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대선개입 여론조작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26일 경향신문 전·현직 기자와 인터넷 매체 뉴스버스 기자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했다. 이에 언론 현업단체는 “공권력을 앞세운 언론탄압 시도”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한국기자협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권력을 감시하고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언론의 기본 소명 중 하나”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론조작이라는 명목을 앞세워 이를 취재하고 보도했던 기자들에 대해 압수수색을 강행하는 것은 언론의 권력 감시 기능을 상실시켜 권력의 입맛에 맞춰 길들이고자 하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이어 “언론이 의혹을 제기할 때마다 압수수색을 시도하고 기자들을 상대로 압력을 넣는다면 취재 활동이 위축되고 보도 내용은 경직될 수밖에 없다”며 “이는 대한민국 국민이 함께 쌓아온 민주주의와 언론자유를 퇴색시키는 것과 같다”고 꼬집었다.
기자협회는 “이처럼 정부와 권력에 의한 언론 탄압 시도가 지속된다면 대한민국의 위상은 급격히 추락할 것이며 우리의 피와 희생으로 일군 민주주의와 언론자유는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라며 “검찰은 언론사와 기자들에 대한 일련의 압수수색을 당장 중단하고 의혹을 제기한 사건은 정당한 방법으로 공명정대하게 시시비비를 가리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전국언론노조도 이날 성명을 내고 “오늘 아침부터 검찰이 경향신문과 뉴스버스 등 전·현직 기자 3명의 자택 압수수색에 들어갔다”며 “지난 9월 14일 이른바 뉴스타파의 ‘김만배 허위 인터뷰’ 보도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명예훼손 혐의로 뉴스타파 기자들의 자택을 압수수색한 지 한 달 만에 또 벌어진 공권력 남용”이라고 지적했다.
언론노조는 “말이 검찰의 압수수색이지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은 윤석열 대통령이 처벌을 원해야 가능하므로 사실상 윤 대통령을 대신해 나선 압수수색”이라며 “반복되고 있는 검찰의 언론인·언론사에 대한 압수수색은 언론자유를 보장해 온 사법적 판단을 깡그리 무시한 채 윤 대통령 심기와 정권 안위를 고려한 정치수사로 규정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언론노조는 “불순한 정치적 목적이 개입된 검찰의 언론인 압수수색은 윤석열 정권 들어 방통위, 방심위, 문체부, 서울시 등 온갖 기관과 수사권까지 마구잡이 동원해 펼쳐지고 있는 언론탄압의 한 축으로 권력을 총동원한 언론 검열 시대로의 역행을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다”며 “오직 대통령 한 명을 향한, 그것도 명예훼손의 요건조차 불확실한 혐의 하나로 정부기관과 검찰까지 집중 포화를 쏟은 사건이 또 있었는가”라고 비판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대선개입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팀장 강백신 반부패수사1부장)은 이날 오전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경향신문 전·현직 기자 2명과 뉴스버스 전직 기자 1명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들이 2021년 10월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이 과거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수사하면서 대출 브로커 조우형 씨를 봐주기 수사했다는 허위 보도를 했다고 의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