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하승수의 직격] 한동훈 법무부의 업무추진비 먹칠 사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8월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022회계연도 결산 관련 보고를 하고 있다. 2023.08.21. ⓒ뉴시스

검찰의 특수활동비와 업무추진비를 둘러싼 한동훈 장관의 말이 논란을 더 부추겨 왔다. 특수활동비 자료 불법폐기에 대해서는 ‘불법폐기를 교육한 교육자료’가 있다고 국회에서 발언하는가 하면, 대검과 서울중앙지검 업무추진비 카드전표의 60% 이상이 안 보이게 복사된 것에 대해 ‘휘발되었다’고 발언해서 논란을 불렀다.

이런 한동훈 장관의 행태는 검찰 내부에서 벌어진 불법행위와 예산 오·남용을 비호하려는 행태로 볼 수 있다. 법질서를 수호해야 할 일국의 법무부 장관이 불법을 감싸고 있는 것이다.

법무부 업무추진비도 비공개


그렇다면 한동훈 장관이 직접 책임지고 있는 법무부는 어떨까? 필자는 지난해 10월 27일 ‘2022년 1월부터 9월까지 법무부 전 부서가 사용한 업무추진비 정부구매카드 사용내역’에 대해 정보공개청구를 했었다. 장관, 차관, 본부장급은 법무부 홈페이지를 통해서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을 공개하고 있지만, 그것은 일종의 ‘가공한 자료’여서 원자료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법무부가 전체를 비공개하는 바람에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제기했다. 행정소송을 하지 않고 행정심판을 제기한 이유는 ‘업무추진비 카드 사용 내역은 공개대상’이라는 판결들이 이미 여럿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굳이 행정소송을 하지 않아도 자료공개가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난 5월 26일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애매한 결정을 내렸다. 정보공개를 거부한 법무부의 처분을 취소하긴 했는데, 정보를 공개하라는 것이 아니라 ‘정보의 공개 여부를 다시 결정하라’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중앙행정심판위원회가 권력기관의 정보공개에 대해서는 독립성을 결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고 할 것이다.

음식점 상호와 업종을 먹칠하고 공개


그래서 필자는 6월 11일 법무부에 다시 정보공개청구를 했다. 그런데 법무부는 정보를 공개하면서, ‘카드번호’, ‘승인번호’ 뿐만 아니라 ‘출납공무원’, ‘음식점 상호’, ‘업종구분’ 란의 정보들까지 먹칠해서 가리고 공개했다.

법무부가 ‘가맹점 상호’와 ‘업종 구분’을 먹칠하고 공개한 자료 ⓒ하승수 제공

카드번호와 승인번호를 가린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으나, ‘가맹점 상호’, ‘업종 구분’, ‘출납공무원’ 란의 정보를 가리고 공개한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것이었다.

우선 출납공무원의 소속, 직위, 성명은 비공개대상 정보가 아니다.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6호 단서에서 “직무를 수행한 공무원의 성명ㆍ직위”는 비공개대상 정보가 아니라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가맹점 상호’는 업무추진비 카드를 사용한 음식점 상호 같은 것인데, 이 정보는 비공개대상 정보가 아니다. 검찰이 사용하는 업무추진비와 관련한 서울고등법원 2022. 12. 15. 선고 2022누33776 판결에서도 ‘음식점 상호가 공개된다고 해서 해당 음식점의 경영·영업상 비밀을 침해한다거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발생한다고 할 수 없다’라고 판단한 바 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음식점 상호가 공개된다고 해서 법무부 업무에 현저한 지장이 초래될 리가 없다.

마지막으로 ‘업종 구분’도 정보공개법상 비공개 사유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 정보이다. 도대체 어떤 업종에서 업무추진비를 썼길래, ‘업종 구분’을 가렸을까? 이런 정보를 비공개하는 것은 도무지 납득하기 어려운 심각한 비밀주의 행태였다.

행정소송에서 지면 뭘 걸 것인가?


결국 필자는 9월 6일 또다시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밖에 없었다. 인지대와 송달료를 법원에 내고, 시간과 에너지를 써야 한다.

어차피 법원은 ‘가맹점 상호’, ‘업종 구분’ 등을 공개하라는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 이미 국회, 검찰 업무추진비에 대한 공개판결도 있다. 게다가 지방자치단체의 경우에는 홈페이지를 통해서 음식점 상호는 물론이고 카드사용시간까지 공개하도록 행정안전부 지침이 되어 있다. 그러니 법무부라고 ‘음식점 상호’와 ‘업종 구분’을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고 법원이 판단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렇게 뻔한 사건을 소송까지 하게 만들고 있는 한동훈 장관인 셈이다.

게다가 법무부는 국민 세금을 들여서 변호사를 선임할 계획이라고 한다. 업무추진비를 사용한 ‘음식점 상호’와 ‘업종’을 감추려고, 국민 세금을 낭비하겠다는 것이다.

한동훈 장관은 ‘뭘 거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렇게 정보공개를 거부하는 자신의 행태에 대해서도 ‘무엇을 걸’ 생각은 없는지 궁금하다. 법원 판결이 나기 전에 장관직에서 물러나더라도, 자신이 한 비공개결정에 대해 최소한의 책임은 져야 하지 않을까? ‘염치’없는 공직자들을 보는 것도 지긋지긋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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