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하 사제단)이 월요시국기도회를 재개한다. 지난 3월 20일부터 8월 14일까지 ‘친일매국 검찰독재 윤석열 퇴진, 주권회복을 위한 월요시국기도회’를 전국을 돌며 진행했던 사제단이 두 달 만에 다시 시국기도회에 나선 것이다.
사제단 비상대책위는 3일 오는 9일부터 전국을 돌며 ‘오염된 바다, 흔들리는 민주주의를 우려하는 월요시국기도회’를 연다고 밝혔다. 사제단은 “지난 8월 14일 서울 세종대로에서 월요시국기도회를 폐막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7등급 핵사고 재난이 발생했던 후쿠시마가 130만t의 방사능 폐수를 바다로 투기하기 시작했다. 이로써 인류 앞에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지고 있다. 장차 바다는 회복불능의 영구 오염지대로 남을 전망이다. 그런데 믿을 수 없는 또 다른 일이 벌어졌으니 인류 공동의 우물에 독을 타는 일본의 패륜적 범죄를 한국이 두둔하고 나섰다는 사실”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사제단은 “어찌하여 일본의 핵 오염수 해양투기를 정당화하고 지원하는 체제가 이 땅에 등장하게 되었는지 생각할수록 어이가 없다”면서 “재앙의 시작은 사람의 도리는 고사하고 최소한의 정리情理, 의리조차 배우지 못한 채 오로지 제 배를 세상의 전부로 아는 어느 전직 검사의 집권으로부터 비롯되었지만, 진정한 민주주의를 가로막는 체제의 실체는 따로 있다”고 꼬집었다.
사제단은 이어 “‘윤석열’ 하나가 없어지는 것으로 한국 민주주의가 되살아난다고 하기 어렵다. 근본적으로는 오늘날 우리가 신봉해 온 민주주의가 진정한 민주주의일 수 없는 이유를 드러내야 하고, 참된 민주주의 즉 인류사회 전체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시스템이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 궁리하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제단은 “우리는 종교가 종교 본연의 역할을 다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부터 ‘민중의 이름’으로 출현한 대의정부가 오히려 민중의 이해와 정반대로 작동하는 현실을 수수방관하고 지냈다. 생명 평화 정의를 구체적으로 실천해서 이 땅에 하느님 아버지의 뜻을 이루는 일에 무관심했다. 그 결과 교회가 키운 마음들이 겨우 간장 종지만 해서 세상의 불안을 달래고 사람들 가슴에 꽃을 피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게 되었다”고 반성했다.
사제단은 “모든 것이 망가지고 무너지는 현실을 생각할 때 더 이상 막연한 희망으로는 안 된다. 너도나도 어떻게 일본의 오염수가 한국 민주주의 시스템을 망가뜨릴 수 있었는지 뼈저리게 돌아보아야 한다”며 “사제인 우리들은 더더욱 삶의 밑바닥에 발을 딛고 거기서 새로운 민주주의를 길어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사제단은 오는 9일 오후 5시 초량 정발장군상 앞(지하철1호선 초량역 5번 출구)에서 열리는 부산교구 시국기도회를 시작으로 16일 서울교구, 23일 수원교구, 30일 서울교구(이태원 참사 1주기) 순으로 기도회를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