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10명 중 6명은 회사가 갑질 피해를 입는 노동자를 잘 보호하고 있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3일 조사됐다. 다만, 실제 민원인을 상대해야 하는 실무자급 직원과 민원인 갑질로부터 직원을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는 상위 관리자들의 인식은 크게 엇갈렸다.
직장갑질119와 아름다운재단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해 지난달 4일부터 11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천명을 대상으로 민원인 갑질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3일 밝혔다.
조사 결과를 보면, ‘회사에서 업무와 관련해 제3자의 폭언 등으로부터 노동자를 잘 보호하고 있다고 생각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 58.8%는 “잘 보호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응답자별로 보면, 실무자급 직원은 61.5%가 “잘 보호하지 못한다”고 답했지만, 상위 관리자급 66.7%는 “잘 보호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민원인 갑질의 심각성을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 83.9%가 “심각하다”고 답했다. 일반사원, 실무자, 중간관리자의 경우 모두 민원인 갑질이 심각하다는 응답이 80% 이상 나온 반면, 상위 관리자는 66.7%만이 민원인 갑질이 심각하다고 생각했다.
직장갑질119와 아름다운재단은 “현장에서 민원인을 직접 상대할 가능성이 낮으면서, 민원인 갑질로부터 직원을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는 상위 관리자들이 오히려 민원인 갑질의 심각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회사가 책임을 다하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감정노동자 보호법(산업안전보건법 41조)’과 관련 법령 등에서는 사업주가 고객 등 제3자의 폭언을 예방하고 노동자를 보호해야 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사업주는 필요한 경우 업무의 일시적 중단·전환, 휴게시간 연장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하고 노동자가 치료나 상담, 고소나 고발 등을 진행할 경우 필요한 상황을 지원해야 한다. 만일 사업주가 업무의 일시적 중단·전환 조치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고, 노동자가 보호 조치를 요구했다는 이유로 해고 또는 불리한 처우를 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그러나 응답자 29.2%가 해당 법이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고 답했다. 감정노동자 보호법을 모른다는 응답은 비정규직(37.3%), 비사무직(35.6%), 저임금 노동자(35.5%), 상위 관리자급(36.1%)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직장갑질119 권호현 변호사는 “그 누구의 월급에도 ‘욕 값’은 들어 있지 않다. 회사는 민원인 갑질을 당한 직원에게 휴식부여, 상담 및 소송지원 등 법에 따른 보호조치를 해줘야 하고 어떻게 보호해 줄지 널리 알려야 한다”며 “정부는 회사의 의무 위반 여부를 주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해당 여론조사는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온라인 조사로 실시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