교 명예졸업증서 회수를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이렇다 보니 신 후보자가 육군 중장 출신이라고는 하지만, 군을 지휘하는 국방부 장관으로서 자격이 있느냐는 의문이 뒤따른다. 논란이 커지자 신 후보자는 뒤늦게 자신의 과거 발언에 대해 바짝 자세를 낮추는 모습을 보였다. 신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쿠데타는 절대 있어서는 안 되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고 해명하거나 ‘문 전 대통령의 목을 날려야 한다’는 발언에 대해선 “적절치 않았다”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그가 자신의 발언을 주워 담기에는 이미 늦었다. 국회 다수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철 지난 종북, 공산주의 타령이나 하는 신 후보자가 있을 곳은 국방부가 아닌 아스팔트 우파의 집회 현장”이라며 윤 대통령에게 지명 철회를 촉구했다. 수사 외압으로 물러나는 국방부 장관은 물론이고, ‘일베’(극우 성향 커뮤니티) 성향의 국방부 장관도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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