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3.09.25 ⓒ뉴시스
윤석열 정부가 내년도 국가 연구개발(R&D) 사업 예산을 대거 삭감하면서, 정부가 우수하다고 평가했던 사업의 예산마저 대거 삭감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이장섭 의원(더불어민주당, 청주 서원구)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제출받아 2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예산이 삭감된 R&D 사업 중 정부로부터 ‘우수’ 등급을 받은 사업이 대거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윤석열 정부는 R&D 사업을 연구비 카르텔이라 지칭하며 예산 대폭 삭감에 나섰다. 정부가 제출한 2024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전체 R&D 사업 중 66%에 해당하는 사업이 감액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통상자원부의 R&D 예산도 역시 5조 4천억원에서 4조 6천억 원으로 13.6%(8,000억 원)가량 감액됐다.
특히 국가가 우수사업으로 선정했던 사업 예산도 대거 삭감됐다. 2022년 성과평가 우수사업에 산업부의 10개 사업이 선정되었는데, 이 중 에너지국제공동연구 사업을 제외한 9개 사업의 예산이 대폭 줄었다. 삭감된 총예산은 1,276억 원에 달하며 많게는 95%가 삭감됐다. 해당 사업 중에는 팬데믹 기간 코로나 진단키트를 개발·제조연구를 지원해 가시적인 성과를 보인 사업도 포함됐다.
또한 감액된 우수사업 9개 중 6개는 2024년 종료가 아닌, 계속사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R&D 사업은 계획에 맞춰 꾸준한 지원이 필요한 사업이다. 지원이 갑자기 끊길 경우 연구인력 급여, 연구기간, 연구목표를 축소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 학계의 설명이라고 이장섭 의원은 전했다.
이 의원은 우수사업에 대한 예산 삭감은 법령 위반 소지도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국가연구개발사업 등의 성과평가 및 성과관리에 관한 법률’ 제15조에 따라, 예산편성 시 사업의 성과등급을 고려하게 돼 있다. 우수 사업은 해당 법률 제7조 연구개발사업에 대한 자체평가에 해당하므로, 우수 등급 사업의 예산이 삭감된 것은 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장섭 의원은 “대통령이 직접 나서 모든 R&D 사업을 특별한 근거 없이 카르텔로 규정하다 보니, 우수한 연구에 대한 지원 예산이 대폭 삭감돼 과제 수행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이어 “잘못된 것이 있으면 바로잡기 위해 정부의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한 것이지 대책 없는 예산 삭감은 정답이 아니다”라며, “이는 국가의 경쟁력만 약화시킬 뿐”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