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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갑의 수요뮤직] 올해 스무번째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을 응원하며

자라섬재즈페스티벌 2023 마르친 바실레프스키 트리오 ⓒ자라섬재즈페스티벌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이하 자라섬)이 올해로 스무번째가 되었다. 2004년 처음 시작한 자라섬은 지난 20년동안 계속 페스티벌을 개최하면서 한국의 대표 음악페스티벌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다. 자라섬의 역사는 한국 대중음악 페스티벌의 역사와 겹쳐진다. 1990년대 후반부터 수많은 지자체에서 축제를 열기 시작했는데, 그 가운데 대중음악 페스티벌을 선택한 지역은 드물었다. 2005년과 2006년 광명시에서 열었던 광명음악밸리축제는 금세 방향을 틀어버렸고, 2006년 시작한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이 대중음악 페스티벌의 시대를 선포한 주역처럼 이름을 떨쳤다.

반면 더 일찍 시작한 자라섬은 재즈라는 장르에 특화한 페스티벌이자, 야외 피크닉형 페스티벌이라는 다른 컨셉트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가을날 도심을 떠나 한적한 야외에서 펼쳐지는 라이브를 즐기며 와인을 마시는 자라섬의 컨셉트는 여행과 힐링을 원하는 청장년 세대를 모두 만족시켰다. 그 때 흐르는 음악이 재즈여서 행복감은 배가되었다. 재즈의 고급스럽고 리드미컬한 이미지는 재즈를 모르고 잘 듣지 않는 이들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켰고, 기꺼이 자라섬에 찾아올 용기를 불어넣었다. 그렇게 한 번이라도 자라섬을 찾은 이들은 자라섬에 매료당했다. 자라섬에 가면 음악이 품안으로 담뿍 안겨 들어왔기 때문이다. 유명 재즈 뮤지션들이 멋진 공연을 선보이는데, 다른 대중음악 페스티벌에 비해 티켓 가격이 싼 편인데다, 무료 공연들이 함께 펼쳐지고, 자라섬과 가평의 가을 하늘이 근사한 흥취를 안겨주기 때문이었다. 해마다 가을이 되면 자라섬 생각을 하면서 웃게 되고, 자라섬으로 떠나는 짐을 꾸리며 미리 행복해졌다.

자라섬재즈페스티벌 2023 공연을 관람하는 관객들 ⓒ자라섬재즈페스티벌

그 사이 자라섬은 꾸준히 변화했다. 가평읍내와 자라섬 안팎에 다양한 무대를 만들고 없앴으며, 재즈 밖 뮤지션들을 불러 모으기도 했다. 가평 지역 밴드를 위한 콘테스트를 열고, 재즈 뮤지션을 응원하는 콩쿨을 계속 진행했다. 자라섬 덕분에 가평 한우와 잣을 맛보는 이들도 많았다. 재즈 와인, 재즈 막걸리, 자라섬 뱅쇼를 만든 것은 지역과 함께 하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다.

한국의 대중음악 페스티벌은 봄여름가을겨울로 퍼져나갔다. 자라섬과 그랜드민트페스티벌 같은 야외 피크닉형 페스티벌도 늘어났다. 재즈라는 이름을 붙인 페스티벌 역시 많아졌다. 하지만 다른 장르를 배합하지 않고 재즈를 중심으로 여는 재즈 페스티벌, 국내 뮤지션에 국한하지 않고 국내외 뮤지션을 두루 초대하는 재즈 페스티벌은 드물었다. 자라섬은 재즈를 집중적으로 만나는 축제였고, 서로 배려하는 축제였으며, 지역민의 삶에 뿌리내리는 축제였다. 이러한 노력 때문인지 자라섬의 관객은 계속 늘었다. 열 번째 축제인 2013년에는 270,000명의 관객이 찾아왔을 정도다.

하지만 자라섬에 좋은 날만 있지는 않았다. 수용할 수 없을 정도로 밀려드는 관객들이 자라섬의 남다른 분위기를 잃게 만들기도 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은 자라섬의 오프라인 공연을 잠시 멈추게 했다. 풍족하지 않은 살림에 대한 고민, 매년 새롭게 준비해야 한다는 사실, 그리고 한국의 재즈 신을 더욱 성장시키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사명감이 자라섬의 기획자와 스태프들을 괴롭혔다. 자라섬의 20년은 이 고민을 짊어지고 답하며 버텨온 20년이다.

자라섬재즈페스티벌 2023 자라섬비욘드 ‘새로’ ⓒ자라섬재즈페스티벌

한국에서 재즈 페스티벌이 가능할까 싶었는데 20년째 이어진 페스티벌이 있다는 사실, 그 페스티벌이 총 관객 300만 관객 규모로 성장하고 이름을 알렸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다. 페스티벌 붐이 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결실이 아니다. 이름 있는 재즈 뮤지션들을 데려왔기 때문에 당연한 성과가 아니다. 지자체의 지원만으로 이룬 위업 또한 아니다. 자라섬을 만드는 이들 모두가 배려와 안식, 도전과 감동, 공존과 지속이라는 가치를 지키고 실현하려 노력했기 때문이다. 이제 수많은 지자체에서 자라섬을 벤치마킹하고 컨설팅 받으려 하는 모습은 그 증거 가운데 하나다.

2023년 10월 8일 자라섬 재즈 아일랜드에서 펼쳐진 자라섬비욘드 ‘새로’, 브리아 스콘버그, 마르친 바실레프스키 트리오, 나윤선&울프 바케니우스의 공연은 제각각 다른 시도와 스타일로 가을밤을 물들였다. 하지만 재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대중음악 페스티벌에 대한 호응이 커진 상황에서도 스무번째 자라섬의 관객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만큼 많지는 않아 보였다. 이 모습은 자라섬의 새로운 10년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예고처럼 다가왔다. 그래서 채워지지 않은 빈자리가 다시 채워질 때까지 계속 자라섬에 오고 싶다. 자라섬의 30주년, 40주년, 50주년에도 자라섬의 관객이 되고 싶다.

자라섬재즈페스티벌 2023 공연을 관람하는 관객들 ⓒ자라섬재즈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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