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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승희 비서관 자녀 학폭, 사표 수리로 끝낼 일 아니다

김승희 대통령실 의전비서관이 윤석열 대통령의 중동 순방을 눈앞에 두고 사퇴했다. 외교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담당비서관이 국정감사에서 자녀 학폭 의혹이 제기된 직후에 곧바로 사퇴한 것이다. 사표 제출과 수리까지 하루만에 모두 끝났다. 사안의 엄중함 때문이라고 하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다.

김 전 비서관의 자녀 학폭 의혹은 그 자체로 충격적이다. 다만 미성년자인 자녀의 과오를 부모가 모두 책임질 수는 없다. 중요한 건 학폭의 처리 과정에서 부모가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이다. 국감에서 폭로된 바에 따르면 김 전 비서관의 부인은 딸의 출석정지가 결정된 날,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대통령과 김 전 비서관이 함께 찍은 사진으로 교체했다고 한다. 누가 봐도 권력을 과시한 행위다.

김 전 비서관은 김일범 전 의전비서관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사퇴한 뒤 그 자리로 승진해 비서관을 맡았다. 김일범 전 비서관이 경질된 건 올 4월에 있었던 윤 대통령의 워싱턴 방문에서 '여사님 일정'을 잘 처리하지 못한 탓이라는 게 중론이다. 빈 자리에 김 전 비서관이 승진한 것도 김건희 여사의 영향력 때문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김 전 비서관은 김 여사와 대학원 최고위 과정을 함께 수료했고, 그 이후에도 친분을 유지해왔다고 한다. 단순한 고위 공직자를 넘어 '권력 핵심'이라고 불릴 만하다.

고위 공직자의 사표 수리는 제기된 의혹이 중징계에 해당하지 않아야 가능하다. 단 하루만에 조사를 마치고 중징계감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린 후 사표를 수리한 것은 정상적인 일처리가 아니다. 김 전 비서관이 사퇴하면서 공직기강비서관실의 감찰은 중단됐다. 더 문제가 불거지기 전에 '꼬리를 자른' 것이라는 의구심이 든다.

김 전 비서관 외에도 정순신 전 국가수사본부장 내정자와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등 이번 정부의 핵심 인사들에게 제기된 자녀 학폭 의혹은 여러 건이다. 이들 실세가 권력을 남용해 학폭을 은폐하려 했다면 그냥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제라도 대통령실은 충분한 조사를 통해 문제를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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