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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배 협동의 경제학] 어떻게 돈을 쓰면 가장 행복할까?

행복은 경제학에서도 중요한 주제다. 그런데 주류경제학에서는 이 문제를 매우 단순하게 생각한다. 어떤 사람이 행복하냐? 돈이 많은 사람이 행복하다는 거다. 그렇다면 돈은 행복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느냐? 완벽하게 정비례 관계로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1,000만 원이 있는 사람은 1,000만 원만큼 행복하고 10조 원이 있는 사람은 10조 원만큼 행복하다는 이야기다.

왜냐하면 경제학에서 행복을 ‘효용’으로 대체하기 때문이다. 이 말은 내가 얻는 효용이 크면 그만큼 행복하다는 뜻이다. 그런데 효용은 돈으로 살 수 있다. 그래서 돈의 액수는 행복과 정확하게 비례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말도 안 되는 헛소리다. 예를 들어보자. 따뜻한 봄날에 창가에 앉아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커피를 한 잔 마실 때 우리는 행복하다. 그런데 그 커피가 300원짜리 봉지커피다. 그렇다면 이 행복은 정말 고작 300원짜리일까? 절대 그럴 리가 없는 거다.

불행할수록 돈에 집착한다

물론 나는 돈과 행복이 아무 상관이 없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당연히 돈도 행복에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행복은 반드시 돈의 크기에 비례하지 않는다. 이게 중요하다.

실제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 마이클 노튼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엄청난 규모의 복권에 당첨된 사람들 중 상당수가 불행을 느낀다. 이유가 뭘까? 바로 돈이 사회적 관계를 망치기 때문이다.

노튼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복권 당첨으로 떼돈을 벌면, 그동안 맺었던 사람들과의 관계가 대부분 끊어진다. 평소 믿었던 친구들과는 멀어지고 대신 사기를 치려는 사람, 돈을 뜯으려는 사람, 돈벌이를 함께 하자고 꾀는 사람 등 그야말로 온갖 사람들이 모여든다. 오랫동안 유대감을 가졌던 소사이어티가 박살이 난다는 이야기다. 이것이 사람을 매우 불행하게 만든다.

이와 관련해 참고할만한 연구가 하나 있다. 2009년 실시된 ‘돈의 상징적인 힘(The symbolic power of money)’이라는 실험이다. 중국 국립중산대학교 저우쉰웨이(Xinyue Zhou), 미네소타 대학교 캐슬린 보스(Kathleen D. Vohs), 플로리다 주립대학교 로이 바우마이스터(Roy F. Baumeister)의 공동 연구다.

실험 과정은 좀 복잡한데, 요약하자면 실험 참가자들(미국 대학생들)을 인위적으로 왕따를 시킨 뒤 돈에 대한 관념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살펴본 것이다. 그리고 실험팀은 왕따를 당한 참가자와 일반 참가자들에게 실험 직후 동전을 그려보라고 시킨다.

그러면 왕따를 당한 참가자들이 일반 참가자들에 비해 동전을 훨씬 크게 그린다. 동전의 크기는 보통 심리학적으로 돈에 대한 욕망을 나타낸다. 즉 왕따를 당하면 돈에 대한 집착이 더 커진다는 이야기다.

이 두 연구를 이어서 생각해보자. 복권 당첨 같은 과정을 통해 돈을 왕창 벌면 친구를 잃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친구를 잃으면(왕따를 당하면) 돈에 대한 욕구가 더 강해진다. 그래서 돈에 집착해서 돈을 더 벌면 친구를 더 잃는다. 그래서 더 왕따를 당하면 더 돈이 벌고 싶어진다. 불행하니까 돈에 집착하고, 돈에 집착할수록 불행해지는 개미지옥이 시작되는 셈이다.

돈을 잘 써야 행복하다

또 한 가지, 행복을 위해서는 번 돈을 잘 쓰는 기술도 꼭 필요하다. 노튼 교수의 다른 연구를 살펴보자. 노튼 교수는 실험 참가자들을 A와 B 두 그룹으로 나눈 뒤 실험에 들어가기 전 이들의 행복 정도를 미리 조사했다.

이 상태에서 두 그룹 모두에게 약간의 돈(이게 얼마인지는 뒤에서 나온다)을 준 뒤. A그룹에게는 그 돈을 오후 5시까지 자신을 위해 모두 쓰라고 지시한다. 반면 B그룹에게는 오후5시까지 그 돈을 무조건 남을 위해서 쓰라고 지시한다. 참고로 노튼 교수가 실험팀에 준 돈은 말 그대로 화장품 작은 것 하나 살 정도의 ‘약간의 돈’이었다.

A그룹은 받은 돈으로 커피를 사서 마시거나, 화장품 혹은 필요했던 문구류를 구입했다. B그룹은 받은 돈으로 커피를 사서 친구한테 주거나, 길에서 구걸하는 사람에게 적선을 하거나, 조카에게 인형을 사주는 식으로 돈을 사용했다. 모두 아주 간단한 행동들이다.

이 과정을 거친 뒤 노튼 교수는 다시 이들의 행복 정도를 새로 측정했다. 그 결과 A그룹의 행복 정도는 아무 변화가 없었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효용은 늘었는데 행복은 증가하지 않은 것이다. 반면 별로 안 되는 돈을 가벼운 마음으로 남을 위해 쓴 사람들의 행복도는 놀라울 정도로 상승했다.


노튼 교수는 이 실험을 진행할 때 두 그룹 내에서도 돈의 액수를 차별화했다. 어떤 사람은 2만 원 정도를 받았고, 어떤 사람은 5,000원 정도를 받았다. 자기를 위해서 쓰는 사람 중에서도 어떤 이는 2만 원으로 꽤 풍족하게 돈을 쓸 수 있었고, 어떤 이는 딱 담배 한 갑, 커피 한 잔 마실 여유만 생겼다. 남을 위해 쓰는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그렇다면 2만 원과 5,000원의 차이가 행복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놀랍게도 조금도 미치지 않았다. A그룹이건 B그룹이건 액수는 행복에 영향을 전혀 미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남을 위해 쓴 사람들 중에서도 ‘어떤 의미로 남을 위해 사용했는가?’는 행복에 영향을 미쳤을까? 실험 참가자들 중에는 엄마한테 수세미하고 비누를 사준 이도 있었고, 아픈 친구의 병원비로 그 돈을 낸 사람도 있었다.

둘 다 이타적 행동이긴 하지만 수세미보다는 병원비가 훨씬 더 의미 있는 행동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두 행동은 행복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수세미를 사주건 병원비를 내건 행복은 똑같이 늘어났다는 이야기다.

자, 이제 이 긴 이야기를 정리해보자. 불행하면 돈에 더 집착한다. 돈에 집착하면 더 불행해진다. 그런데 이 불행의 사슬을 끊는 정답은 남을 위해 돈을 쓰는 것이다. 사람은 자신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돈을 쓸 때 더 행복해진다. 그렇게 돈을 쓰면 사회가 복원되고, 사회가 복원되면 개인은 더 행복해진다.

그리고 여기에는 두 가지 힌트가 더 있다. 힌트 첫 번째, 주변을 위해 돈을 쓸 때 많은 돈을 내건 적은 돈을 내건 상관이 없다. 워런 버핏이나 빌 게이츠 같은 거부들이 수조 원씩 기부를 하면 수조 원어치나 행복해지고, 우리가 길을 가다 모금함에 만원을 넣으면 만원어치만 행복해지는 게 아니다. 수조 원이건 만 원이건 액수와 상관없이, 우리 형편대로 나누면 그게 다 우리의 행복이 된다.

힌트 두 번째, 공동체를 위해서 돈을 쓸 때 그게 무슨 어마어마한 의미가 있는 일이면 행복하고, 의미가 별로 없는 일이면 덜 행복한 게 아니다. 국가를 살리는 일에 기부를 하면 날아갈 듯이 기쁘고, 목마른 내 친구에게 음료수 한 캔을 사주면 조금만 행복하고, 이러지 않는다는 거다. 나눔을 통해 얻는 행복은 내용의 거창함과 가벼움이 아니라, 그 나눔 자체에서 나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사랑스러운 공동체가 우리 옆에 있고, 우리가 그 공동체에서 함께 나눌 작은 여유만 있다면 행복할 수 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공동체의 복원을 통한 행복의 실마리를 우리 모두 함께 찾아나가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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