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11일 인터넷 언론 뉴스타파의 ‘김만배 대화 녹취록’ 보도를 대상으로 심의에 나섰다. ‘가짜뉴스 대응’의 일환으로 인터넷 언론사의 보도로까지 심의 대상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이후 처음이다. ‘방심위에 법적 근거가 없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언론사의 보도에 대한 심의를 강행한 것이다.
방심위 통신심의소위원회는 이날 서울 양천구 방심위 회의장에서 정기회의를 열고 뉴스타파가 지난해 3월 6일 보도한 ‘[김만배 음성파일] 박영수-윤석열 통해 부산저축은행 사건 해결’ 기사 등에 대한 의견진술을 듣기로 결정했다. 의견진술은 추후 기사 삭제, 접속차단 또는 이용자(뉴스타파)의 이용정지나 이용해지라는 시정요구를 결정하기 위한 전 단계로, 심의 근거는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 규정’이다.
심의 대상이 된 기사의 취지는 ‘윤석열 대통령이 2011년 부산저축은행 불법대출 사건 담당 주임검사 시절 수사를 무마했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통신소위 위원 3명 중 여권 인사인 황성욱 소위원장과 김우석 위원은 중징계를 전제로 한 관계자 의견진술 의견을, 야권 인사인 윤성옥 위원은 각하 의견을 냈다.
황 소위원장은 “당시 사회적 파장이 워낙 커서 민원이 들어온 이상 의견진술 들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고, 김 위원도 “인용 보도한 방송에 대해서도 과징금 처분을 했다”고 강조했다. 반면 윤 위원은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을 가짜뉴스로 심의할 수 있느냐”며 “절차가 적법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실제 방심위가 인터넷 언론사의 보도를 심의하겠다는 것은 법적 근거가 없다는 지적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방심위는 인터넷 언론사는 언론중재법의 적용을 받는다며 그동안 심의를 하지 않다가 지난달 돌연 가짜뉴스 대응을 이유로 심의를 하겠다고 발표해 논란이다.
전날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심위 등을 대상으로 한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방심위의 인터넷 언론사에 대한 심의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방심위가 심의 확대 정책을 발표하기 불과 일주일 전에 자체 법무팀이 ‘심의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검토 의견을 냈다는 공문을 공개했다. 그런데도 방심위가 심의 대상에 해당한다고 정반대로 입장을 낸 배경을 두고 외압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류희림 방심위원장은 적절한 법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 채, “저희로서는 당시 여러가지 가짜뉴스에 대한 사회적 여론이 굉장히 심각한 상태였고 (그래서) 자체적으로 결론 내렸다”고 강변하기만 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미디어언론위원회도 방심위가 실제 뉴스타파에 대한 심의를 시작한 이날 논평을 통해 “방심위의 언론보도 심의는 절차적으로 법적 근거도 없을 뿐만 아니라 보도의 내용에 대한 심의의 정당성도 갖추지 못하고 있다”며 “소위 가짜뉴스라는 불분명한 용어를 앞세워 언론 길들이기에 나서겠다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지 않는가”라고 규탄했다.
또한 “방심위는 ‘그밖에 사회적 혼란을 현저히 야기할 우려가 있는 내용’ 이라는 통신심의규정의 항목을 적용했다”며 “하지만 이 적용조항 역시 그 내용이 명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해당 보도가 사회적 혼란을 현저히 야기할 우려가 있다고 볼 근거도 현재로서는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찰이 해당 보도에 대하여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수사를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방심위는 사실관계조차 확정되지 않은 언론보도에 검열의 칼날을 휘두르고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