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재벌 행태 따라가는 김범수 카카오 최대주주

23일 금융감독원이 카카오 창업자이자 최대주주인 김범수 전 의장을 주가조작 혐의로 소환 조사했다. 올해 초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경쟁 상대인 하이브의 공개 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SM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렸다는 혐의다. 금감원 특별사법경찰은 김 전 의장에 앞서 회사의 '2인자'라고 할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를 같은 혐의로 구속한 바 있다.

지난 2월 SM엔터를 가운데 둔 하이브와 카카오의 인수경쟁은 업계의 큰 파장을 불러왔다. 국내 대중문화 산업의 판도를 바꾸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하이브는 이수만 전 SM총괄의 지분을 인수하고 공개매수를 통해 SM엔터 인수를 노렸다. 이 과정에서 SM엔터의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올랐고 여기엔 카카오 측의 고의적 주가조작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배 대표가 구속된 것은 관련 혐의가 상당부분 소명됐음을 보여준다.

남은 것은 김 전 의장의 공모 여부다. 일단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업계의 판도를 좌우할 큰 거래에서 배 대표가 김 전 의장의 지시나 묵인없이 불법 행위를 저질렀을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만약 김 전 의장의 관여가 확인된다면 카카오뱅크를 포함해 카카오의 사업 전반에 커다란 위험이 초래될 것이라는 점도 확실해 보인다.

주가조작은 금융시장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 범죄다. 누군가 주가를 임의적으로 조작하고 그 결과로 큰 이익을 노린다면 이를 모르고 참여하는 평범한 투자자들은 큰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기업의 인수·합병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해도 본질이 달라질 것은 없다. 대표적인 혁신 기업으로 알려진 카카오가 이런 행태를 보였다면 가혹한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카카오의 골목 상권 진출도 도마에 올랐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밝힌 데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카카오의 계열사는 총 144개다. 2021년 국회에 출석한 김 전 의장은 "골목상권을 침해하는 사업에는 절대로 진출하지 않을 것"이라며 "만약 그 부분이 좀 관여돼 있다면 반드시 철수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138개였던 계열사는 줄기는 커녕 도리어 늘었다. 골목상권 철수 약속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우리 사회에서 재벌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이익 추구 행태로 비난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불법과 편법, 탈법이 횡행했음도 물론이다. 혁신기업의 외피를 두르고 재벌의 행태를 반복한다면 김 전 의장과 카카오 역시 국민의 불신과 비판, 사법적 단죄를 감당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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