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청소년과 함께 만든 진짜 청소년 이야기, 국립극단 ‘Tank ; 0-24

국립극단 ‘Tank ; 0-24’ ⓒ국립극단

아이들과 사춘기 전쟁을 치르는 부모라면 누구나 갖는 의문이 있다. ‘도대체 이 아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이다. 내 속으로 낳았지만, 도무지 속을 알 수 없는 미확인 생명체 같은 사춘기의 아이들. 아이의 생각을 알 수 있다면, 그 마음을 알기만 한다면 한기 가득한 아이의 말도, 눈길조차 마주치지 않는 서늘한 기운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부모들에게 해답을 알려 줄 연극이 무대에 올랐다. 국립극단(예술감독 김광보)의 청소년극 ‘Tank ; 0-24 탱크 영투이십사’가 바로 그 작품이다.

세라믹 삼중 코팅막보다 견고한 사춘기 청소년들의 생각을 어떻게 무대에 풀어낼 수 있었을까?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이 연극의 창작 과정에 있다. 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는 청소년 파트너 그룹인 ‘청소년 17인’과 함께 공연 연계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작품에는 올 3월부터 초중고 협력학교 청소년 90여 명과 ‘나에 대한 탐사’를 주제로 리서치 활동을 진행했고, 작품으로 연계하는 과정을 거쳤다. 실제 무대에는 ‘청소년 17인’ 중 5명의 청소년이 배우로 참여하고 있다.

자신의 내면을 탐사하는 여정에 선 청소년


어른들의 시각에서 풀어낸 청소년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청소년들의 시각에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낸 작품인 셈이다. ‘WARNING’이 커다랗게 적힌 거대한 게이트가 무대를 막고 있다. 이윽고 게이트가 열리고 방호복을 입은 청소년이 등장한다. 이 청소년은 다른 등장인물에게 키를 건넨다. 키를 건네받은 이는 청소년에게 여정이 어땠는지를 묻지만 그게 자신이 가야 할 길이 어떠할 것이란 답이 되지는 않는다. 이제 ‘자신의 내면을 탐사’하는 여정으로 함께 들어가 보자.

국립극단 ‘Tank ; 0-24’ ⓒ민중의소리

무대는 게이트 너머 대기실로 이동한다. 그곳은 화려하고 복잡하고 무질서하다. 춤을 추고 노래하는 사람도 있고 게임 속에 빠진 사람도 있다. 깊은 생각에 빠진 사람도 있고 막 이 대기실에 들어 선 사람도 있다. 정해진 대기시간이 흐르는 동안 사람들은 기대와 흥분이 가득한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면 탐사의 순서를 기다린다. 시간이 되고 방호복을 갈아입은 사람들이 하나둘 어딘가에 모여든다.

그곳에는 빛을 내뿜는 구멍이 있다. 그 구멍은 블랙홀처럼 모든 것을 빨아 들인다. 이들은 구멍을 관찰하고 들여다보며 물건을 던져 보기도 하고, 구멍 속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기도 한다. 한 명이 구멍 속으로 들어가고 자신의 우주 속으로 탐사가 시작된다. 어떤 대사도 설명도 없이 움직임과 미세한 소리에 온 신경을 집중하게 되는 시간이다. 고요하고 때론 답답하고 말을 걸기 어렵고 기다리기에는 지치는 시간이다. 그 순간 그동안 담아 두었던 의문에 답을 찾게 됐다. 이게 아이들의 마음이었구나! 이게 아이들의 생각이었구나! 아이들은 내면에 있는 우주 속으로, 그 블랙홀의 세상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시기를 지나고 있었구나!

청소년들과 협업으로 만들어낸 진짜 이야기


연극의 구성 요소나, 연출 의도, 미학적 요소보다 답을 찾아 낸 후련함이 더 컸다. 그리고 잊고 있었던 내 안의 블랙홀이 궁금해졌다. 한때는 그 블랙홀 속으로 겁 없이 뛰어 들었고 누구의 접근도 허용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이 작품은 우리에게도 한때는 있었던 우주, 그리고 한때는 빛을 냈던 블랙홀을 궁금하게 만드는 연극이다. 여신동 연출은 ”마침내 도착한 우리 마음 깊은 곳은 생소하고 기묘할지도, 생각했던 것보다 아름다울지도 모른다. 이 공연이 모든 관객 여러분께 자기 자신의 ‘탱크’ 깊숙이 들어가 보는 여행의 길잡이가 되었으면 한다.“라고 연출 의도를 밝히기도 했다.

연극 는 다수의 청소년극을 선보여 온 국립극단이 12년 만에 처음으로 중극장 규모의 명동예술 극장에서 선보이는 신작이다. 제목에 등장하는 ‘Tank’는 어린이·청소년의 강하고 역동적인 이미지를 ‘탱크’로 치환하여 붙인 것이라고 한다. 0세부터 24세까지로 일컬어지는 어린이·청소년의 연령과 0시부터 24시까지인 하루, 그리고 그 하루가 모여 흘러가는 우리의 인생을 담아낸다. 뮤지컬 ‘빨래’, 연극 ‘목란 언니’ 등의 작품을 통해 무대미술가로, ‘사보이 사우나’, ‘비행소년 KW4839’ 등의 작품에서는 연출가로서 자신의 색깔을 다져 온 여신동이 구성·미술·연출을 맡았다. 작품의 전반적인 사운드·음악은 혁오 밴드의 오혁이 맡았다.

국립극단 ‘Tank ; 0-24’ ⓒ민중의소리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 실시한 '나에 대한 탐사' 리서치는 공연장을 찾은 청소년 및 성인 관객들도 참여해 볼 수 있도록 공연장 로비 한 켠에 참여 코너가 마련되어 있다. 리서치 결과는 온라인 플랫폼에 실시간으로 게시된다

연극 ‘Tank;0-24’

공연장소 : 명동예술극장
공연날짜 : 2023년 10월 26일(목)~11월 19일(일)
공연시간 : 평일 19시 30분/토, 일요일 15시/화요일 공연 없음
관람연령 : 11세 이상 관람가(2012년 12월 31일 출생자까지)
러닝타임 : 80분
구성, 미술, 연출 : 여신동
사운드, 음악 : 오혁
출연진 : 권주영, 김정, 김정화, 김은기, 박수진, 이혜리, with청소년 17인(김가은, 김동주, 임민서, 정다경, 정다은)
공연문의 : 1644-2003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TOP