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온스테이지를 중단한다고 한다. 갑작스러운 통보에 많은 음악인과 음악팬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당연한 일이다. 지난 2010년 시작한 온스테이지는 지금까지 매주 한 음악인/팀의 공연 영상을 계속 찍어 올리면서 한국 대중음악계에 독보적인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음악을 음반이나 스트리밍으로만 듣지 않고 유튜브 영상으로 찾아보는 시대여도 근사한 라이브 영상을 만들기는 쉽지 않다. 제대로 된 영상을 만들려면 전문가가 찍고 녹음하고 편집해야 한다. 그러려면 돈이 많이 필요하다. 그러다보니 큰 회사에 소속되어 있지 않는 음악인은 팬들이 찍어준 직캠으로 만족해야 했다. 방송에서 좀처럼 불러주지 않는 비주류 인디 음악인들은 방송 영상을 활용할 수 없었다. EBS SPACE 공감이나 음악 페스티벌에 출연한 영상을 사용하기도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구세주처럼 등장한 온스테이지는 수많은 음악인들의 명함이 되었다. 근사한 영상을 갖게 되었기 때문만이 아니었다. 온스테이지는 음악평론가, 기자를 비롯한 음악전문가들이 기획위원이 되어, 어떤 음악인의 영상을 찍을지 토론하면서 결정하는 방식이었다. 음악인이 원한다고, 기획위원 한 사람이 추천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었다. 수많은 후보들 사이의 경쟁을 뚫고 다수의 기획위원이 동의해야 했다. 그만큼 좋은 음악과 개성 있는 실연을 선보이는 뮤지션이어야 했다. 그래서 온스테이지 영상을 찍었다는 건 음악전문가들에게 두루 인정받았다는 의미였다. 음악인들에게는 EBS SPACE 공감의 헬로 루키 심사를 통과하거나 한국대중음악상의 후보로 선정되는 일처럼 느껴졌을 수 있다. 실제로 지금도 대중음악인들 중에는 온스테이지 영상을 찍는 일을 중요한 목표로 꼽는 경우가 많다.
온스테이지가 음악인들의 꿈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까다로운 선정 과정 때문만이 아니었다. 온스테이지 시즌 1 시기, 온스테이지는 음악인들의 음악을 제대로 담아내기 위해 실내외를 가리지 않았다. 해변에서 노래하고, 터널에서 연주했다. 깊은 밤 숲속에 머물기도 했다. 영화와 드라마를 촬영하듯 음악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장소를 찾아 전국을 헤메고, 공연장 안팎에서 과감한 조명과 카메라 워크를 사용했다. 촬영팀은 공연이 가능하거나 영상을 찍을 거라고 생각해보지 않았던 장소에서 음악의 진면목이 오롯이 드러나게 만들곤 했다. 음악을 마음 깊이 사랑하고 음악인을 빛내려 애쓴 촬영팀의 책임감 덕분이었다. 그런 노력들이 하나둘 쌓이면서 입소문이 났다. 음악인에게 군림하지 않고, 그들과 함께 고민하며 공들여 찍은 영상이 소문나지 않았다면 이상한 일이다.
게다가 한국대중음악계에는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을 뿐, 개성과 실력을 겸비한 음악인들이 넘쳐났다. 온스테이지 영상은 그들에게 날개를 달아주었다. 유명하다고 배제하지 않았고, 소수 장르라고 내치지 않았다. 특히 강아솔, 라벤타나, 산이, 새소년, 윤영배, 잠비나이, 프렌지 등의 온스테이지 영상은 온스테이지 영상이 왜 필요하고 특별한지 색감과 공기와 소리로, 컷과 앵글과 리듬으로 증명했다. 온스테이지 영상을 통해 음악의 감동은 배가 되어, 음악을 눈으로 보는 일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었다. 당연히 온스테이지 영상을 통해 팬이 늘었다. 온스테이지는 반드시 찍어야 할 이유가 있는 음악인들을 엄선했기 때문에, 10cm, 박문치, 박창근, 빈지노, 산이, 이디오테잎, 자이언티, 혁오처럼 훗날 스타가 되는 이들의 영상을 미리 알고 예견하듯 찍은 듯한 일이 허다했다. 같은 이유로 도마, 박성연, 조덕환처럼 이제는 만날 수 없는 이들의 영상은 하염없이 그리운 추억이 되었다.
온스테이지는 매주 라이브 영상을 올리는데 그치지 않고 공연을 열어 팬들을 초대했으며, 라이브 음원을 발매해 수익 전액을 음악인에게 전달해주기도 했다. 숨은 명곡을 리메이크 했고, 온스테이지 영상을 찍은지 오래된 음악인은 다시 초대하기까지 했다. 양희은, 이정선, 전인권 같은 거장들을 위해서도 문을 열었다. 이런 노력이 있었기에 한국대중음악상 특별상을 받을 수 있었던 게 아니었을까. 온스테이지 시즌2에는 실내 큐브 안에서 촬영하며 온스테이지의 차별성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
지금도 온스테이지에는 음악마니아들조차 다 모르는 개성 넘치는 뮤지션들의 영상이 매주 올라온다. 그 결과 지금 좋은 음악, 지금 새로운 음악을 만나려면 온스테이지를 찾는 방식이 가장 정확하다. 온스테이지는 빠르고 믿을 수 있으며 새롭고 아름다운 큐레이션과 음악과 영상과 글의 앙상블이다. 온스테이지의 모든 출연진과 영상에 100% 만족하지는 못한다 해도 그 곳에 가면 ‘진짜 음악’이 있다는 사실은 아무도 부정하지 못한다. 그동안 네이버문화재단이 계속 많은 예산을 사용하고, 전문가들과 조력하며 서비스를 지속해온 덕분이다. 매번 뜨거운 반향을 얻지는 못하고, 수익을 얻기 어려운 일을 계속해온 업적은 아무리 호평해도 부족하다.
안타까운 사실은 650여 팀의 음악인이 온스테이지에 출연해온 13년의 시간동안에도 온스테이지를 대체할 수 있는 온라인 음악영상 콘텐츠가 등장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최근 타이니 데스크를 한국에서 라이선스하기 시작했지만, 이 서비스가 온스테이지를 대체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온스테이지의 중단은 한국대중음악계에 공백과 결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아직도 온스테이지를 찍지 못한 음악인, 언젠가는 온스테이지를 찍는 게 꿈인 음악인들의 허탈한 마음을 어떻게 달래야 할까. 새로운 음악인을 라이브 영상으로 만나고 싶을 때는 이제 어디로 가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